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과 만나 방송장악 집행 혐의, 이명박 정권 방송장악의 실행자

 

▲ 영장이 기각된 김재철 전 MBC 사장이 10일 새벽 경기도 의왕 서울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명박 정부 방송장악의 상징적 인물로 불리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구속을 면했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10일 오전 김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박찬호 2차장 검사)은 이명박 정권 당시 김 전 사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과 공모해 MBC 장악을 집행했다고 판단하고 <국정원법,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강 판사가 내세운 영장 기각 사유는 세 가지다. 

 

△증거 대부분이 이미 수집된 점

△피의자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

△국정원법 위반죄는 국정원 직원을 위한 특수법이어서 신분없는 자의 공모 혐의를 다투는 점

 

검찰은 국정원 직원이 전영배 전 MBC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김 전 사장에 'MBC 정상화 문건'을 전달했고, 김 전 사장은 이를 통해 정권 차원의 방송장악 계획을 수행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전 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국정원 직원을 전혀 만난 적이 없고 문건 내용을 직접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 사장은 검찰 출석 과정 중에 만난 기자들에게 "MBC는 장악될 수가 없는 회사이자 장악해서도 안 되는 회사"라며 "이것이 제가 경영진으로서 일했던 저의 소신이며 지금도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국정원개혁위원회에서 전달받은 추가 자료와 MBC 내부문건을 더 살펴본 뒤 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MBC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10일 성명을 내고 영장 기각에 유감을 표명했다. 영장 기각이 유감인 근거와 김 전 사장이 재임 시절 저지른 행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MBC 노조는 “차명 대포폰을 밥 먹듯 쓰고, 주민등록상 주거지와 다른 곳을 이곳 저곳 옮겨다니며 압수수색을 피해 다녔고 (중략) 게다가 김재철은 최근 검찰에 소환된 전 MBC 기획조정실장 전영배와 접촉해 진술 내용까지 맞추려고 했다. 김재철은 이미 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해 사법부로부터 징역 6개월 형을 선고받은 범죄 전과자”라는 이유로 영장 기각 사유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김재철은 국정원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며 MBC 관계사 사장들과 국장·부장급 간부들을 물갈이 하고, MBC 간판 시사프로그램 폐지, 블랙리스트 제작진·출연진을 교체했다. 방송사상 최초로 대량 부당해고, 대규모 부당징계 및 부당전보를 기획하고 자행한 방송관계법 및 노동법 위반 사범이다. 사장 재임 시절 모두 9명을 부당 해고하고 80여명을 ‘묻지마 징계’하고 70여명을 부당전보 했다. 피해자들이 법적 소송을 통해 부당함을 확인받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도 경인지사와 신천교육대 등 제2, 제3의 유배지를 만들어 보복 조치했다. 1심, 2심 재판을 통해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은 2012년 MBC 파업 당시, 전무후무한 ‘시용기자’라는 용어를 도입해 불법 대체 인력을 대거 채용했다”며 김 전 사장의 혐의를 일일이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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