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 지난 60년간 시가총액 상위주가 바뀌어온 과정에는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56년 3월3일 대한증권거래소가 출범할 당시 한국 증시의 상장사는 고작 12개에 불과했다.

 

출범 당시 상장된 종목은 조흥은행, 저축은행, 한국상업은행, 흥업은행 등 4개 은행과 대한해운공사, 대한조선공사, 경성전기, 남선전기, 조선운수, 경성방직 등 일반기업 6곳, 정책적 목적으로 상장된 대한증권거래소와 한국연합증권금융뿐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상장 러시'가 일어난 1970년대와 유가·금리·달러 등의 '3저 효과'로 코스피가 1,000선을 처음 돌파한 198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 증시의 상장사 수와 주식 거래는 급격히 팽창했다.

 

거래소가 시가총액 순위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에는 국가 기간산업에 속하거나 공공성이 높은 기업이 증시를 주도했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통한 경영 능률 향상과 소득 재분배, 주식 투자 저변 확대 등을 목적으로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국민은행 등을 줄줄이 국민주로 보급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시가총액 순위에서 한국전력이 18조9천942억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국전력은 포항제철의 뒤를 이어 국민주 2호로 1989년 8월 상장됐다.

 

1988년 6월 증시에 입성한 포항제철(4조7천608억원)은 삼성전자(7조6천660억원)에 이어 당시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시기 국민주 보급은 정치적인 필요와 맞물려 이뤄졌다"며 "증시 대중화를 위해 큰 기업을 상장한다는 측면과, 국민과 경제 성장을 공유해 정권 인기를 높이려 한 목적이 함께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1997년 초유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고서 증시는 본격적으로 글로벌 수출기업 위주로 재편됐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이미 2000년대 중반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하며 넘보기 힘들 만큼 1위 자리를 높여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중국 경제의 고성장 등에 힘입어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업종에 속한 대형 수출주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2010년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에는 삼성전자(139조7천871억원)를 필두로 현대차(38조2천180억원), 현대중공업(33조6천680억원), 현대모비스(27조6천943억원), LG화학(25조9천120억원), 기아차(20조1천173억원) 등이 포함됐다.

 

최근에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 속에서 신성장주에 대한 시장 관심이 뜨겁다.

시가총액 8위(2월 말 현재)에 올라 있는 화장품주 아모레퍼시픽(21조4천835억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시가총액 10위권에는 아모레퍼시픽 외에 삼성전자, 한국전력, 현대차,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삼성생명, SK하이닉스, LG화학, 네이버가 포함돼 있다.

 

이종우 센터장은 "시가총액 상위주의 흐름은 정확하게 그 당시의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며 "최근에는 과거 시장을 주도했던 수출주에서 바이오나 화장품주 같은 신 소비주로 관심이 이동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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