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상을 마주한 오르페우스 신화, 오페라를 마주한 창극이 온다

[중앙뉴스=임효정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은 오는 9월 23일부터 28일까지 2016-2017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개막작 ‘오르페오전’을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2012년 시즌제 도입 이후, 판소리는 물론 소설·영화·그리스비극·서양희곡 등 다양한 소재를 흡수하며 창극의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해온 국립창극단이 이번 신작을 위해 선택한 원전은 그리스 신화이자 대표적인 오페라인 오르페우스 이야기다.

 

▲ 이소영 연출가가 오르페오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임효정 기자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다룬 이 이야기는 오페라·연극·무용 등 여러 장르로 꾸준히 재탄생해왔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오늘날 실제 무대에서 상연되는 오페라 중 가장 오래된 몬테베르디 ‘오르페오’(1607), 가수의 기교를 넘어서서 레치타티보의 관현악 반주 및 합창음악의 극적인 사용으로 오페라 음악의 개혁을 이룬 글루크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1762)가 꼽힌다.

 

역사적인 두 오페라가 하나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음악극의 소재로서 오르페우스 신화가 지닌 힘을 가늠할 수 있다.

 

‘오르페오전’에서는 배우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서로 매우 다른 색깔의 올페를 연기한다.

 

김준수는 순수하고 애절한 올페를, 유태평양은 남자답고 선 굵은 올페를 그려내고 있어 이소영 연출이 “두 작품을 연출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

 

애울 역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아리랑’ 등 창극과 뮤지컬을 누비며 물오른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소연이 단독으로 맡았다.

 

▲ 애울 역을 맡은 이소연 배우가 열연을 펼치고 있다.     © 임효정 기자

 

원전과 달리 이번 작품의 애울은 인생의 순리를 따르고자 올페가 스스로 뒤돌아볼 수 있도록 이끄는 여성성을 나타낸다.

 

‘오르페오전’의 연출은 지난 시즌 개막작 ‘적벽가’(2015)를 통해 국립창극단과 첫 호흡을 맞춘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이 다시 맡았다.

 

‘적벽가’에서 “판소리의 확장이 곧 창극”이라 정의하며 판소리 본연의 창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뒀던 이소영 연출은 ‘오르페오전’을 통해 창극의 범위를 서양 음악극인 오페라로 확장시킨다.

 

‘한국의 오페라’인 창극의 외연 확장을 추구하는 동시에 완성도 높은 우리 고유의 대형 음악극 레퍼토리를 개발한다는 것이 이소영 연출과 국립창극단의 포부로, 작품의 흐름과 결말에는 이소영 연출만의 해석이 담긴다.

 

호기심, 의지박약, 연인에 대한 애타는 감정 등으로 해석되어온 오르페우스의 ‘뒤돌아봄’은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순리를 지키기 위한 자발적인 선택으로 새롭게 해석된다.

 

그간 이소영 연출의 오페라 작품에서는 철학적인 배경뿐 아니라 무대 요소에서도 동양사상의 영향이 드러났는데, 이번 ‘오르페오전’ 또한 윤회부터 방패연에 담긴 의미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전통사상을 담을 예정이다.

 

한편, 국립극장은 창극 주요 공연을 묶어 할인 판매하는 ‘창극 일편단심 패키지’와 프리패키지 등의 상품을 구성하여 선보인다.

 

국립창극단의 ‘오르페오전’ ‘트로이의 여인들’ ‘흥보씨’ ‘코카서스의 백묵원’ 네 작품을 구매 시 30퍼센트 할인이 적용되는 ‘창극 일편단심 패키지’로 더욱 알차고 저렴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예매와 문의는 국립극장 홈페이지 또는 전화 02-2280-4114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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