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채용비리 감찰 요청·이건희 차용계좌 의혹도 제기

▲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열린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은 '채용비리 의혹'으로 여야 의원들로부터 집중질타를 받았다.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비롯한 이건희 차명계좌 개설의혹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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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뉴스=김주경 기자]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열린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은 '채용비리 의혹'으로 여야 의원들로부터 집중질타를 받았다.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비롯한 이건희 차명계좌 개설의혹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금감원의 채용비리에 대해 연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임기 이전에 발생한 채용비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취임 이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인사·조직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개혁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금감원은 지금 벼랑 끝에 몰렸다"며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금감원 임직원들이 각종 의혹과 일탈 행위로 심려를 끼쳐 아주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 임원의 경우 사실상 임기 중 징계가 불가능하고 사표 수리로 매듭지어진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인사·조직 혁신 TF에서 임원에 대한 규정을 엄격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달 말 대충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정무위 간사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금감원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채용비리 등이 지적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한 숨 밖에 안나온다"며 전직 고위 간부들이 연루된 금감원의 채용비리 의혹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당 전해철 의원 역시 "채용비리의 수준이 도를 넘었다"며 "지금 상황에서 금감원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내부 개혁"이라고 질타했다.

 

정재호 의원은 "위기의 금감원이 놓인 이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엉망진창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은 금감원의 인력 구조도를  문제 삼으며  "연루된 고위 간부들 잘못으로 인해 금감원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며 "2천 명에 달하는 기관 임직원 중 팀장급 이상 간부가 너무 많아 생긴 일"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금감원이 '비리 종합세트' 오명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 퇴직 간부들이 관계 기관에 재취업해 각종 인사 청탁과 업무 청탁을 담당하는 연결고리를 지금 당장 끊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채용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심 의원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150명을 공채하면서 이중 약 10%인 16명을 금융감독원이나 국가정보원, 은행 주요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 등을 특혜채용한 것으로 맞냐"고 질문을 던졌다.

 

심 의원이 발표한 우리은행 인사팀의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및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는 16명에 대한 정보가 나와있다.여기에는 이름과 생년, 성별, 출신학교 뿐 아니라 해당 인물에 대한 추천인도 함께 나와있다.

 

심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임원, 국정원 직원 자녀, VIP 고객 기업 간부 등이 추천현황 명단에 올라가 있고, 전원 최종 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공채에 1만7천 명이 지원해 1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매일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사는 청년들 입장에서는 돈하고 연줄, 권력이 짬짜미로 연결된 현실에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금감원이 인사비리나 채용청탁이 있을 때마다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고 질타하면서 "명단을 보면 이상구 전 부원장보 요청으로 한 건, 또 한 건은 금감원 요청으로 돼 있는 만큼, 내부 확인 및 감사를 통해 엄중히 조처하고 결과를 보고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채용비리의혹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금감원에서는 검토를 통해 수사 의뢰하고 블라인드 채용방식 등 은행권 채용과정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최 원장은 이에 대해 "면목없다"면서 "우리은행에 자체감찰을 지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현장검사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의 계좌들이 김용철 변호사 등의 이름으로 여럿 개설됐던 정황의혹에 대해 캐물었다.박용진 의원은 "조준웅과 2008년 삼성특검 수사 당시 도명계좌를 적발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 민 부원장보는 "당시 이 사건이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면서 이슈가 됐고, 김 변호사는 자기 모르게 자기 이름으로 계좌가 개설됐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런 계좌가 다수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김 변호사) 모르게 자기 이름이 삼성 이건희 회장의 계좌로 이용된 부분들이 좀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 부원장보는 "계좌 명의인에 대해 사실을 확인해달라고 (삼성 측에) 요청했지만, 그쪽에서 답을 안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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