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봉 두드리는 이주열 총재    


[중앙뉴스=신주영기자]주요 대형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인하했지만 은행 예ㆍ적금 등에 돈이 몰리면서 수신액이 단기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지 일주일만에 주요 대형은행의 수신액은 10조원 넘게 순증했다.

 

명목상 '제로금리',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에 접어들었지만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은행에 목돈을 맡기는 '파킹' 현상만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원화예수금 잔액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 9일 973조6천249억원에서 5영업일 만인 16일 984조401억원으로 10조4천152억원 증가했다.

 

원화예수금은 원화예금과 양도성 예금증서 등을 합한 액수를 말하며 은행 자금조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금, 적금, 요구불예금 등 원화예수금의 주요 항목들이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5대 대형은행의 정기예금은 이 기간 497조5천107억원에서 498조5천468억원으로 1조361억원 늘었다.

 

정기적금은 41조9천232억원에서 41조9천875억원으로 643억원 증가했다.

 

특히 은행 수신 가운데 조달 원가가 낮아 은행의 핵심 이익으로 간주되는 요구불예금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 예금은 예금주가 지급을 원하면 은행이 언제든지 예금액을 지불해야 해 금리가 연 0.1% 이하 수준으로 낮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같은 기간 383조1천222억원에서 390조1천24억원으로 6조9천802억원 증가했다.

 

농협은행이 3조7천684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KEB하나(1조4천820억원), 우리(1조2천900억원), 신한은행(9천721억원) 순으로 증가했다. 활동성 고객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만 5천323억원 줄었다.

 

은행의 수신 금리 인하로 실망한 고객들이 주식이나 부동산 등 투자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이자는 적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은행에 맡겨두는 '은행 파킹' 현상이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초저금리지만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어 현금과 유사한 통화성이 있는 요구불예금의 급증은 이런 경향을 반영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 정희수 팀장은 "적절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개인과 기업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예금을 선호하고 있다"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한 안전자산 선호, 예·적금의 단기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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