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의 배경 3가지, 친홍 심기·투명한 평가·노력 미반영, 홍준표 대표 친홍심기 부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의 당무감사 결과 현직 당협위원장들이 대거 물갈이 대상에 오르면서 재심 청구가 잇따르는 등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은 생각보다 수위가 높지 않지만 자칭 “열심히 당을 위해 뛰어다닌” 그밖의 인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은 20일까지 재심 신청자를 받기로 했는데 반발이 강한 현직 위원장들이 막판에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식 자유한국당 부산 북구강서구갑 당협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시장 후보를 경선으로 뽑아야 한다는 제안이 왜 죄가 되느냐”며 홍준표 대표에 반기를 들어 자신이 당무감사에서 낙제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 19일 박민식 자유한국당 부산 북구강서구갑 당협위원장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무감사 결과에 불복하고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위원장은 ‘패악질·호가호위·차도살인·자폭·숙청·호구·어이상실’ 등 거친 표현을 여과없이 사용하며 이번 당무감사 결과에 강력 항의했다. 박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의 위기와 관련 “나쁜 사람이라, 배반했다고, 바른말한다고 찍어내서 오로지 말 잘 듣는 사람만 남겨서” 자유한국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처참하게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부산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하겠다는 입장이고, 박 위원장은 한국당의 부산시장 경선을 주장하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 반발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홍 대표가 강력하게 경선을 주장하는 본인이 눈엣가시라 이번 당무감사에서 “솎아냈다”는 게 박 위원장의 입장이다. 

 

박 위원장의 성토가 끝난 직후 김희정 자유한국당 부산연제구 당협위원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구관리를 잘 했다고 평가받는 위원장들이 줄줄이 탈락했다”며 이번 당무감사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이들이 제기하는 당무감사에 대한 비판 입장은 크게 △친홍 심기 △평가의 투명성 △열심히 뛴 것에 대한 평가 미반영. 3가지다. 

 

친홍 심기

 

박민식 당협위원장은 자유한국당 내의 분위기가 홍 대표와 의견이 다르면 찍히는데다 현역 의원들조차 대표의 눈치를 살핀다며 이번 당무감사를 “당 대표에 대한 충성도 평가”라고 규정했다. 박 위원장은 부산 지역에서 “친홍 실세 문고리 3인방”이 있다면서 그들이 “부자 사업가의 뒤도 봐주고 신임 당협위원장 선임까지 관여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에서 이미 알려진 소문이라는 것이다. 이 문고리 3인방은 이번 당무감사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타짜”이고 현직 당협위원장들은 “호구”가 됐다는 설명이다.

 

박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전국은 모르겠지만 부산 쪽은 끼워넣기 식의 친홍 심기가 분명 있었다”며 “일부는 친박청산, 일부는 친홍 심기”가 이번 당무감사의 주요 성격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 박민식 당협위원장은 부산 지역의 여론을 설명하면서 이미 친홍 인사가 전횡을 부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의 문자메시지 한 통을 증거로 기자들에게 보여줬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희정 당협위원장도 지방선거 공천이나 신임 당협위원장이 되려면 “당 실세로 알려진 누군가에게 얼굴 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소문이 만연하다고 비슷한 주장을 했다. 김 위원장의 지역구인 부산 연제구에 2016년 총선에서 패배하고 “자당 후보를 흔든 해당 행위자들”이 홍 대표의 실세 측근에게 줄을 댔다는 후술이다. 이들이 신임 당협위원장에 “무혈입성”하게 됐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는 게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평가 정보가 현역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에는 공개된 적이 없었는데 차기 당협위원장에 내정된 사람들은 그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정보가 불균형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 이날 박민식 당협위원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바로 김희정 부산 연제구 당협위원장이 마찬가지로 당무감사 결과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평가의 투명성

 

박 위원장은 ‘당 명예준수 10%·당원 책무 25%·정책활동 15%·평판도 25%’의 평가 기준을 어떻계 계량화할 수 있냐면서 “억지서명 받고 의무적 트윗 몇 번 해서 점수 받는 것”은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라고 반발했다. 그런 평가 기준을 인정하더라도 “어떤 절차로, 어떻게 점수부여했는지” 공개하라는 게 박 위원장의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홍 대표가 블라인드 평가를 거론하면서 정무적 판단을 배제했다고 강조한 것을 두고, 실제 평가자가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알지 못 하고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못 하면 그들의 농단으로 자의적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위원장은 “한국당에 꽃밭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와 험지로 불리는 낙동강 벨트(부산 북구·사상구·사하구·강서구·경상남도 김해시·양산시·창원시 성산구로 민주당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를 똑같이 평가해서 점수주는 게 어딨냐”면서 “내가 0.4점 모자라서 지역구 조직관리가 개판이고 꽃밭은 0.4점 더 받아서 관리를 잘 한 것이냐”고 강력 반발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총선 때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패배했고 탄핵 정국 이후 이 지역의 여론조사 결과도 한국당에 불리하다. 때문에 박 위원장은 “부산 연제 이씨, 대구 홍 대표의 비서실장, 해운대 김씨가 차기 당협위원장에 내정됐다”면서 “보수의 본산인 TK를 지키기 위해 험지인 낙동강 벨트는 희망이 없으니 민주당에 헌납하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김 위원장도 “조사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의적 개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무적 판단없이 계량화 지표로 공정하게 평가를 했다고 하지만 “멀쩡한 당협위원장들을 쳐내는 무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김희정 당협위원장은 "자유한국당에 대한 애정이 크다"면서 "보수혁신 작업은 필요하지만 이번 당무감사는 매우 불공정했다"고 기자들에게 적극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위원장은 평판도 조사를 예로 들며 “조사자가 무슨 기준으로 한 지역구당 몇 명을 어떻게 만났고 또 만날 사람을 누가 어떻게 선정했는지에 대한 객관적 원칙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내 반대세력이 많은 지역구의 경우 아무리 성실하게 당협활동을 해도 매도당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열심히 뛰었는데

 

17일 당무감사 결과 발표 이후 화요일까지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서울 서초갑 당협위원장)은 계속 화제였다. 눈물의 기자회견을 하고 연일 홍 대표에 대한 비난글을 SNS에 게재하는 등 당무감사 결과에서 자신이 떨어졌다는 것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류 위원은 자신이 홍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자신을 내칠 수가 있느냐면서 강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 17일 당무감사 결과가 발표된 날,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자신의 당협위원장직 탈락에 강력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눈물을 보였고 연일 화제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희정 당협위원장 역시 보수 재건을 위해 혁신에는 동의하지만 “지역구 관리를 잘 한다고 평가받는 멀쩡한 당협위원장들”을 솎아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국당의 지역조직인 당협위원장 자리는 지역구 관리를 통해 차기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필수적인 코스로 여겨지기 때문에, 탈락한 현직 당협위원장들의 반발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 당무감사의 불공정 요소들을 찾아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당무감사 결과는 당협위원장들 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입장에서 더욱 간절하다. 사실상 현직 당협위원장과 지역관리를 해왔는데 신임 당협위원장이 오면 새로운 사람을 지역 조직의 일꾼으로 세울 것이기 때문이다. 당협위원장급 인사들은 홍 대표의 임기 이후에 치러지는 2020년 총선을 준비하면 되지만 당협에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당장 내년이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실제 이날 김희정 당협위원장 지역구 소속 지방 정치인들 또는 당원들은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당무감사 결과에 대해 불수용한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박민식 당협위원장의 지역구 인사들도 전날 마찬가지로 서울 한국당 중앙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불사”를 내걸며 강력 반발했다.

 

▲ 19일 홍준표 대표가 당무감사에 대한 반발 여론과 각종 친홍심기 의혹이 커지는 것을 의식해서 반박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캡처=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한편, 홍 대표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친홍을 빙자한 일부 인사들이 공천 줄세우기를 한다고들 보도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 하고 나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친홍 심기 아니냐는 지방 언론의 의혹제기와 탈락자들의 반발에 부인했다. 

 

홍 대표는 “나와 아무리 가까운 인사라도 예선이나 본선의 기본요건이 안되면 컷오프될 수밖에 없다”며 “우파 정당이 망한 것은 정실 공천이었고 더 이상 그런 어리석은 짓을 범할 내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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