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레인의 유정    


[중앙뉴스=신주영기자]올들어 저유가 장기화로 부도위기에 몰린 산유국들의 구제금융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국채 상환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가부도에 직면했다.

감산은 물론, 생산량 동결에도 합의하지 못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에 손을 벌리는 산유국들이 늘어난다면, 산유국 위기는 신흥국 전반은 물론 선진국까지 전이될 수 있다.

 

◇ 부도위기 고조 산유국, 줄줄이 구제금융 신청

 

26일 국제금융센터와 외신들에 따르면 올들어 주요 산유국인 나이지리아, 아제르바이잔, 앙골라 등이 부도위기에 몰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아프리카 최대 경제대국이자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저유가 장기화에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50억 달러 안팎의 자금 수혈이 절실한 실정이다.

 

정부 세수의 70%, 수출대금의 95%를 원유에 의존하는 나이지리아는 유가 폭락에 성장둔화 가속화, 경상ㆍ재정수지 악화, 통화가치 추락, 외환보유액 급감, 금융시장서 외국인 이탈, 정치불안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나이지리아는 올들어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세계은행에서 25억달러, 아프리카개발은행에서 35억 달러의 차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아프리카 2위 산유국인 앙골라는 올들어 세계은행 실사단과 금융지원을 위한 협의를 마쳤고, IMF에도 차관을 요청했다. 경상ㆍ재정적자가 심각한 데다 통화가치가 3분의 2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 이은 구소련 역내 3대 산유국 중 하나로, 재정수지 적자가 확대됨에 따라 IMF에서 30억 달러, 세계은행에서 10억 달러 등 40억 달러의 차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국영기업 채권 20억달러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할 계획이다.

이 나라의 통화가치는 1년새 반토막이 났다.

 

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인 타지키스탄도 IMF 구제금융을 타진하고 있다. 이 나라는 석유자원은 많지 않지만, 러시아 석유붐에 힘입어 경제가 급속히 성장했다가 러시아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위기에 빠져 IMF에 5억달러 구제금융을 타진중이다.

 

스리랑카도 지난 6일 급격한 성장둔화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연평균 8% 성장세를 기록하던 스리랑카는 작년 들어 성장세가 급감했다 베네수엘라는 올해 안에 실제로 국가부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위기에 몰려있다.

 

▲ 베네수엘라의 주유소    

 

베네수엘라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15일 장중 10,950.4bp(1bp=0.01%)까지 폭등했다. 한국의 CDS프리미엄이 72.7bp이고, 미국이 23.8bp,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경제위기국 브라질이 455.2bp인데 비하면 상당이 높은 수준이다.

 

베네수엘라는 이날 22억5천만 달러의 국채상환을 앞두고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국영 정유사와 국가 채무는 60억 달러에 이르지만, 이 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54억 달러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중 64%는 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 산유국→신흥국 위기로 전이 가능성…"베네수엘라, 카자흐스탄, 오만 등 위험"

 

산유국들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신흥국 전반은 물론 선진국까지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주요 산유국들은 감산은 물론 동결에도 합의하지 못해 수급불균형 해소가 난망해지면서 국제유가는 당분간 현재의 낮은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자금지원 요청을 하는 산유국이 늘어난다면 산유국의 취약성이 곧 신흥국의 취약성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신흥국 전반이 위험해질 수 있다.

 

신흥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대대적인 돈풀기로 고수익을 좇는 외국인 자금이 대거 몰려들면서 외화부채가 폭증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UBS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신흥국의 외화표시채권은 올해 5천55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2017~2019년에는 연간 평균 4천900억 달러가 만기를 맞는다.

 

국제금융센터는 원유 의존도가 높은 중소산유국 중 베네수엘라와 카자흐스탄, 오만, 에콰도르, 리비아 등이 경제 금융지표가 추가로 악화될 소지가 있어 불안하다고 지목했다.

 

이들 중소 산유국에서 위기가 고조되면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유국들의 위험이 확산되면 이들 국가에 채권을 보유한 선진국 은행들의 자산부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전세계 각국이 주요 24개 산유국에 보유한 자산은 작년 9월 현재 1조6천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이 21.9%로 가장 많고, 영국(20.4%), 스페인(18.7%), 일본(11.1%), 프랑스(8.7%), 독일(5.1%) 순이다. 최근 도이체방크의 코코본드 이자 지급능력에 대한 논란으로 은행권 주가가 휘청한 유럽이 전체의 62%를 차지한다.

 

아울러 위기에 처한 산유국들이 해외자산을 회수하면 국제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주요 24개 산유국의 해외자산은 3조5천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중 미국 국채는 외국인 전체 보유액 중 5%인 2천920억 달러를 보유했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주식팀장은 "자금지원을 신청하는 산유국들이 많아진다면 외국인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자본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면서 "나아가 산유국에 투자한 각국 은행의 자산부실과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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