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친이 vs 친박 집안싸움…민주당 개혁 vs 노장 사분오열

정치판이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다. 새해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를 다짐하는 한나라당과 재수정 예산안을 요구하는 민주당 간의 '예산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기미다. 한나라당 내의 친이·친박 세력 간 집안싸움도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도 낮은 지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세균 대표의 리더십과 당의 정체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박근혜 탕평인사 발언에 친이진영 비판 가세하면서 집안싸움 양상으로
홍준표 “박근혜 한 게 뭐냐?” vs 이정현 “쯧쯧, 중진일언 중천금인데…”


▲"한나라당은 집안싸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탕평인사 발언에 친이 진영에서 '박근혜 비판론'으로 응수하고 나서면서 친이·친박 양측의 집안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11월21일 박희태 대표가 한나라당 창당 11주년을 맞아 기자들에게 소감을 전하는 모습과 지도부가 이를 지켜보는 장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탕평인사 발언에 친이 진영에서 '박근혜 비판론'으로 응수하고 나서면서 친이·친박 양측의 집안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친이측은 “박근혜 전 대표가 그동안 나라를 위해 한 것이 뭐냐”며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안상수 의원은 11월27일 평화방송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표가 할 일은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이명박 정부와 힘을 합쳐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는 것”이라며 그동안의 행보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나라당 집안싸움 점입가경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명박 정부가 촛불시위를 겪을 때 도와준 적이 있느냐. 오히려 수도권 규제완화를 놓고 중앙과 지방 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 정부를 비난한 것은 국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웃음 속에 칼을 숨기고 있다”는 단어도 사용했다.

이에 대해 친박측은 발끈하고 나섰다. 친박계인 허태열 최고위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허공에다 대고만 떠들었지 박근혜 전 대표한테 공식적으로 무엇을 해달라고 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냐. 박 전 대표는 경선에서 깨끗하게 승복한 것을 시작으로 대선 때도 적극 도왔고, 중국 특사도 갔다왔고 공천도 믿어달라고 해서 믿어줬다. 박 전 대표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이같은 신뢰를 완전히 깨뜨린 측에서 먼저 매듭을 풀어야 한다”며 친이측을 비판했다.

친박 이정현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홍준표 원내대표를 겨냥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같은 당 인사를 일방적으로 매도한 사례가 최근에 있었다. 도발인지 돌발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명백하게 부적절한 처사라는 것이다. 중진일언 중천금이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자”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이전 정권 인재도 중용해야 한다” “정치란 나를 버리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메시지를 거듭 던지면서 친이 진영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예산안 처리, 정국 파행 단초

한나라당이 청와대 회동을 가진 뒤 내년도 예산안과 부속법안 처리 강행 가능성 시사 등 일전불사 의지를 밝힌 반면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의 재수정안 제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거부 방침을 천명하면서 아직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 방침을 관철할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예산안 처리가 정국을 뒤흔들 최대 변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2 야당인 자유선진당은 예산안 계수조정에는 참석할 방침을 정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 직후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9일까지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이라도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며 강행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을 12월9일까지 처리하지 않으면 예산을 집행하지 못해 경기를 회복시키기 굉장히 어렵게 된다. "예산안 통과가 늦어지면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할 수가 없으며 이번에 처리 못하고 내년에 집행해본들 그 효과는 6~8월이 넘어서 나타난다. 특히 민주당이 예산처리에 비협조적일 경우 적법 처리, 법대로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단독 강행 처리를 내비쳤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의 수정 예산안은 악화되는 경제상황에 대한 관리가 불가능한 무대책 예산이라며 예산안을 다시 제출할 것을 정부여당에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재수정 예산안에는 낮은 성장률에 대한 대책과 부자감세 철회, 지방재정 보존과 일자리 창출 대책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1월27일 정부 여당이 재수정 예산안을 편성하지 않을 경우 12월1일 시작된 국회 예산결산특위의 계수조정소위 심사작업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예산결산특위의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내년도 예산안은 성장 2%대 전망과 부자감세 강행에 따른 국가채무 급증, 5조6000억원대의 지방재정 감소, 일자리 창출에 대한 대책이 결여된 ‘4대 무대책’ 예산이다. 명확하고 현실적인 정부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계수조정소위 심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수정 예산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결위 계수조정심사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자유선진당 류근찬 정책위의장은 “경제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으면 내년 초 추경예산 문제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다시 예산을 내놔야 한다는 민주당 요구에 동조하지만 상임위별 예산심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계수조정 심사를 보이콧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목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어 반대한다”며 보이콧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내 진보·개혁 세력 민주연대 창립 ‘야당다운 야당’ 기치 내걸어
“정세균 대표 보여준 게 없다” 지도부 무기력·낮은 지지율 비판도 거세


민주당, MB 여야 대표회동 거부

▲"민주당은 사분오열"   민주당내 개혁성향 의원들은 지도부의 현안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중진·원로 인사들은 당이 너무 침체와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지도부가 자꾸 타이밍을 놓친다"며 쓴소리를 하고 있다. (사진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경제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는 모습과 민주당 중진회의 장면)
이명박 대통령의 11월28일 여야대표 회동 제안에 대해 민주당이 공식 거부 입장을 밝혔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청와대 오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조정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에 대해 특단의 위기극복 예산편성을 요구했는데 이 대통령은 예산과 법안의 조속한 처리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앵무새처럼 조속한 처리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경제위기 상황에 걸맞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먼저 밝혀 달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오찬은 적절한 자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청와대로부터 회동 제안을 받았으며 정세균 대표는 “잘 생각해 보자. 시간이 급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11월28일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입장을 결정키로 했으나 부정적 기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여당은 뒤에서 딴소리를 하는데 괜히 협력하는 모양새를 만드는 데 들러리를 서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강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여야 3당 대표들을 초청해 APEC 정상회의 결과 설명과 함께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한 이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12월 초 여야 3당 대표 청와대 회동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것이 없다며 유보적인 뜻을 밝혔고 자유선진당은 참석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국을 어떻게 돌파할지 초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고, 정국 해법에 대한 선진당의 입장도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참석 결정 이유를 밝혔다. 자유선진당은 11월28일 상임위원장단 오찬과 12월 초순 여야 대표 회동에 참석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여야 3당 대표들과의 조찬회동을 추진했으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시기와 내용 등이 부적절하다는 민주당의 요구로 무산된 바 있다.

민주당 세력분화 가시화

김근태 전 의원, 천정배 의원 등 진보·개혁 세력이 주도하는 민주연대는 12월2일 창립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비주류 연합체 성격의 민주연대는 ‘야당다운 야당’ 역할을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대표는 최규성·이종걸·최규식 의원이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연대 핵심인사는 “야당답지 못한 야당, 정체성 혼란, 전략·전술 부재 등의 문제를 극복하면서 당이 좀 더 선명하게 가도록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이 엷어지면서 당 지지율이 하락을 거듭하자 진로와 좌표 설정을 놓고 다양한 세력이 등장하는 등 세력 분화가 가속화될 조짐이다.

공동대표를 맡게 될 이종걸 의원은 11월2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강경 대응해야 할 문제는 그냥 넘기면서 김민석 최고위원 사태에 대해선 무리한 대응을 하는 등 전술 부재로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존재감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세균 대표의 지도력에 대해서도 “야당 대표로서 보여준 게 없다”고 혹평했다.

이종걸·강창일·문학진·주승용·장세환·안규백·김재균·이춘석·최문순 의원 등 9명의 개혁성향 의원들도 지도부의 현안 대응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지난 11월25일 ‘국민과 함께 하는 9인 모임’을 발족했다. 중진·원로 인사들은 당이 너무 침체와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지도부가 자꾸 타이밍을 놓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장인 김효석 의원은 지난 11월25일 당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한나라당은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민주당도 부가가치세 인하 주장을 거둬들이자”며 당론과 배치되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의 발언은 향후 당 정체성 논쟁이 '견제야당' 대 ‘대안야당’의 구도로 흘러갈 것을 예견케 한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과 쟁점법안 처리 과정에서 노선 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내에는 이미 ‘'민주 시니어’라는 박상천·김충조·문희상·홍재형·강봉균·김성순·박지원 의원 등 60세 이상 의원 15명의 최고참으로 만들어진 조직이 존재한다.

모임의 간사인 김성순 의원은 “당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우리가 정책정당으로 거듭나 차기에 집권할 능력이 있느냐. 이대로 가면 참으로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강봉균 의원은 “우리 당에 지난 선거 때 참패한 이유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 없기 때문에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경제위기와 관련해서도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정당이라고 말은 하지만 대안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김민석 최고위원 보호 투쟁이 장기간  계속된 데 대해서는 “답답하다”고 토로한 뒤 "김민석 최고위원 건도 시차를 두고 하는 현명한 방법이 없었을까. 또 헌법재판소 접촉발언 관계도 촐싹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 대표는 내주 당내 원로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당의 진로에 관한 조언을 듣기로 했다. 내부 전열을 추스리고 당의 진로를 모색하는 등 위기극복에 나서겠다는 추지다. 12월1일 60세 이상 의원 모임인 ‘민주 시니어’와 토론회를 가졌고 3일에는 전직 국회의장, 총리, 당 대표 등으로 이뤄진 상임고문단과 함께 상임고문단·최고위원회의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정치 컨설팅업체 ‘포스’의 이경헌 대표는 "민주당 지지율이 하향 고착된 것은 대선·총선 패배에 대한 평가와 반성의 결여가 누적된 게 근본 원인"이라며 "전면적 당 쇄신책이 제시되지 않고 주요 이슈에 대한 효과적 대응의 실패가 반복될 경우 당 전체가 존폐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취재 / 손창섭 기자  doppazetta@yahoo.co.kr

<뒤엉킨 남북관계 풀 실마리?>

대북채널 꽉 막혔는데…해법은 4당4색


북한의 개성관광 중단 선언 및 남북교류 차단으로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경색된 상황에서도 당마다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는 등 시각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개성관광을 중단하고 남북 육로통행을 제한·차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북한의 강경 조치 발표 이후에는 강경론이 대세를 이르며 더욱 굳어지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조는 지난 대선 때 내걸었던 비핵·개방 3000'(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지향할 경우 경제협력을 통해 국민소득 3000달러 달성 지원)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북한에 손들고 허리 굽혀가며 대화하자고 할 수는 없다며 전폭적인 경제협력이나 지원은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친이 핵심 멤버인 정두언 의원도 자신의 홈페이지 칼럼난에 “북한의 수령체제가 포기 내지 변경되지 않는 한 그 어떤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도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라며 북측과의 대화가 현 상황에서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지난 11월25일 당5역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북한의 강경 노선 방침과 관련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위협과 압박에 굴복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지난 10년처럼 북한에 끌려 다니는 불건전한 관계로 되돌아게 될 것이다. 그동안의 불건전한 남북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종국적으로 자신의 행위가 자해행위이고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이렇게 바닥까지 가야 새로운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민노당과 공조 체제를 구축해 놓고 연일 최악의 위기 상황에 빠진 남북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며 한나라당과 정부 측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의 강경 방침과 소수 야당의 한계라는 이중고에 부딪쳐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9월 청와대 영수회담 이후 방북을 추진해 왔으나 어떠한 진전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지난 11월14일 강기갑 대표 등 민주노동당의 방북도 별다른 소득 없이 당 차원의 교류에 그치고 말았다. 정세균 대표는 대북정책 기조 전환과 비핵·개방3000' 폐기, 6·15, 10·4 선언 존중을 정부에 주장해 왔다.

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온 최성 전 의원(민주당 남북관계팀장)은 “평양에서 만난 북측 인사들에 따르면 최근 군부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마지막 인내심의 한계를 벗어나 이제는 최후의 남측 반응만을 보고 있는 최후통첩”이라고 밝혔다. 최 전 의원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11월4일 북한 평양 봉수교회에서 연 ‘6·15 공동선언 이행과 평화통일을 위한 공동기도회’ 행사에 참석했었다.

한편 민주당과 민노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초당적 협력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미력하지만 남북관계 경색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야당의 힘을 모으겠다는 취지다. 강기갑 민노당 대표는 국회 차원의 비상시 국회 개최, 남북관계특위 구성 및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안 공동발의, 남북관계 개선촉구 결의안 채택 등에 민주당이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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