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진보자유주의는 국가로 하여금 선을 행하게 하는 것”


15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한 가운데 위치한 정원빌딩 702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이날 국민참여당 부설 사단법인 참여정책연구원(이사장 이병완) 창립총회 및 개소식에 참여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참여정책연구원의 원장을 맡은 ‘불온한 자유주의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소식을 찾아온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국민참여당 당원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그렇게 불온한 자유주의자, 지식소매상 1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진보자유주의’의 기치를 갖고 정치적 움직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사)참여정책연구원에 유시민 전 장관의 임명은 원내의원도 없고 조직도 없는 초미니 정당인 국민참여당의 입지확보와 범야권 대권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유 전 장관의 정치적 공간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참여당 관계자는 참여정책연구원 창립과 관련, “2012년 대선 등을 목표로 열었다기보다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참여당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전국 득표율 6.7%를 기록해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현행 선거법상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의 보조금30%는 정책연구원에 사용하도록 돼 있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사)참여정책연구원 노항래 부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개소식은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 의장와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진후 전교조위원장 등이 축사를 한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축하난을 김두관 경남도지사, 장하진 미래발전연구원 원장이 화환을, 조승수 진보신당 원내대표가 축전을 각각 보내며 (사)참여정책연구원의 개소식을 축하했다.

유 원장은 이날 개소식 인사말을 통해 “와 주셔서 감사하다. 참여정책연구원이 이사회를 구성하는데 제가 한일은 거의 없고 이재정 원장의 명을 받아 원장을 맡게 됐다”며 “개인적으로도 2년 만에 처음으로 명함에 적을 수 있는 직책을 받아 의미가 남다르다”고 첫 운을 뗐다.

이어 “오늘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생각을 해보면 약간 서글프기도 하다. 30년 전이나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다 같이 거리에서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분들인데 어느덧 세월이 지나 서로 다른 정당의 이름을 걸고 서로 다른 후보를 응원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거리에서 보면 마음이 슬펐다. 우리들 사이의 차이가 그렇게 큰 것인가”라고 물으며 민주개혁세력의 연대를 주장했다.

또 진보자유주의와 관련, “국가로 하여금 선을 행하게 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국가 권력으로 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국가권력을 잡아야하고 국가가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 복지, 대힉등록금, 노인정책, 불공정한 국민개병제 등과 관련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정책적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회균등, 정의, 공정 등의 가치들을 국가정책에 실현시켜 2012년 4월과 12월에 활짝 웃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2012년 집권 의지를 드러냈다.

▲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 원장.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도 이날 축사를 통해 “국민참여당이 6,2 지방선거, 7.28 재보선을 거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오늘 또 다른 변화를 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했다”며 “유시민 원장과 함께 지역이나 정파에 얽매이지 않고 정책중심의 당으로 거듭나는 우리정치사의 새로운 기틀을 만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위한 새로운 정책적 비전과 우리 국민들이 만들어갈 미래 청사진을 만들 의무가 있다”며 “유 원장과  이사 및 임직원, 회원들이 모두 참여해 새로운 2012년 청사진을 위한 미래지표를 보여주자”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병완 참여정책연구원 이사장은 “감격스럽다. 창당 8개월 만에 살림살이가 갖춰지는 것 같다”며 “참여정책연구원을 통해 미래투자에 대한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유 원장이 필두로 있는 참여정책연구원의 개소는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긴장과 기대가 교차된다”면서도 “참여정책연구원의 발족이 민주진보 진영의 구체적 연대를 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깜짝 방문한 이기명 전 노무현 후원회장은 “들어오면서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글귀를 봤는데, 21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회를 만들 당시 소식지 제호가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면서 “정치권 인사들을 많이 알지만 사람 됨됨이가 갖춰진 정치인은 별로 없다. 국민참여당은 정치를 할 때 잘난 맛으로 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정치를 하라”고 충고했다.

최규엽 민노당 새세상연구소 소장은 “참여당이 당원민주주의가 완성되는 정당, 정책정당 등을 지향하는 정당이라면 민노당은 계급으로 무장한 민중의식을 지향하는 정당”이라며 “2012년 민주진보 정당을 위해 힙을 합쳐 한나라당을 밀어내고 민주정부를 수립하자”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노 부원장이 “최 소장이 과격한 용어를 쓰면서 축사를 하니까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것 같다”며 받아치자 분위기는 점점 고조됐다.

박영미 한국여성단체 대표는 “시장을 중시하는 고전적 자유주의나 시장에 모든 것을 내주는 신자유주의 등 한국사회에서 '자유'는 좋게 보지만 '자유주의'는 나쁘게 본다”면서 “유 원장이 진보자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것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유시민 원장과 국민참여당은 2021년 정권재창출을 향한 순조로운 행보를 할 수 있을까.

유 원장은 지난달 17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발표한 진보계 유력 주자에서 16.8%의 지지율을 얻으며 제1야당인 민주당의 빅3인 손학규, 정세균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 등을 가뿐히 제쳤다.

또 인터넷 웹진 <서프라이즈>를 만든 정치평론가 서영석씨는 <Why 유시민-2012 대선, 박근혜를 이긴다>를 통해 "2012년 야권 후보로 유시민을 내세울 경우 야권은 경우에 따라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지만, 유시민이 아니라면 무조건 진다"라고 주장, 유시민 대권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일단 정치평론가들은 유 원장이 현재 범야권 가장 지지율이 높은 대선 주자고 가장 경쟁력있는 후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을 지지하는 친노지지 성향의 20∼30대의 젊은 층을 포섭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단일화는 유권자의 지상명령”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야권 선거연대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인지도와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카드를 소유했다는 점에서 유시민 대권도의 기상도는 맑음이다.

또 참여정부 시절 대립각을 분명히 세웠던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전교조 등 진보진영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 선거연대의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낸 리더십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 원장의 가치를 새롭게 인정받은 부분이 야권연대를 통한 정치혁신이지만 그가 넘어야 할 산도 야권연대다.

6.2 지방선거가 야권단일화를 통한 선거연대의 가능성을 확인한 과정이었다면 7.28 재보선은 기계적인 단일화, 감동 없는 단일화에 대한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특히 절치부심 끝에 서울 은평을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선거를 진두지휘한 7.28 재보선의 경우 그 가능성과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도 야권단일화에 대한 비판은 존재했지만 예상치 못한 야당의 대승으로 인해 야권연대에 대한 비판은 애써 희석된 측면이 컸다.

하지만 7.28 재보선에서 보듯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반대편에 두고 '묻지마식 단일화'라는 선거연대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 동력도 약하다는 지적이다.

또  야당간 연합 방정식에 복잡한 셈법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선거연대는 언제나 소수정당의 희생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야권단일화가 일종의 덫으로 작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유 원장에겐 소수정당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기계적이고 감동 없는 단일화 방식과의 단절을 위한 현실가능한 방법적 대안제시가 숙제로 남은 셈이다.

유 원장과 국민참여당은 한국정치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정파간 이해관계 로 인한  다양한 계층의 의사가 정치에서 대표되지 못하는 하위정치문화와 결별할 수 있을까.

여의도 정가를 비롯해 주류 정치권의 눈이 유 원장과 국민참여당에게로 쏠리고 있는 이유다.

(시사오늘 제공=최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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