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제 4선 의원과 신용한 교수 출마선언, 이시종 재선 지사 지지율 1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소위 ‘선거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시종 충북지사는 충주시장 3선과 국회의원 재선, 그리고 충북지사 재선 등 총 7번의 선거에서 연달아 승리했다. 

 

현재 차기 충북지사 여론조사에서도 40% 가까운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2017년 상반기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 조사에서도 이 지사는 55%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청주가 지역구인 4선의 오제세 의원은 이 지사에 대해 네거티브를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효과를 얼마나 발휘할지는 제쳐두더라도 당장 오 의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지속적으로 이 지사를 공격해왔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충북지사 경선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이다.

 

▲ 오제세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는데 오 의원은 의도적으로 비판을 자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지사는 오 의원의 공격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더 이상 참지 않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이 지사는 4일 청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신년 단배식에서 “여당이 된 것은 가장이 됐다는 것으로 가장이 꼭 지켜야 할 것은 책임과 품위 그리고 겸손”이라며 “집권 여당이지 야당이 아니고 이젠 야당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누가 봐도 오 의원을 향한 발언이었다. 여당이 됐는데 ‘야당이 여당 공격하듯이’ 하면 지탄받는다는 이야기다. 자신을 향한 오 의원의 비판이 너무 과하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취지의 기사(이시종 충북지사 "품위 지켜라" 오제세 의원 겨냥?)가 뉴시스 충북판에 보도되자, 오 의원이 충북도당위원장으로서 A 사무처장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런 기사 하나 막지 못 하냐”며 욕설을 내뱉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A 사무처장은 현재 당의 조치로 대기발령이 떨어진 상태인데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오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에게 제기된 의혹과 관련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뭔가 지지율 반전을 노려야 하는 오 의원의 입장에서 급하긴 급했던 것 같다. 그런만큼 오 의원의 이 지사에 대한 공세가 거칠기는 했다. 

 

오 의원측 관계자 A씨는 지난해 12월28일 충북일보 최대만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 지사의 제천 화재참사 대응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A씨는 “이 지사가 충북소방본부의 총책임자로서 재발방지책에 앞서 참사 원인 조사를 시급히 해서 관련자를 문책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인데 “정치적 행보만 보였다”고 비판했다.

 

오 의원은 이 지사에 대해 ‘3선 불가론’을 주장한데 이어 40조원 투자 유치에 대한 깍아내리기·국제무예마스터십 대회 개최 비판 등 연일 맹공을 휘두르고 있었다. 

 

▲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2017년 9월27일 오후 충북 진천에서 '대한민국 체육 100년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린 국가대표선수촌 개촌식에서 환영사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물론 이 지사의 8년 집권에 따른 피로감이 지역 민심에서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해 12월8일 소통특보로 송재봉 충북NGO센터장을 임명했지만 이에 대한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2급의 전문별정직을 임기 6개월 남겨두고 임명하는 것 자체가 '알박기'라는 지적이 있고 송 센터장의 딸에 대한 의혹(충북도 출연기관 프로젝트에 송 내정자의 딸이 선정돼 백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까지 불거졌다. 

 

‘경제통’이자 ‘복지통’

 

오 의원은 여론조사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현직 이 지사에 4배 가량 지고 있기 때문에 연일 공격 일변도였다. 하지만 출마선언 자리에서는 말을 아꼈다. 

 

오 의원은 9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오 의원은 기자회견문 초반부터 자신의 경력을 줄줄이 나열하며 자신이 충북지사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 15분 넘게 출마선언문을 낭독한 오제세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오 의원은 4선 국회의원으로서 상임위 보건복지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국가 복지정책을 점검하는데 4년을 보냈고 기획재정위와 정무위에서도 10년을 활동했다. 이외에 오 의원은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분쟁조정법 통과를 주도했고 무상보육 실시를 이끌어냈다는 점을 적극 홍보했다. 

 

오 의원은 출마선언문 낭독이 끝난 뒤 기자들의 이 지사 관련 질문에 비판을 자제하면서 “8년간 도정을 잘 이끌어왔다”라고 까지 표현했지만, 충북의 “환골탈태와 천지개벽”을 구호로 내세운 것을 봤을 때 이 지사의 도정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 의원의 출마선언문 낭독은 시간이 오래 걸렸다. A4 용지 7쪽에 이를 정도로 길었다. 무려 10가지의 케치프레이즈에 따른 수많은 공약을 수록했기 때문이다. 사람 복지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부분에서 “전국 최고”를 표방하고 거대 토건 사업도 포함된 오 의원의 공약이 현실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게 된다.

 

▲ 오제세 의원실에서 배포한 출마선언문은 7쪽이나 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충북인의 자존심 세우기(도서관 증설·미술관 등 문화시설 건립·체육시설 건립) △삶의 질 최고로서의 명품 충북(주민소득·좋은 일자리·주거비 최저·의료서비스·교육수준) △기업하기 좋고 창업하기 좋은 충북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웃는 충북 △안전한 충북 △어린이집과 유치원 지원 확대와 노인요양기관의 운영 정상화 △청주시 ‘오송’을 전국 최고 의료복합·화장품 컨벤션 도시로 발전 △청주공항을 아시아 진출을 위한 관문으로 △충북 하천인 ‘미호천’ 시대를 열고 중부·북부·남부권 균형발전 △관광레저산업과 농축산업 발전

 

오 의원은 기자들의 질문에도 “복지 비전”으로 현직 이 지사와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전날(8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천권을 쥐고 있는 경기도당위원장 직을 사퇴했듯이, 오 의원에 대한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오 의원은 이에 “선거일 4개월 전 당규에 따라 사퇴하겠다”고 답했다.

 

사실 도당위원장 자리를 내놓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유력한 당내 경쟁자가 있는 상황에서 경선 통과가 희박하고 그런만큼 공천권을 쥔 도당위원장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도박과도 같다. 전 의원은 오히려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경기도지사에 대한 열망을 표출했다. 오 의원은 그에 비해 아직 결단하는데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 의원은 농담조로 이 지사가 8년 간 했으니까 “앞으로는 내가 잘 이끌어보겠다”며 3선 불가론의 연장선상에서 발언했다.

 

지난 2일 리얼미터가 실시하고 충청투데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직 충북지사 후보로서 선호하는 인물이 없다는 응답이 40%를 넘었다. 부동층이 상당하다.

 

160만에 이르는 충북 인구 중 85만명이 청주에 살고 있다. 청주 민심이 충북 민심으로 대변될 정도다. 청주를 잡는 게 중요하다. 이 지사가 오 의원에 비해 충북 지역의 북부·중부·남부권에서 압도적으로 우세지만 청주는 그나마 지지율 격차가 덜하다. 오 의원이 청주 민심을 어떻게 공략할지가 중요해 보인다. 

 

▲ 신용한 교수도 9일 충북도청에서 충북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경선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신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도 이날 오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지사 도전을 선언했다. 신 교수는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공모에 신청하지 않고 충북지사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정치는 책임지는 것부터 출발한다”며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을 거치면서 나 자신부터 반성하고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밑바닥 현장에서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럴 정도로 정치적 유불리 판단에 따른 당협위원장 자리가 아닌 충북지사에 도전하는 험난한 길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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