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임효정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선거구 획정이 상당히 심각한 지경이라고 성토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4일 국회에서 자신이 4·13 총선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제시했음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가 획정안 심의를 진척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상당히 심각한 지경에 왔기 때문에 오늘 보고를 좀 들어보고 대책을 세워봐야겠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이날 "가야 할 방향대로 의장으로서는 뚜벅뚜벅 갈 수밖에 없다"며, 오후 예정된 청와대 신년 인사회를 언급한 뒤, "오후쯤에 갔다 와서 행동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여야가 잠정 합의했던 지역구 253석 안을 다시 논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중요한 사안으로 본다"며, "여야 대표들과 가장 원만한 것이 무엇인지 조금 논의해볼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또 획정위가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 내부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과 관련해선 "그런 점도 있다"며, "그래서 위원 비율을 여야 추천 4 대 4로 하기보다 3 대 3 대3으로 하고 중립적 위치에 있는 국회의장이 세 사람을 추천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도 TBS 라디오에 출연해 "여야가 동수로 추천한 획정위원마저 여야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면서 움직이는 것 같다"며, "의장이 기준을 제시했음에도 만약 획정안을 못 만든다면, 획정위 존재 이유 자체에 의문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장으로선 사실 특별한 카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오늘부터라도 여야가 다시 책상에 앉아 머리를 맞대도록 중재하는 일을 할 것"이라며, "오늘부터 아마 그런 협상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될 것"이라는 계획을 전했다.

 

박 사무총장은 여야 정치권에 대해서는 "국회가 법을 만드는 곳이고 가장 먼저 법을 준수하는 기구임에도 이렇게 초법적인 상황을 스스로 초래했다는 것은 국민에게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다"며, "무책임 정치의 극치라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자조했다.

 

이어 "선거구 획정 문제는 입법 비상사태"라며, "사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현역 의원만 기득권을 누리는 결과가 되지 않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박 사무총장은 새누리당이 쟁점법안을 선거구 획정안보다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쟁점법안을 선거구와 연계시키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며, "무법상태를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정부 여당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하라는 여당의 요구에 대해서도 "국회선진화법이 위헌 법률임을 전제로 직권상정 하라는 요구인데, 이를 받아들이면 의장에게 '악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선진화법은 위헌 판정이 난 것도 아니고, 사실 정의화 의장이 끝까지 반대했던 법안이고, 여당이 주도해서 만든 법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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