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원 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 당원투표 자체가 당규 위반, 전당원 의결정족수 3분의 1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가 법원에 전당원 투표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통합파와 절차 정당성 싸움에 들어갔다.

 

반통합파는 <보수야합 참 나쁜 투표 거부운동 본부>를 결성하고 투표의 절차적 하자와 부당함을 강조하고 있다. 통합파는 이에 대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5일 오전 홍훈희·한웅 변호사가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전당원 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두 변호사는 국민의당 서울 지역 원외지역위원장으로서 반통합파 인사다.

 

▲ 국민의당 원외지역위원장인 홍훈희 변호사(우측/서울 강남갑)와 한웅 변호사(왼쪽/서울 은평갑)가 25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당직실에 '전당원 투표' 금지 가처분신청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신청서의 내용에는 투표 금지 뿐 아니라 투표율이 3분의 1을 넘지 못 하면 결과 공표 자체를 못 하게 해달라는 것도 포함됐다. 신청서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현역의원 20명(김경진·김광수·김종회·박주선·박주현·박준영·박지원·유성엽·윤영일·이상돈·이용주·이용호·장병완·장정숙·정동영·정인화·조배숙·천정배·최경환·황주홍)과 원외지역위원장 17명이다.

 

이날 홍 변호사는 법원이 만약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경우 전당대회를 열어서라도 안철수 대표의 합당 추진을 저지하겠다고 밝혀, 반통합파의 입장은 절대 전당원 투표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친안계인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25일 페이스북에서 이와 관련 “당원 주권주의에 입각한 전당원 투표를 법원에 가처분 신청하는 행위는 소가 웃을 일”이라며 “당원들에 의해 정치적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서울시 구로구갑 지역위원장도 맡고 있다. 김 대변인은 안철수 대선캠프 대변인 출신으로 새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등 대표적인 친안계 인사다. (사진=연합뉴스)    

 

반통합파가 주장하는 절차적 하자는 크게 두 가지다. △정당의 합당 관련 사항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당대회의 고유 권한이므로 전당원 투표로 의사를 물어 결정하겠다는 것은 원천 무효다. △투표를 하더라도 전체 당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반통합파는 합당과 해산 등 정당의 근본 성격이 달라지는 주요사항에 대해서는 전당대회에서 의결하고 그걸 당무위원회가 집행하는 것이 적법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안 대표가 기자회견으로 전당원 투표를 선언하고 당무위원회로 의결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당헌 24조3항) 당무위원회는 당헌당규 유권해석 권한을 갖고 있다”며 “12월 21일 당무위원회에서 의결한 전당원 투표는 당무위의 유권해석을 통해서 의결된 것”이라고 반론했다.

 

반통합파 의원들은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원 투표는 당규 제25조 4항에 의해서 당원 3분의 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효력이 발생한다”며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무리한 재신임투표를 강행했다가 이 조항으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2011년 8월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초중등학교 무상급식 관련 시의회의 조례 통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선언한 바 있다. 오 전 시장은 투표율이 33.3%가 넘지 않거나, 넘어서 무상급식 찬성이 더 많이 나오면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오 전 시장의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 당헌당규를 가지고 투표율 기준선을 잡은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2010년 5회 지방선거 당시 오 전 시장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의 대결에서 2만6412표라는 간발의 차로 이겼고 전체 서울시 유권자 800만여명의 24%에 해당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에 주민투표 결과 개표 기준선으로 3분의 1 투표율을 책정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조성은 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은 관련해서 24일 페이스북에 “전당원 투표 응답율 13% (통합) 찬성율 95% 이상으로 결과가 나온다면 87% 당원들이 택도 없는 투표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철근 대변인은 반통합파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일반당원 투표 요구 요건을 충족해 전당원 투표를 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반론했다. 김 대변인의 설명은 당원들의 요구에 따라 실시된 당원 투표만 3분의 1 투표율에 따른 효력 발생이 적용되고, 당대표와 당무위에 따라 실시된 당원 투표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당규 1호 25조 3항에 평당원의 당원 투표 요구 및 실시 조건을 명시하고 있는데, 바로 4항에서 3분의 1 투표율 효력 발생 조건이 나와있기 때문에 당원 요구에 따른 당원 투표만 해당사항이라고 해석했다. 

 

▲ 국민의당 당규 1호 25조 투표요구권. (캡처=국민의당)     

 

국가의 법률보다 정당의 당규는 구체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해석 싸움의 소지가 많다. 법원이 27일 투표 시작 전까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과를 내지 않는 이상, 전당원 투표는 진행될 것이고 그럴 경우 3분의 1 투표율은 매우 중요한 절차 정당성 싸움의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배경으로 양대 진영은 당원들을 상대로 투표 독려와 투표 거부 여론전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반통합파는 26일 오전 11시 '국민의당 지켜내기 나쁜 투표 거부' 총궐기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만약 반통합파의 거부 운동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3분의 1을 넘어서고 통합 찬성이 더 많이 나온다면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에 한층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반통합파는 코너에 몰리면서 분당 수순에 들어가더라도 탈당 대열에 합류할 의원이나 원외지역위원장의 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한편, 국민의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당무위의 의결에 따라 오는 27∼30일 4일 간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실적으로 투표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을지 몰라도 투표율과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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