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 맡은 수성엔지니어링, 야간 작업 현장에 입회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

[중앙뉴스=홍성완 기자]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중량 장비를 해체하던 중 카자흐스탄 출신 인부 등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현재 이 사고의 원인은 중장비를 해체할 시 결속·안전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설치하지 않고 해체하는 바람에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에 제출한 야간작업 계획서에는 이번 해체 작업에 대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아 삼성물산 측과 공사현장을 책임져야 할 감리단인 ‘수성엔지니어링’의 안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석촌동 배명사거리 지하철 9호선 공사현장(서울지하철 919, 삼전동~석촌동)에서 추락 및 협착으로 인해 인부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22일 오후 6시 47분경, 굴진 완료된 쉴드 TBM 2호기 해체작업 중 부품이 기울어지면서 1명은 기계 사이에 꼈고, 또 1명은 추락했다.

 

쉴드 TBM 2호기는 쉴드공법으로 터널을 뚫을 때 사용하는 중장비다.

 

지난해 석촌지하차도에 대형동공(싱크홀)이 발생하면서 공기가 지연되자 서울시의회 자유한국당 강감창 부의장이 쉴드 TBM 장비 2호기를 추가로 투입할 것을 주문하면서 들여왔다. 

 

아울러 해당구간은 평소 주변 교통체증에 대한 민원이 많아 장비 계획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공정이 지속적으로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회는 TBM 장비의 추가 투입을 검토했고, 이후 쉴드 TBM 2호기 장비를 통해 늦어진 공정기간을 앞당겼다. 이후 완료단계에 이르면서 이를 해체하는 작업을 벌이는 중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고도 안전관리가 미흡해 발생했다는 점이다.

 

TBM 장비를 해체할 때 세그먼트 전도방지용 지지대(결속·안전 장치)를 설치해야 함에도 이를 설치하지 않았고, 해체계획을 검토하는 과정도 미흡했다는 것이 업계에서 추정하고 있는 이번 사고 발생 원인이다.

 

이번 작업은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 7시까지 계획된 야간작업이었다.

 

본지가 입수한 사고 발생 구간 야간 작업계획서 내용에 따르면, 이날 야간 작업은 출입구 외벽 거푸집 해체 및 방수, 복공 및 주형보 해체, 이후 하선 측 되메우기 및 아스콘 포장 작업이 계획돼 있었다. 

 

작업계획서는 보통 한 달 단위로 이뤄진다. 이런 가운데 작업계획서에 없는 작업이 이뤄질 경우, 이에 대한 보충 작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장비해체 작업의 경우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작업 중 하나로 분류돼 장비해체계획서를 따로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장비 해체에 대한 계획서는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결속지지대를 비롯해 제대로 된 낙하방지 안전장치 등도 설치돼 있지 않아 추락사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작업현장에서 안전관리를 위해 필수적으로 함께해야 하는 감리단이 입회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입회를 했다고 해도 사고 발생시에는 자리를 비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고 현장의 감리단은 ‘수성엔지니어링’이다. 따라서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수성엔지니어링’이 제대로 된 현장관리 및 안전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협력사의 야간작업이 계획서와 다르게 임의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 장비해체계획서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고, 알고 있지 않았다면 현장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었다는 방증”이라며 “ 모두 부실한 현장관리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며 “현장을 책임져야 하는 감리단의 경우, 그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작업자 중 한 명은 외국인이라고 들었는데, 장비해체 작업은 안전관리 중에서도 가장 상위급에 해당하는 위험한 작업”이라며 “이런 작업에 신호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과연 외국인이 숙련된 작업자였는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굴착 작업이 끝나고 해체 작업 중 일부 장비가 기울어지면서 추락과 협착(장비 사이에 끼임)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세한 상황은 경찰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경찰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고, 노동부 조사도 곧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고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망사고와 관련한 유족과의 보상문제에 대해서는 “협력업체 소속 직원 분들이다 보니 협력사와 상의를 해본 뒤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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