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중소기업 등에 빌려준 자금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서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한은의 원화대출금은 20조2천333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3천421억원 증가하면서 20조원을 돌파했다.

 

이런 한은의 대출금 규모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1년 1월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며, 20조원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한은의 대출금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월에도 15조원 대에 머물렀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11월에는 13조원 수준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2014년부터 한은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대출금이 꾸준히 늘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고자 한은이 연 0.5∼1.0%의 저금리로 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과거 '총액한도대출'로 불렀으나 2013년 12월 금융중개지원대출로 명칭을 바꿨다.

 

한은은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2014년 7월 금융중개지원 대출 한도를 12조원에서 15조원으로 3조원 증액한데 이어 2015년 4월에도 한도를 20조원으로 늘리고 일부 지원 프로그램의 대출 금리도 인하했다.

 

이어 지난 5월부터는 한도를 25조원으로 5조원 확대했다.

 

지난달 말 현재 한은 대출금을 항목별로 보면 금융중개지원대출 잔액이 16조8천21억원이었고 기타가 3조4천313억원이었다.

 

기타는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른 산업은행 대출금이다.

한은은 작년 8월 산업은행의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500억원 출연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은행에 3조4천억원을 대출해줬다.

 

한은은 금융안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으므로 경기 부진으로 유동성 경색이 빚어진 부문을 지원하는 것은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다.

 

하지만 형평성 논란과 함께 급격히 늘어나는 유동성의 관리비용과 부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유동성 증가는 물가상승과 화폐가치 하락을 초래하고 유동성 관리비용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최근 들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면서 시중에 유동성을 확대 공급해왔는데 이를 흡수하기 위한 통화안정증권의 발행액과 이자비용도 상당한 수준에 달했다.

 

지난 7월 시중 통화량(M2·광의통화)은 2천352조2천451억원(평잔·원계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통안증권 발행액은 2013년 175조원에서 2014년 189조9천억원으로 늘었고 작년에도 188조원어치가 발행됐다.

 

통안증권 이자비용은 2013년 4조9천억원, 2014년 4조7천억원, 작년엔 4조1천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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