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김종호 기자]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양화대교에서 '해태제과 신규상장 반대'를 이유로 김 모씨(47) 해태제과주주가 고공 시위를 벌였다. 이 때문에 소방관과 경찰관이 출동하고 교통이 통제되는 등 소동이 일어났다.

 

▲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양화대교 아치에 한 해태제과주주가  올라 '해태제과 신규상장 반대'시위를 벌였다. © 김종호 기자

 

해태제과 소액주주인 김모씨는 이날 오전 6시40분쯤 양화대교 아치 위에 올랐다. 김 씨의 지인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오는 11일 예정된 해태제과 신규상장과 관련해서 2주 전부터 반대 시위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양쪽 2개 차선을 막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앞서 지난 3월과 4월에도 60대 김모씨가 두 차례 양화대교 아치 위에 올라가 회사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바 있다.

 

▲ 해태제과 주주, 그가 양화대교에 오른 까닭은?

 

이처럼 김 모 씨가 목숨을 담보하며 태풍 급 강풍이 부는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양화대교에 오른 까닭은 무엇일까?

 

당시 양화대교 농성 현장에 있던 해태제과주주들의 모임(약칭 해주모) 송인웅 대표는 “오는 11일 상장예정인 해태제과식품은 해태제과가 틀림없다. 고로 구 해태제과주식은 신주로 교환 해주어야 한다”며 “김 씨가 그동안 집회에 나선 것은 해태제과식품(신정훈 대표이사.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신규상장’에 나섰고 그럴 경우 그가 보유한 주식은 휴지가 되기 때문이다”고 김씨가 양화대교에 오른 이유를 밝혔다.

 

해주모 측에 따르면 김 씨는 평소에 “해태제과는 아버지고 족보요 조상이다. 해태제과식품은 아들이다. 해태제과에다 ‘식품’자를 붙여 아들만 신규 상장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며 해태제과식품의 상장을 반대해 왔다. 지난 4일 김 씨는 결국 춥고 강풍이 불어옴에도 양화대교에 올랐다.

 

▲  지난 4일 양화대교에서 시위중인 해태제과주주들  © 김종호 기자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 해태제과식품이 IPO를 신청한 시점부터 이러한 진통은 예상되어왔다.

 

과거 해태제과 주주들은 이번 해태제과 상장이 신규상장이 아니라 재상장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해태제과식품측은 이들이 주장하는 과거 해태제과와 현 해태제과식품과는 완전히 다른 기업이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그동안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보통 ‘해태제과’라고 하면 ‘해태제과(주)’를 떠올린다. 해주모측은 “‘해태제과’는 “해태제과(주)의 근본이자 족보요 조상”이라고 주장한다.

 

‘해태제과’라고 했는데 ‘해태제과식품(주)’을 떠올리는 분은 없다. 모든 언론이 해태제과하면 해태제과(주)인줄 알지 해태제과를 해태제과식품(주)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 해주모측의 주장이다.

 

과거 해태제과는 IMF때 유동성 위기로 부도가 났다. 이후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제과사업부문이 UBS컨소시엄으로 매각됐다. 해태제과는 건설부문만 남아 청산절차를 밟았다. 해주모측은 과거 해태제과부문이 자신들의 무형적 자산 가치를 이용하고 있는 만큼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기업이 신청한 상장에 있어서 적격성만을 심사하기 때문에 (구)주주들이 주주의 권리가 있는지는 심사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양측은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해주모 송인웅 대표는 “상호·역사·연혁등은 양도불가능한 사항이다. 해태제과식품측의 주장대로라면 지금까지의 재무제표에서 해태제과의 지분에 해당하는 ‘해태제과와 1945년에 설립된 해태제과의 역사와 연혁(브랜드)을 제거해야 한다”며 “해태제과실물주식을 무시하고 해태제과식품만의 단독상장을 하면 보유주식이 휴지가 된다. 이미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해태제과식품측은 구 해태제과와의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태제과식품 관계자는 “UBS컨소시엄에서 제과사업부문을 인수할 때 상표권·영업권·지적재산권 등의 권리를 전부 다 인수받았다. 2006년도 소송때도 법적확인이 다 끝난일이다”며 관련성에 대해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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