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산당화 출간한 천승세 작가와

▲     © 최희 기자


 

위안

      천승세

 

 

동백나무에 동박새

잣나무에 멧잣새

개펄 구멍집마다 농게

치운 가슴 옆에 모닥불

지새우는 이 한밤

함께 울다 죽는

황촉 한 자루

 

- 천승세 시집『산당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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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아르코예술 대극장에서 <원로연극제>가 있었다. 그 중 찬사와 성황리에 공연되었던 『신궁』의 원작자 천승세 작가의 신작 시집 『산당화』(문학과행동사刊)에 실린 시 한 편 소개한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겨주는 위 시가 가르키는 방향을 한 번 따라가보자.

고개 끄덕여지는 인생과 자연의 이치가 느껴지지 않는가?

동백나무로 태어난 자 동박새가 있어서 살만 하고 칠흑같은 개펄의 미미한 게 한 마리도 구멍집이 있어서 살고, 시린 가슴엔 모닥불 되어주는 어느 님 있어서 저마다 이 버석거리는 가슴을 견디며 한 세상 걸어가는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되니 감사와 안도의 깊은 숨을 마시게 된다.

하, 그렇다.

그대 아무리 초라하고 외로운 밤의 언저리에 앉아 있다해도 어둑해지는 두 눈에 눈물 고일세라 대신 울어주다 스러지는 촛불 하나 있음에, 나 또한 촛불일 수 있음에 삶은 살아지는 것이려니.

한 평생 문학일로로 걸어온 천승세 작가의 깊은 시심 한 자락에 조용한 박수를 보낸다.

(최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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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승세 (시인. 소설가)

전남 목포 출생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점례와 소」당선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희곡 「물꼬」 당선. 국립극장 현상공모 장막희곡 만선 당선

1989년 <창작과비평> 「축시춘란」외 9편 당선으로 시단 등단.

한국일보 기자. MBC전속작가. 문인협회 소설분과 이사 등 역임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현, 백상예술상)수상. 제2회 만해문학상 수상.

작품집 // 『감루연습感漏練習』(1971). 황구의 비명(1974). 신궁(1989)외 다수

시집// 『몸굿』(1995). 『산당화』(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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