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민 시인 / 수필가     © 중앙뉴스


[중앙뉴스 전문가칼럼=박종민] 어쩌다가 대박이란 용어가 유행어가 됐는지 모르지만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뜬금없이 대박! 대박! 하며 외쳐대는 걸 자주 본다. 초등학생부터 일반 성인에 이르기까지 마치 대박이라는 프레임에라도 빠져버린 듯이 툭하면, 아 대박! 대 박! 하며 큰소리로 외쳐대고 있다. 완전 유행어가 돼버렸다.

대박이란 말이 전혀 어울리질 않고 뜻과 맞질 않는 정황인데도 여기저기다 잘도 갖다 붙이고 있다. 실로 허무맹랑하다. 대박이란 의미가 도대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말사전에 오른 대박(大舶)이란 낱말의 뜻은, 1. 큰 배(大船), a big ship. 2. 큰 물건을 가리키는 대물(大物). 두 가지가 있다. 그렇다면 요즘 젊은이들의 어휘를 그대로 써서 풀이한다면, 아, 큰 배! 아니면 아, 큰 물건! 일뿐이다. 

 

현실적 정황과 낱말의 뜻 근거가 맞질 않는다. 예를 들어 로토복권에 당첨 됐을 때, 대박이란 용어를 사용해본다면, 아, 대박!- 큰 배!, 큰 물건! 으로, 행운을 만나고 재물을 얻게 된 걸 가지고 큰 배, 큰 물건이라 부르니 그리 적절치 않은 것이다. 대박이란 뜻과 내용이 부합치 않다는 얘기다. 학생이 시험을 잘 봤다, 대박이다. 선생님이 결혼을 했는데 신부가 예쁘고 착하다, 대박이다. 거의 다 이런 식이다.

왜 이렇게 아무렇게나 대박을 외쳐대는 걸까? 확고한 소신이 없는 추구다. 대박! 대박! 하며 외쳐대는 건 일종의 기대 심리이며 어떤 정황에서의 탈피와 국면으로부터의 회피 또는 기피이다. 근면 성실 노력과 거리가 먼 일확천금(一攫千金)으로 횡재(橫財)를 바라는 사행심(射倖心)인 것이다. 곤궁(困窮)한 자가 재물을 얻고 싶고 나약(懦弱)한 자가 행운을 잡아보고 싶은 욕구의 표출이며 갈구하는 표현이다. 뜬 구름 잡는 거다. 

 

가망성(可望性)이 없으나 될 수도 있다는 희망적(希望的)언행일 수는 있다. 내심 소원하고 기대하는 바가 달성되고 이뤄지기라도 한 듯, 미리 위안을 가지려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과 그 말을 받아드리는 사람 모두에게 위로하고자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의 내용 없는 허구의 실체이다.

언제부터 신조어가 됐고 어떻게 사용하게 되었는지 확실치 않으나 젊은이들이나 학생들이 대박! 하면 그 말맛은 그런대로 구수하고 화끈하다. 어쩌면 하나의 코 메디, 개그의 말씨와도 같이 느껴진다. 우습게 여겨진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실속이 없는 허드레 말인 것이다. 고운 낱말을 골라 곱게 쓰고 좋게 해석하면서 좋은 일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건만 너무 쉽게, 그리고 흔하게, 천박스럽게 써대고 있는 것이다.  

 

대박과 어휘가 비슷한 말로 대박미산(大樸未散)이란 단어가 있다. 본래의 소박하고 진실 된 기품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는 말뜻이다. 그러고 보면 오히려 젊은이들이 널리 자주 쓰고 있는 대박이란 용어가 이 대박미산을 줄여 써서 거기서 유래 된 듯도 하다. 대박미산은 어떤 사안에 가져다 붙여도 될 듯, 한 아름답고 좋은 낱말이다.

누군가가 시험을 잘 봐서 원하는 곳에 합격을 했을 경우, 오, 대박미산! 오, 대박(大撲)!으로 쓰며 이해한다면 덜 어색한 것이란 얘기다. 진정한 의미나 정당한 뜻도 모르면서 그냥 무작정 남이 해대니 나도 대박! 대박! 하는 말장난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나이 지긋한 선배, 어르신들이 불필요한 낱말의 씀씀이를 고쳐주고 지도해 준다면 우리말은 더욱 곱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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