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협과 일본 정부의 사이에서 곤란해진 정부. 사실상의 합의 파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9일 발표한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한 대응방침을 두고 정대협과 일본 정부가 각각 입장을 밝혔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방향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온도차는 있어도 둘 다 불만을 드러냈다.

 

9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대변하는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은 강경화 장관의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일본정부의 자발적 조치만을 기대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정대협은 “외교적인 문제를 이유로 일본정부에 대한 법적책임은 묻지 않은 채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만을 취하겠다는 태도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일본의 성노예 만행에 대해서 정대협은 “반인도적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유엔인권조약기구들의 기본원칙 차원에서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강조했다.

 

또 2011년 헌법재판소가 ‘한국 정부의 부작위는 위헌’이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등 반인도적 행위에 대해서는 일본정부의 법적책임이 유효하다’는 평결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대내외적으로 공인된 문제제기에 대해 한국 정부가 소극적이라는 입장이다.

 

▲ 정대협은 지난해 12월28일 외교부 청사 앞에서 위안부합의 TF 발표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정대협 제공)     

 

정대협은 두 번째로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의 처리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즉각 해산”을 주장했다. 2015년 12.28 합의 이후 지속적으로 피해 할머니들과 시민들이 요구해온 사항인데 여기서 뭘 더 논의하겠다는 것인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대협은 “화해치유재단의 존립 근거는 위안부 합의”라며 정부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공식 인정한만큼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아니라 이미 지난 2년간 확인된 피해자·지원단체·시민사회의 의견을 따르면 된다”고 주문했다. 

 

정대협은 피해자 할머니와 함께 27년 간 7대 요구사항을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범죄사실 인정 △공식사죄 △법적배상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역사교육을 포함한 재발방지 대책 이행. 이런 단계적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한국 정부가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 정대협의 입장이다.

 

물론 정대협은 정부가 잘못된 합의라는 점을 공인하고, 위로금 10억엔을 정부 예산으로 편성하고, 피해자 중심 문제해결을 원칙으로 정하고, 피해자들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부의 기본입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아베 내각’

 

일본 정부는 사실상 합의 파기로 받아들이고 반발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9일 15시가 채 안 된 시점에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정권이 교체되도 책임을 갖고 실시해야 한다는 것은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이라며 “(10억엔을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겠다는 것) 진의에 대한 확실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지난해 12월19일 일본 도쿄 이쿠라 공관에서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고노 외무상은 “일본으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외교 라인을 통해 공식 항의의 뜻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위안부 합의는 1mm도 움직일 생각이 없다”며 강경론을 고수했다. 다만 관계 악화를 경고했던 일본 정치권의 기존 입장이 현실화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남북 대화 국면인데다 한미일 동맹 공조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의 외교참모들은 당분간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피해자 중심의 문제해결을 선언했던 것과 일본 정부와의 외교적 껄끄러움을 최소화 해야하는 문제, 두 지점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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