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기연 기자]겨울 안개가 낀 23일 이른 아침 충북 제천시 제일장례식장에서 스포츠센터 화재로 희생된 29명의 사망자 가운데 첫 발인식이 엄수됐다.

이번사고로 희생을 당한 제천 합동분향소에서 위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기연 기자

 

발인식장에서 이번 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편 김인동(64)씨는 애절한 사연이 이어졌다."내가 잘못했으니 이제 집으로 가자"고 울부짖으며 동갑내기 아내 장경자씨를 차마 떠나 보내지 못발길을 멈춰서기도했다.

 

그는 앞서 나간 아내가 무사히 탈출했을 것으로 생각해 2층 목욕탕에서 뛰쳐나오는 사람들의 대피를 돕다가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대피한 줄 알았던 아내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아내를 떠나 보낸 그는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김씨는 이날 제천시 백운면 집에서 노제를 지낸 뒤 아내를 납골당에 안치하고 작별을 했다.

 

발인을 지켜본 한 지인은 "화마의 현장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이승에서는 시름과 고통 없이 편히 잠들기 바란다"고 기도했다.

 

이번 참사로 단란한 3대가 한꺼번에 희생돼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던 할머니 김모(80)씨와 딸 민모(49)씨, 손녀 김모(19)양도 오는 24일 발인식을 하고 제천의 한 납골당에서 영면한다.
 

이날 이들을 비롯해 애끓는 사연을 남기고 이 세상과 작별한 희생자 20명이 함께 영결식을 했다.25일과 26일 각각 4명이 발인을 하면 이번 참사 희생자 29명의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다.

 

사고 희생자19명이 제천시립 납골당에 잠드는 등 희생자 대부분이 납골당을 영면의 장소로 택했다.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합동분향소도 23일 오전 제천제육관 마련됐다.

 

이시종 충북지사, 김양희 충북도의회 의장과 도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각계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화재 현장과 시청 로비, 시민회관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시민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았다.

 

불이 난 스포츠센터 건물주 이모씨도 이날 오전 고인들의 명복을 빌겠다며 합동분향소를 찾았으나 유족의 반대로 조문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경찰 제천 참사 스포츠센터 관리책임자 2명 소환조사 했다

 

경찰이 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관리책임자 2명을 불러 조사하는 등 화재 원인 규명과 관계자 처벌을 위한 수사에 나섰다.

 

충북 제천경찰서는 23일 화재 참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 관리과장 A(50)씨와 B(50)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과 함께 건물 관리 업무 근무자 5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A씨가 화재가 발생한 지난 21일 오후 최초 발화 지점인 스포츠센터 건물 1층 천장에서 보수 작업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 이번 화재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현장 1층 천장을 감식하고 있는 모습. 사진=방송켑쳐. 박기연 기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화재 당일 오후 1층 천장에서 배관 누수로 생긴 얼음을 깨서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면서 "하지만 불꽃이 튈만한 용접 작업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앞서 화재현장 목격자 4명, 탈출자·부상자·유족 34명 등 총 38명을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경찰 관계자는 "A씨 진술과 다른 회사 관계자들의 진술을 비교하면서 사실 관계와 용의점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실이나 혐의점이 드러나면 입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은 원주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건물 소유주 이모(53)씨도 이날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그가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병원을 찾아가 대면조사하기로 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이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로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40명 사망) 화재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화재 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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