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왜 LP시장에 진입했을까?

[중앙뉴스=임효정 기자] 현대카드가 이태원에 새로운 감성을 선보인다며, 지난해 5월 이태원에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를 선보인 이후, 지난 6월 10일 '바이닐&플라스틱'과 '스토리지'를 열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바이닐&플라스틱은 음악을 소유하며 즐기는 아날로그적인 재미를 일깨우고, '스토리지'는 다채롭고 실험적인 시각예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이 공간에서 새로운 즐거움과 영감을 얻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현대카드가 음반 매장 '바이닐 & 플라스틱'을 열었다.     © '바이닐 & 플라스틱' 홈페이지

 

그러나 LP문화를 확산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지만, 주변의 소매 LP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인 현대카드에서 ‘고물상 사업’에까지 뛰었 들었다는 것. 실제로 주변의 많은 LP 가게들은 고객들이 많이 줄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이렇게 영세상인들을 울리면서까지 현대카드가 LP시장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인지 <중앙뉴스>가 들여다봤다.

 

▲ 현대카드 음반매장, 중고 LP 판매 중단…"중소매장과 상생"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음반 매장 '바이닐 & 플라스틱'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자, 중고 바이닐(LP) 판매를 중단했다.

 

현대카드는 "중소 음반판매점과의 상생을 위해 운영정책을 변경하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바이닐 & 플라스틱'은 7월 1일부터 중고 LP 판매를 중단했고, 현대카드 결제 시 할인혜택 역시 다음 달 19일부터 20%에서 10%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다른 대형 매장에서도 중고 LP를 취급하고 있어 불협화음을 예상치 못했다"며 "중소 판매점과의 상생을 위해 중고 LP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현대카드 홍보팀 관계자는 "추가로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매장을 열 계획도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현대카드는 현재 '바이닐 & 플라스틱' 방문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서울 시내 음반판매점 소개 지도를 전국판으로 확대 제작해 배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음반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인디밴드와 뮤지션들의 LP 음반 제작을 지원할 방침을 세웠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체험형 매장"이라는 공간 설립 취지에 맞게 LP 문화와 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계속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대카드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가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바이닐 & 플라스틱' 매장을 연 뒤로, 매출 급감과 시장 독과점을 우려한 전국 소규모 레코드 상들은 매장 앞에서 시위를 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 음반소매상연합회 "현대카드 음반매장 폐쇄하라"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가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음반 매장 '바이닐 & 플라스틱'의 폐쇄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 소속 회원 30여 명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바이닐 & 플라스틱' 앞에서 집회를 열고 매장 폐쇄를 촉구했다.

 

▲ 한국음반소매상연합회는 '바이닐 & 플라스틱'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 '바이닐 & 플라스틱' 홈페이지

 

이들은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으로 문화 생산과 유통·판매까지 싹쓸이하면 문화 다양성은 순식간에 없어지고 만다"며 "우리는 현대카드 의 음반매장 운영에 숨이 막히다 못해 죽을 지경"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대기업인 현대카드가 직접 소매점을 운영하며 시장에 진입해버리면 공룡 덩치의 현대카드와 영세 소매점이 어떻게 '상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지윤 음반소매상연합회 회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바이닐 & 플라스틱' 매장 철수를 요구하는 것은 중고 LP 때문이 아니다"라며 "재벌기업이 음반소매점을 운영하지 말고 폐점하라는 것이 우리의 일관되고 물러설 수 없는 요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카드가 음반소매점을 운영하는 한 영세 음반소매점과의 '상생 방안'은 존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음반소매상연합회의 입장에 대해 현대카드 측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수익성을 위해 LP시장에 뛰어든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단지 LP문화의 확산과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LP 문화를 접하게 해주려는 시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대카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음반소매상연합회는 현대카드가 LP 사업에서 손을 뗄 때까지 매장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전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자의 입장에서는 대기업인 현대카드가 아주 작은 시장인 LP시장에까지 뛰어 들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물론 현대카드 측은 LP문화 확산을 위한 것이 취지라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LP매장을 운영해온 영세 상인들이 모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업을 철수하지 않고, 끝까지 LP사업을 해나가겠다는 현대카드의 정의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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