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소처럼 듬직하고 묵직함 속에 간직한 고운 시상과 시어가 돋보이는 시인

[중앙뉴스=김경배 기자] 상(賞)이란 칭찬처럼 아무리 많이 받아도 기쁘기 그지없다. 대부분 초등학교나 유치원 시절 상장(賞狀)을 받으면 부모님한테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상장을 들고 뛰어간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상(賞)은 받은 이에게 의욕과 성취감을 고취시켜주며 더 잘 하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경우에는 ‘가문의 영광’으로 받아들여 자손대대로 보관하기까지 한다. 때문에 일부의 상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매력적이다.

 

▲ 『들꽃 향기』의 저자 박영춘 시인이 영랑문학상을 수상하고 있다. (사진=박영춘 시인 제공)     ©중앙뉴스

 

최근 『들꽃 향기』라는 시집을 펴낸 박영춘 시인은 아호가 야우(野牛)이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들소’라는 뜻인데 미련 맞고 우직스런 유별난 별호를 받아들인 특이한 시인이다. 박종민 시인은 그런 시인을 “생김생김이나 성품에 말과 글도 과연 들소답다”고 평한다.

 

그런 그가 최근 제 22회 김영랑문학상을 수상했다. 들소처럼 우직하고 느긋하지만 오로지 한 길. 시에 대한 그의 열정과 미련스러울 만치 하나만 파고들어 시인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한 것에 대한 보답인 듯하다.

 

박영춘 시인은 고향이 황해도 구월산기슭이지만 어려서 충남 서산에 정착해 충청도 토박이와 진배없다. 이런 시인에 대해 박종민 시인은 “험한 세상의 야생(野生)에서 길들여진 묵직함에 느긋함이었고, 야생이 만들어낸 자연친화적인 포근하면서 고운 시상(詩想)과 시어(詩語)라 생각된다”고 설명한다.

 

시인의 6번째 시집인 『들꽃 향기』는 시인의 아픔, 슬픔, 외로움, 고달픔이 여실히 드러난다. 천진난만해야 할 어린 소년 시절에 겪은 동족상잔의 참상을 보면서 전쟁을 피해 내려온 타향객지의 고되고 지난한 삶의 고초와 고통의 일상이 시 전반에 흐른다.

 

▲  박영춘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들꽃 향기』   ©중앙뉴스

 여기에서 회자되는 단어는 바로 그리움이다. 

달빛/아래에서//혼자/물끄러미//꽃을/바라봄이다 -「그리움이란」전문

 

시인은 왜? 무엇 때문에? 달빛아래에서 혼자 물끄러미 꽃을 바라보는 것일까? 그것은 지난한 시절에 대한 진한 여운이다. 그 여운을 혼자 쓸쓸히 달빛아래에서 스스로 달래는 모습이 시에서 절절히 느껴진다.

 

시인에 대해 이재인 경기대명예교수는 “슬픔이나 괴로움도 다 바다처럼 받아들이고 수용하여 그것을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그것이 그의 시였고 그의 수필이었고 담론이 되어 우리를 그의 예술적 미학으로 이끌어 주었다”고 평한다.

 

“바다같이 넓은 그의 인간성과 서정주 시인같이 질박한 언어세계에 취해 언제나 나는 그를 맏형이라 부른다”는 이 교수 말처럼 그의 이번 시집 『들꽃 향기』는 가식이나 인조 되지 않은 향기 높은 구절초향이거나 박하향 같은 친숙함이 느껴진다.

 

박영춘 시인은 “졸작의 편린을 활자화하여 부끄러움이 앞선다”면서 “다만 한 구절이나마 독자의 가슴에 들어가 심금을 어루만져 아픈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한다.

 

50년간 들꽃처럼 향기롭게 알뜰살뜰 아름다운 동행을 같이한 아내에게 금혼식 기념으로 이 시집을 바친다면서.   

 

野牛(들소) 박 영 춘 시인

. 한국문인협회, 한국공무원문학협회, 농민문학회 회원

. 창조문학대상, 국제문화예술대상, 한국공무원문학협회 옥로문학상 수상

. 저서

  - 시집 『지푸라기를 잡고서』 『들소의 노래』 『패랭이꽃』 『아스팔트위에 핀 꽃』

          『아지랑이 고개 너머 저만치』 『들꽃 향기』

  - 산문집 『마음나들이 생각나들이』 외

  - 편저 『서산시새마을운동사』 외

  - 공저 『한강의 시심』 『제주도 서정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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