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중앙뉴스

[중앙뉴스=이재인] 아름다운 도시. 이 같은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시장이나 군수들의 꿈이요, 이상일 것이다. 거기에다 사람들이 모여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박수치고 예찬하는 광장을 만든다면 그것은 지자체 단체장의 이상향의 성과물일 것이다. 이 성과물이 칭찬받고 예찬되면 곧 자신의 성취 목표는 자연 달성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상은 좋은 도시, 이름난 광장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건축가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 초빙되어 개성 있고 독특한 건물들을 많이 만들었음에도 실상 국내에는 그런 트렌드 마크가 될 만한 장소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바 없다.

 

건축에는 시간과 공간이 어울러져야만 그것이 자연과 더불어 숨 쉬는 광장이 되고 거기에 사람들이 모여들게 설계를 해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옛 서울의 경회루와 같은 건물이 자연과 시간과 공간을 잘 조화시킨 경우였다.

 

그러나 산업화라는 이름아래 우리는 방향감각을 잊고 그냥 몸통만 큰 건물을 서구식으로 짓다보니 진정한 우리다운 건축물이 사라졌다. 목조 건물이기 때문에 항구성과 내구성은 약하지만 강릉의 열화당, 담양의 소쇄원 같은 건물들이 그래도 당대의 멋과 맛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앞으로의 건물 조성에 참고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의 도시에 가면 그 중심에는 상징적인 자국의 건물과 광장을 조성하여 시민들이 소통을 하기 위한 장소가 있다. 민주주의와 토론을 중심으로 발전한 나라들의 광장에는 영원한 비전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왔다. 그것이 요즘 말하는 기호항의 상징이요 살아있는 숨통의 상징인 것이다.

 

지금 남아 있는 조선시대의 건물들은 작든 크든 그런 의미를 담으려는 건축가들의 고뇌를 느낄 수 있다. 이는 우리에게 전해주는 교훈들이 적지 않다. 비록 목조건물이다 보니 소실되어 남아있지 않지만 백성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의미를 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눈높이는 상당히 높아졌으며 앞으로도 무한한 진화를 기대할 수가 있다. 해외여행이 일반화 평준화되어 있다 보니 유럽의 로마나 주요도시들을 샅샅이 견학한 우리로서는 최적의 트렌드의 가치를 지닌 한국적 건축물을 조성하는 역사를 기대해 본다.

 

획일적이고 모던한 것보다는 한국적인 것에다 실용성 있는 복합공간을 만드는 일을 고민하면서 건립의 꿈을 다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정신적 발효가 있어야 하고 인간중심, 자연과 땅과 사람이 어우러질 그런 광장에 한국적인 위대한 건축물에 대한 시나리오를 지닌 지자체장의출현을 기대해 본다.

 

그러나 서두르고 모방해서는 결코 안 된다. 건축은 종합예술이다. 시대와 민족과 그 나라의 이상을 품는 행위이다. 그리고 그 건물의 이름 또한 거룩하고 아름다운 역사를 지닌 것이어야 한다.

 

새해가 다가온다. 올해에는 전국의 지자체 단체장을 뽑는 선거의 해이다. 인물중심, 소양과 자질을 겸비한 인물을 발견하는 해이기에 내 나름대로의 건축철학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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