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는 왜? 기회만 생기면 떼거지 정치에 싸움만 할까?

20대 첫 정기국회가 개원 첫날부터 국민들에게 각본없는 드라마 한편을 선물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여당과 야당이 서로에게 거친 민낯을 드러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국회의 진짜 주인은 누굴까?

일부 어리석은 위정자들은 자신들이 주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착각도 엄청난 착각이다. 소가 다 웃을 일이다. 국회의 진짜주인은 바로 국민들이며 여당과 야당은 임기 4년동안 국민들로부터 전세를 얻어 입주한 세입자 신세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진짜 주인노릇을 하려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국민들은 울화통이 터진다.

 

세입자는 집주인의 허락이 있어야 입주가 가능하다. 국회도 마찬가지다.국회의 주인인 국민들은 19대 국회의 오만과 독선에 너무 화가나 20대 총선에서 여야 모두를 표로서 심판했다.

 

그결과 집권여당은 과반수 의석에 미치지 못했고 야당은 선방을 하면서 여당보다 더 많은 의원들을 당선 시켰다. 국민들은 여당과 야당이 어느정도 균형을 이룰수 있도록 어느 한 쪽으로 표를 몰아주지는 않았다.

 

20대 총선에서 여야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들을 공천하겠노라고 큰소리 뻥뻥 쳤다. 하지만 눈높이에 맞는 인사는 결국 계파 인사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정당마다 네퍈내편으로 편가르기 하고 공천에 탈락한 인사는 당을 뛰처나가고 곧바로 저격수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20대 국회는 탄생했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인물들을 교체하고 새정치라는 이름으로 긴급하게 수혈을 받았으면 정치가 새로워져야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20대 국회에서도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위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야당 의원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싸움닭 기질은 4·13총선에서 패배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갔다.

 

주객전도(主客顚倒)됬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지난 1일 20대 첫 정기국회가 개원을 하면서 여당인 새누리는 그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20대 국회 시작부터 삐걱대는 모습을 말이다.

 

지난1일 새누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문제 삼아 의사일정 전면 거부를 선언하고 집단퇴장을 하면서 우려했던 여야간 1차 지뢰가 터졌다.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에 당선된 정 의장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름표를 달고 종로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집권여당의 몫이었던 국회의장 자리는 여당의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면서 박근혜정부 후반기에 야당몫으로 넘어갔다. 국회의장 자리를 두고 몆몆의 야당 중진 의원들이 경합을 했지만 정세균 의원에게 더 많은 힘이 실리면서 정 의원은 20대 입법부의 수장이됐다.

 

정 의원은 의장이 되기전까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었지만 지금은 어느당에도 속해있지 않은 무소속으로 중립에 있는 몸이다. 하지만 정 의장은 이번 20대 국회 개원 첫날 개회사를 통해 국회법이 정한 ‘중립 의무’를 스스로가 깨버렸다.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판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요구했으며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해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어떻게보면 입법부 수장으로 지극히 당연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도 볼수있다.

 

국회의장도 당연히 정부를 비판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정 의장은 결정적으로 간과(看過)를 한 부분이 있다. 정 의장은 20대 총선에서 패배해 여소야대의 정국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새누리의 처해진 현실과 여당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20대 첫 정기국회에서 정 의장의 발언은 새누리당을 자극할 만한 여지가 일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국회 의사일정까지 전면 보이콧 하면서 반발한 새누리당의 대응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자 제1당으로서 정국 운영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 야당을 상대로 훈계조 발언을 한 사례가 있었지만, 야당 일부 의원들이 의석에서 반발하거나 원내지도부가 별도로 유감을 표시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사태를 확대하지 않은 것은 야당이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의 권위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행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국민들도 그런 의장을 분명 지지하고 응원할 것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를 향해 입바른 소리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는 의장이라면 뽑을 필요가 없다.

 

개회사 파문을 일으킨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2일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 20대 정기국회 첫날의 파행은 결국 28시간 만에 수습됐다.

 

국회의장의 사과로 국회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새누리당이 집권당다운 책임감과 성숙함을 갖추지 못하는 한 이번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고 20대 국회가 열리는 4년 내내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국회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제 새누리당은 달라진 국회 환경 속에서 19대 국회에서 허락되었던 일방통행이 불가능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의장을 비판하든, 야당과 싸우든 간에 대화와 협상의 테두리 내에서 행동하고 처신해야 한다.

 

어찌됬던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가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집권여당이며 제1당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비록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이유로 야당의 표심에 끌려다닌다 할지라도 집권당다운 책임감과 성숙함을 갖추지 못하면 상대방을 꺾지 못해 안달이난 어리석은 골목 깡패와 같을수 있다.

 

이제 대선이 바로 내년이다. 또다시 막가파식 행동으로 국민들의 노여움을 산다면 새누리당은 정권을 재창출 할 수 있는 기회조차 날려버릴수 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국민들의 성난 표심을 확인했다면 겸손하고 머리를 숙여라. 그래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으라,새누리뿐만 아니라 야당도 자만은 금물이다.  

 

이제는 정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국민 모두에게 희망이 한숨으로 바뀌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작금의 여야 모두가 해야할 사명이다.그럴때 국회의 주인인 국민들은 한가위처럼 넉넉한 마음을 당신들에게 주겠고 하물며 국회에 더 살수 있도록 전세권마저 연장시켜 줄 것이다.

 

그것이 주인의 마음이자 국민의 마음이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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