[중앙뉴스=신주영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결별 의사를 공식화함에 따라 SK의 지배구조에 미칠 파급력에 증권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사람의 이혼이 재벌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로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는 특히 최 회장이 재산분할 과정에서 노 관장에게 지주사인 SK 지분 일부를 떼어주고, 그로 인해 그룹 지배력의 약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노 관장이 현 SK텔레콤과 과거 유공 관련 계열사에 대한 자신의 몫을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가 반영되면서 29일 오전 유가증권시장에서 SK그룹주들은 약세를 보였다.

특히 SK텔레콤은 6.52% 하락 마감했고 지주회사인 SK도 1.57% 내렸다.

 

재벌닷컴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SK 23.4%, SK케미칼 0.05%, SK케미칼우 3.11%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이들 계열사 지분 가치는 SK 4조1천905억원 등 총 4조1천942억원에 이른다. 최 회장은 40억원대의 자택을 빼고는 부동산은 거의 없다 노 관장은 현재 SK 0.01%(21억9천만원), SK이노베이션 0.01%(10억5천만원) 등 32억4천만원어치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보유 지분 자체는 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노 관장이 재산분할을 할 때 현금이나 다른 자산보다 그룹 성장 과정에서의 기여도를 주장하며 SK텔레콤 등의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SK그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퇴임 이듬해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특히 법적으로도 결혼 이후 형성된 재산을 절반으로 나눠야 하는 만큼 최 회장은 이번 이혼과정에서 상당한 재산을 노 관장에게 떼어줘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이혼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이 계열사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지배력 약화 우려가 나온다"며 "SK 등 계열사 지분을 나누면 최 회장의 지배력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SK와 SK C&C가 합병하면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율이 낮아졌다"며 "최 회장 입장에선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지주회사인 SK 보유 지분을 더 낮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SK 지분은 최대주주인 최 회장 자신이 23.4%를 갖고 있고 여기에 여동생 최기원씨 보유 지분 7.46%를 합치면 30.86%가 된다. 그러나 지주사인 SK에 대해 과반 의결권을 확보하려면 50%+1주 수준의 지분을 보유해야 하고 특별결의 정족수만 충족하려 해도 33% 이상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

 

과거 상장사 오너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보면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은 2006년 전 부인에게 53억원의 재산을 떼어줬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회사 지분 1.76%(300억원)를 전 부인 몫으로 분할했다.

 

임창완 전 유니퀘스트 대표이사는 이혼으로 지분 7.63%(50억원)를 전 부인 몫으로 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각각 2009년과 2003년에 이혼했지만 재산분할에 대해선 알려진 내용이 없다.

 

최태원·노소영 부부의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이혼이 SK그룹주의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시장 전문가의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현재로선 당장 SK그룹주의 보유 비중 축소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좀 더 길게 볼 때 지배구조 등 이슈가 부각되면 리스크를 우려하지 않을 순 없다"고 지적했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그룹주와 관련된 투자 심리 측면에서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최 회장의 재산형성 등은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아직 판단하기 애매한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