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주관, 한국의 자살예방 현황과 미래과제 국회 세미나 열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우리나라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정책과 예산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서서울생명의전화(원장 김인숙)와 김용태·김승희 의원이 주최하고 본지와 한국자살예방센터가 공동 주관한 제10회 자살예방 세미나가 <한국의 자살예방 현황과 미래과제>란 주제로 30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 30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자살예방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박효영 기자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와 정치인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 자살 예방 관련 국가 예산이 너무 낮다는 데에 공감했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자살을 막아야 한다는 데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가정양육수당 예산 1조 2천억원이 편성됐는데 자살예방 관련 예산이 99억원이다. 모순이다. 살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명존중은 경시되고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투자만 너무 많은 것은 여야를 떠나서 슬픈 일이다”고 밝혔다.

 

김인숙 서서울생명의전화 원장은 “자살은 어느 특정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극심한 위기를 겪을 수 있고 그 위기를 넘기면 기회가 온다. 회복탄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위기에 빠진 사람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핵심이다”고 밝혔다.

 

▲ 김인숙 서서울생명의전화 원장은 자살 상담 전문가로서 자살 예방에 대해 중요한 제안을 많이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세미나를 주최한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예산 자체가 터무니없이 작고 자살 예방 상담자들의 근무조건도 열악하다. 보건복지부 내에 관련 인력도 두 명 밖에 없다.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지 오래됐는데 관련 조직 강화와 예산 확보는 너무 더디다”고 지적했다.

 

▲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의 자살예산이 터무니없이 낮은 점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명숙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서기관은 “맞다. 너무 부족하다. 그래도 언론의 지속적인 비판과 문제제기 덕분에 내년에 복지부 내에 자살예방정책과가 생긴다. 자살예방정책이 국정과제에 포함되기도 했다”며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전명숙 서기관은 그럼에도 자살예방 관련 정부의 예산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원장은 첫 번째 발표에서 일본, 핀란드, 미국, 호주를 중심으로 외국의 자살예방 정책을 설명했다. 특히 국가가 실업·도산·채무·장시간노동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에 대한 대응책과 개인의 성향을 고려한 정신건강 및 상담 인프라를 동시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자살예방 정책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면 향후 10년 안에 가시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세 번째 발표에서 “한국인이 얼마나 자살을 많이 하는지 실질적으로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치인들이 말만 하지 심각성을 모른다는 취지다. 실제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이 문제는 정말 시급한데 그에 비해 국가 정책이 부족한 이유는 정치인의 문제의식이 너무 안이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천세영 교수는 교육학자로서 자살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천 교수는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정신과적 치료를 받는 경우가 10% 밖에 안 된다”며 “육체적 병의 가장 큰 게 암이듯이 정신적 병의 가장 큰 것이 바로 자살이다. 자살 기도자(연간 1만5000명~30만명)의 10~20%가 실제 자살을 감행하는데. 6번내지 10번 정도 자살을 예고하거나 암시한다”고 말해 위기에 처해있는 사람이 보내는 위험 신호를 잘 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그래프를 보여주며)자살도 노력하면 줄일 수 있다”며 “동물도 자살한다. 그러니까 자살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권리가 아니라 생명의 기본 원리다. 살기 힘드니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거다”고 말해 국가가 개개인의 삶이 힘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본질적인 자살예방이라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또 “제발 자살 소식은 뉴스에 내보내지 말자. 유명한 사람의 자살 소식은 베르테르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매우 유의해서 다뤄야 한다. (세모녀 사건처럼) 사회적 배경이 자살의 원인이 된 경우는 일반인이니까 별로 관심을 안 두고 유명인의 자살만 크게 보도되는 현실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중 질의 시간에 생명의 전화가 40년의 역사를 통해 자살 상담 전문성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데 정부가 여기에 관련 사업을 전면 위탁해서 운영하면 좋겠다는 대안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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