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증인 윤씨의 진술이 신빙성 없어,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대법 무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죄형법정주의와 증거 재판주의는 매우 중요하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아무리 의심스러운 게 있어도 모든 것은 명백한 물증으로 입증돼야 한다. 그게 상식이다. 홍준표 대표도 의심스럽지만 물증이 없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뇌물 혐의에서 벗어나게 됐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관련 대법원의 무죄 선고를 받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 후 밝은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뇌물죄에서 돈을 준 사람과 돈을 받은 사람 간의 대가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법적으로 인정될만한 물증이 나오지 않는 이상, 재판부로서는 유죄 선고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돈을 전달한 혐의인데 그가 망자가 된 상태에서, 돈을 건넨 전달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선고하기는 더더욱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 314조에 따르면 법정에서 직접 진술할 수 없는 증인이 남긴 문서나 그밖의 흔적을 증거로 채택하기 위해선, 신빙성이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대법원이 22일 오후 홍준표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를 선고한 배경에는 핵심 증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게 주효했다.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인 윤씨가 홍 대표에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는데 그 진술이 재판과정에서 부정된 것이다. 

 

홍 대표는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와중에 윤씨를 통해 성 전 회장의 뇌물 1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2015년 성 전 회장의 자살과 더불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완종 리스트에, 홍 대표의 이름도 들어가 있었다. 실제 2016년 1월에 열린 1심까지만 해도 윤씨의 진술이 인정돼 홍 대표에 실형(징역 1년 6개월·추징금 1억원)이 선고됐다. 원래 법정구속 돼야 하지만 홍 대표는 당시에 현직 경남도지사인점, 항소를 한 점, 불구속 기소된 점이 작용해 구속을 피했다.

 

1심 재판부는 윤씨의 진술에 구체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재판부는 전달자인 윤씨가 허위진술을 했다고 의심했다. 더불어 홍 대표와 성 전 회장 간에 친분이 거의 없는데 정치인이 뇌물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일이라 그걸 감수할 맥락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무엇보다 윤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윤씨의 진술 내용이 추상적이라는 점, 일관적이지 않은 점, 다른 진술자와 모순되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시점상 돈을 전달했을 당시의 범행 장소가 국회 의원회관인데 그때는 공사 중이었다는 것도 무죄 선고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공사 중인데 의원 집무실에서 돈을 줬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 대표 재판의 주심을 맡은 김창석 대법관은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꼬리표로 따라다녔던 성완종 리스트 연루 혐의를 벗게 된 홍 대표는 한결 가뿐해졌다. 대선과 당대표 출마 당시에 끝없이 뇌물 재판 중인 사실이 거론되며 공격받았는데 더 이상 그럴 일이 없게 됐기 때문이다. 

 

▲ 성완종 전 회장이 작성한 자필 리스트. (방송캡쳐=2015년 4월13일 JTBC 뉴스룸)    

 

물론 성 전 회장이 직접 작성한 자필 리스트에 왜 홍 대표 이름이 적혀있는지 의문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추가적인 사실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홍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로 욕 먹을 일은 없게 됐다. 

 

한편, 이완구 전 국무총리 역시 2013년에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이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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