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자동차 하면 1985년 등장해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쏘나타’가 대표적이다. 반면 저조한 판매로 후속모델 출시주기인 5~7년을 채우지 못하고 너무 일찍 단종된 탓에, 이름을 들어도 잘 모르는 자동차들도 있다. 이 같은 비운의 무명인생을 살다 사라진 차들과, 과연 애프터마켓인 중고차시장에서 그들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 받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시대를 잘못타고 태어난 죄?

1992년 시판된 쌍용의 칼리스타는 외관에서부터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풍겼다. 영국 펜더사 태생인 칼리스타는 1930년대의 명차 재규어 SS100을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디자인에 2933cc V6 포드사 엔진을 장착, 28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차량이었다. 하지만 3000만원대라는, 당시 대형차보다 비싼가격에 시판되었는데 스포츠카, 오픈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당시 한국시장에서 버텨내기란 어려웠다. 결국 칼리스타는 후속모델 없이 2년만에 100대에 못 미치는 생산대수를 기록하고 단종되고 만다.

1996년 기아에서 출시된 엘란 역시 칼리스타와 마찬가지로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자동차다. 영국 로터스사의 기본설계를 따른 컨버터블 스포츠카 엘란은 최고출력 151마력에 최고속도 220km의 성능을 자랑했다. 하지만 엘란 역시 칼리스타와 마찬가지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부족과 3,000만원에 육박하는 다소 비싼가격, 여기에 IMF외환위기로 기아자동차의 경영악화에 따른 수익성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1999말에 총 1000대를 밑도는 판매고를 기록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소장용 자동차로 불릴 정도로 그 품질만큼은 인정받고 있어 15년이 지난 지금도 800~10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감성에서 10cm 어긋나

대우자동차에서 1994년 출시한 씨에로는 대우차의 소형라인업인 르망을 고급화해, 에스페로와 르망 사이에 위치했던 모델이다. 5년 연속 케냐 사파리랠리 우승을 하며 준수한 주행성능을 어필해왔다. 하지만 전 모델인 르망과 같이 판매가 이루어지면서도 르망과 크게 다르지 않는 외관, 실내구조, 편의사양에서 차이점을 부각시키지 못하면서 르망이라는 브랜드에 묻히고 말았다.

1995년 출시된 해치백모델 넥시아 역시 르망펜타-5와의 차별성을 보이는데 실패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게다가 현재와 달리 해치백이 잘 안팔리는 우리나라 자동차시장 특성 탓에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씨에로, 넥시아는 1996년 후속모델 라노스의 등장으로 모두 단종되고 만다.

G2X는 2007년 GM대우에서는 미국 새턴사의 ‘스카이 레드라인’을 국내에 들여온 모델이었다. 낮은 무게중심에 전면과 후면의 이상적인 무게배분으로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자랑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감성에 맞지는 않았다. 거기에 4,000만원 중반의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100여대의 판매고를 올리고 출시 1년 만에 쓸쓸하게 퇴장했다.

이들 모두 출시 후 시간이 흘렀고, 당시 판매대수가 많지 않아 현재 중고차시장에서도 보기 힘든 차량들이다. 하지만 그 희소가치 덕분인지 거래중인 중고차의 경우 예상외로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어 있다. 2008년식 G2X의 경우 3,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90년대 후반 당시 엘란과 비슷한 가격대로 출시되었던 엔터프라이즈, 다이너스티가 500~600만원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반면, 엘란은 이보다 20~30%가량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카즈 임진우 매물담당은 “위 차량들은 짧은 기간동안 판매된 탓에 소비자들이 쉽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씨에로와 넥시아는 아직까지 동유럽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고, 특히, 칼리스타, 엘란, G2X와 같은 정통스포츠카는 최근 재평가를 받으며 그 가치를 높이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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