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    

 

[중앙뉴스=신주영기자]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개각에서 한국경제를 이끌어나갈 수장에 내정됐다.

 

임 내정자의 장관급 이상 직책으로는 지난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실장(현재 국무조정실장), 금융위원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그간 경제부총리 유력 후보로 여러 차례 하마평에 올랐다가 한국경제호(號)가 대내외적으로 최고조의 위기에 놓인 시기에 키를 잡게 됐다. 임 내정자는 정통 경제관료이자 정책통이다. 부처 계보로는 옛 재무부(MOF) 출신이다.

 

현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를 이끈 현오석·최경환 부총리는 모두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이다.

 

지난 정부의 강만수·윤증현 장관에 이은 재무부 출신 기재부 장관인 셈이다.

 

재무부 출신인데도 금융뿐 아니라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재정경제원과 재정경제부 시절 옛 기획원과 재무부 당시부터 명맥을 이어온 핵심 정책부서를 두루 거친 흔치 않은 배경이 있어서다.

 

금융·경제 정책의 핵심 보직인 금융정책국 금융정책과장과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을 연달아 맡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어 국장급 보직에서도 금융정책심의관에 이어 경제정책국장을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도 했다.

 

2010년 기획재정부 1차관을 맡았을 때는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3종 세트 정책'을 설계, 소규모 개방경제의 외환·금융시장 불안요인을 줄였다.

 

각료 중에서는 보기 드문 업계 최고경영자 경력을 갖고 있는 것도 그에겐 자산이다.

국무총리실장으로 당시 김황식 총리를 보필한 것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뒤 연세대 석좌교수로 잠시 있다가, 2013년 6월부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일했다.

 

그의 농협금융 회장 때 성적은 좋았다.

 

농협은행과 농협생명의 성장세를 이끌며 업계를 긴장시켰다.

'농협금융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특히 KB금융지주를 제치고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증권업계 1위로 도약하기도 했다.

 

금융위원장으로서는 전임자인 신제윤 위원장이 시작한 금융개혁의 완성도를 높이고, 조선·해운 구조조정을 끌어나가는 데 집중했다.

 

23년 만의 새 은행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두 곳에 예비인가를 내주고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 22년 만에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했으며 계좌이동서비스도 시작했다.

 

거래소 개편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보험상품·가격 자유화, 크라우드펀딩, 핀테크 규제 개선 등으로 금융권에 계속해서 '성과주의'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경영난에 빠진 해운·조선업종에 구조조정 메스를 들었다.

기업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손실 분담이 없다면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세계 7위 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현대상선·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는 생산 능력 20%, 인력 30%를 감축하며 몸집을 줄이고 있다.

 

임 내정자는 꼼꼼한 성격이면서도 발로 뛰는 스타일을 보여준다.

농협금융 회장 때는 방방곡곡을 돌며 직원을 다독였고 금융위원장이 된 뒤에도 금융현장을 누볐다.

 

금융위원장으로서 주재하는 업계 간담회에 금융사 팀장, 과장급을 참석시킨 사례는 형식보다는 실무와 실질을 중시하는 그의 업무 스타일을 보여준다.

 

업무 몰입도가 강하고 일 중독 성향도 있다.

 

2009년 11월 청와대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회의 도중에 '병상에 계신 아버님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았으나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가 부친의 임종을 놓친 일은 유명한 일화다.

 

시야가 넓고 정책 조정에 능한 편이다. 금융과 거시경제를 넘나들었고 국무총리실장 시절에도 부처 간 조정업무가 많았던 것이 그 배경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에 구조조정 실무를 주도한 경험도 있다.

 

논리적이며 온화한 성품이며 합리적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가 많다. 선후배 사이에서 그를 둘러싼 험담을 듣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모자라는 부분도 있다. 주영국대사관 재경관을 역임하긴 했지만 국제무대 경험은 적은 편이다.

 

높아진 국가 위상만큼 G20, 국제통화기금(IMF) 등 경제외교 무대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를 놓고는 긍정적인 시각만 있지는 않다.

 

전남 보성 출신으로 서울 영동고, 연세대를 나왔다.

프로듀서(PD) 출신인 부인은 KBS에 재직 중이다. 슬하에 대기업 생활을 그만두고 미국 유학길을 떠난 딸이 있다.

 

▲ 전남 보성(57) ▲ 연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 행시 24회 ▲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종합정책과장 ▲ 영국 재경참사관 ▲ 재정경제부 금융정책심의관 ▲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 ▲ 기획재정부 1차관 ▲ 국무총리실장 ▲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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