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첫 남북회담, '3ㅍ' 기원, 조명균 장관 '차분함' 강조, 리선권 위원장 공개회담 돌발제안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남북 고위급 회담의 당일이 밝았다. 남북 대표단은 서로 만나 덕담을 건네며 남북한 국민 모두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는 회담 성과를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다.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이 9일 오전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전체 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판문점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을 만나 ‘ㅍ’이 새겨져있는 뱃지의 의미를 설명하며 '평창·평양·평화'를 강조했다. 

9일 아침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대표단 5인은 기자들과 만났다. 5인은 7시반에 출발해 1시간만에 판문점에 도착했다.

대표단 5인(조명균 통일부 장관·천해성 통일부 차관·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이 판문점 회담장으로 떠나기 전에 간단한 소감을 밝힌 것인데 말의 분위기는 ‘차분함’이었다. 

조 장관은 “국민들이 갖는 기대에 잘 맞춰서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회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측 대표단 5인이 판문점으로 출발하기 전 간단하게 소감을 밝혔다. (사진=통일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에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상호 ‘말폭탄’을 주고받았을 정도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안보환경은 매우 위태로웠다. 북한은 연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지속했다.

이런 와중에 극적으로 남북이 만나는 것이라 온국민의 관심이 쏠려있고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수 있다. 조 장관은 그런 점에서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하나씩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조 장관은 “오랫동안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새 정부 들어 열리는 첫 회담이라 내외신의 관심이 크다”며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이 평화축제로 마무리되고 남북관계 개선에도 좋은 첫 걸음이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 장관은 차분하게 임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사진=통일부)    

이날 5인은 모두 상의에 태극기 문양이 ‘ㅍ’ 뱃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노태강 차관은 “평창 올림픽의 ㅍ”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고 이를 듣고 있던 조 장관은 “북한이 참가하면 평양·평화 올림픽의 ㅍ이 될 거다”라고 말해 긴장된 분위기가 풀렸다고 참석 기자들이 전했다.

판문점에서 드디어 만나다

우리 대표단은 8시반 판문점에 미리 도착했고 북측 대표단(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원길우 체육성 부상·황충성 조평통 부장·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은 9시반쯤 ‘평화의 집’에 들어왔다. 북측 대표단은 군사분계선을 넘어서부터 회담장이 있는 평화의 집까지 대략 250m를 걸어왔다.

조 장관은 리 위원장을 맞이하며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말했으며 리 위원장은 “축하합니다”라고 답하면서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현장 참석자들이 전했다.

▲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이 만나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풀 기자단(대표 취재단)에 의해 공개된 사후 영상을 보면 리 위원장은 회담장에 착석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온 겨레에 새해 첫 선물로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마음”으로 회담에 임하자고 말했고 조 장관은 “남북관계가 화해와 평화로 나아가야 그러한 민심이 천심이고 그러한 민심에 부흥하는 방향으로 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리 위원장은 “혼자 가는 것보다 둘이 가는 것이 더 오래 간다”고 남북 관계의 지향점을 말했고 조 장관은 “첫 숟갈에 배부르랴”는 옛말을 꺼내며 “민심에 부흥하는 좋은 선물을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 

이례적인 것은 리 위원장이 먼저 모든 회담 내용을 공개적으로 진행하자는 취지로 발언했고, 조 장관이 관례대로 비공개 진행을 하자는 입장을 표했다. 기본적으로 외교적 회담을 포함 남북 회담은 모두 비공개가 원칙인데, 북측이 돌발 제안을 한 것은 그만큼 억지스러운 요구를 하지 않고 자신감있게 회담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중요한 합의 성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편, 10시 양측 대표단은 이렇게 모두발언과 대화를 간단히 나누고 비공개 전체회의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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