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새 한 쌍처럼 살다간 부모님께 보내는 시인의 편지 한 장

 

동박새 한 쌍

   임 은 호

 

아내는 남자의 귀가 되어 반평생 전화를 대신 받았네

남자는 아내의 눈이 되어 전화번호를 대신 눌렀네

 

집에 전화를 해 아버지가 받을 땐

내 눈 먼저 캄캄해지고

어머니가 받을 땐 귀가 먹먹해졌네

 

귀가 눈이 되고

눈이 귀가 되는,

동박새 한 쌍

 

함부로 발자국을 옮겨 둥지를 떠나고 싶을 때마다

동쪽의 눈 먼 밤이

서쪽의 귀 먹은 아침이 반반씩 울음을 섞어

빈 나뭇가지에 울고 있네, 휘휘 찌르찌르 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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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가 건강하고 다정하게 백년해로 하는 모습은 참 행복이며 아름다운 복이다. 동백꽃 꿀을 먹고 산다는 동박새처럼 서로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노년까지 무탈하게 사는 부부는 동백꽃보다 눈부시다. 가족해체가 흔해져가는 시대인데 향후 세대엔 백년해로라는 말이 남아있기나 할지 의문이다

  위 시는 화자의 부모님 이야기다. 어머니는 눈이 잘 안보이며 아버지는 청력에 이상이 생겨 서로의 눈과 귀가 되어 살아간다. 이러한 모양의 부모를 화자는 동박새 한 쌍으로 표현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라고 누구나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난 거기에 하나 더하고 싶다. 의리와 배려라고... 물론 의리나 배려도 사랑의 범주에 속하지만 젊은 날의 뜨거운 핑크빛 사랑보다 노년의 사랑은 믿음이며 서로의 배려와 보살핌이 아닐까? 자녀들은 그러한 부모를 미안함과 애처로움으로 바라보며 또한 그 길을 갈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사막화되어 간다 해도 이 땅의 동박새들이 서로 기대어 둥지를 지켜가는 한 희망은 있는 것이다. 이제는 빈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눈시울 닦아낼 화자,

눈앞의 삶이 힘들 때마다 동박새 한 쌍의 노랫소릴 추억하며 그 힘으로 자신의 바다를 잘 저어 나갈 것이다.

이십년이나 빈 둥지 혼자 지키고 계시는 우리 엄마!

  엄마에게 오늘은 전화를 드려야겠다.

(최 희)

▲     © 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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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호 시인/

1966년 김포 출생

2009년 부천 신인 문학상

2014년 월간<시와표현>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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