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비판, 경제성장 전략과 각종 복지정책, 재벌개혁과 일자리 정책 설명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주로 외교안보 관련 질문 공세에 답변했지만, 신년사에서는 경제와 복지 문제에 대한 포부를 드러내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경제와 복지 정책 분야 전반에 대한 개략적인 방향과 새해 시행될 조치에 대해 간명하게 언급했다.

 

▲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주로 외교안보에 질문이 쏠렸지만 신년사에서는 문 대통령이 경제복지 정책에 대해서 주로 설명했다. (방송캡처=KTV 생중계)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을 “사회적 대타협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겠다”며 “노사를 가리지 않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의지를 갖고 만나겠다”고 공언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1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집권여당이 먼저 낮은 자세로 다가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노사와 함께 <사회적대타협을 위한 현안 경청간담회>를 가질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발언과 맥이 닿는 행보를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대한상공회의소를 시작으로 양대노총·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까지 각 경제 주체들을 망라해 만나고 제언을 듣겠다”고 밝혔다.

 

이어 “여당의 경청행보가 사회적대타협의 밀알이 되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추진에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인식 격차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의미있는 결정”이라며 “저임금 노동자들 삶의 질을 보장하고 가계소득을 높여 소득주도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다 인식하면서도 꼭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히는 문 대통령. (방송캡처=KTV 생중계)    

 

동시에 “상생과 공존을 위해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 대책도 차질없이 실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를 알고 있다면서 “일시적으로 일부 한계기업 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있지만 정착되면 오히려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게 대체적 경향”이라고 정책 추진 의지를 보였다. 

 

일례로 “아파트 경비원이나 청소부 등 취약계층 고용이 위협받을 소지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을 청와대부터 직접 점검하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일자리 안정기금으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부담에 대해선 이미 대책을 마련했다”며 다만 “여전히 정부 지원 대책에도 사회보험 바깥에 머무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과제이고 저희도 걱정하는 바”라고 고백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야당의 반응이 격양돼 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11일 원내정책회의에서 “매우 실망스럽고 현실인식은 아전인수였고 기조는 고민보다는 고집으로 일관했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논란에 대해 현실을 외면한 뜬구름 잡는 답변이 아닐 수 없다”고 공격했다.

 

이어 “물가 상승·집단해고 등 도처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주문 외우듯 말의 성찬으로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니다”며 “시기와 속도를 무시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으로 영세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은 문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비판했다. 정 의원은 11일 연석회의에서 “정착되기 전에 망가지는데 <정착되면>이라는 한가한 소릴 하고 있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보장하고 가계소득을 높여 소득주도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이런 학자적인 얘기만 하지 말고 경제는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기업은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줄일 것인지 경쟁력과 가격인상의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당장 문제가 일어나는 게 햄버거·분식·짜장면 등 식료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며 “서민과 근로자들이 가장 피해를 본다”고 밝혔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0일 논평을 통해 “최소한 앞으로 3년간은 최저임금으로 인한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정부가 떠안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종업원 수나 매출액 등과 같은 일률적인 기준을 가지고 임금을 보전해 주는 경우 사업자들은 피터팬 신드롬에 빠져들어 성장을 멈출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계획대로 정부예산 30조원을 들여 혁신벤처기업의 창업을 지원하는 경우 이들 기업들이 오히려 임금보전이라는 달콤함에 빠져 성장을 멈추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우려했다.

 

‘일자리 정책’과 노동자의 권리 보장

 

문 대통령은 청년실업과 인구구조 문제를 연동시켜 진단한 뒤 “앞으로 3~4년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청년 일자리 문제를 국가적인 과제로 삼아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노동권 향상에 대해 매우 강조했다. (방송캡처=KTV 생중계)   

 

전반적인 일자리 정책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문 대통령은 이의 일환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임금격차 해소·노동시간 단축·일자리 나누기 같은 근본적 일자리 개혁을 달성해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특히 “과로사회가 계속되어서는 안 되고 장시간 노동과 과로가 일상인 채로 삶이 행복할 수 없다”며 “노동시간 단축과 정시퇴근을 정부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이어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의 삶을 삶답게 만들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다양한 경제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부의 원년 일자리 성적표가 “낙제점”이라며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 체감실업률은 22.7%로 2000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는 일자리 창출 중심으로 국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 민생활력의 기자회견”이라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 소신에 관해 진보·보수 시민단체는 각각의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0일 논평을 통해 “노동정책은 일자리의 질 보단 여전히 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근로조건과 적정임금 등 처우개선은 누락됐다”고 구체적인 노동권 향상에 대한 방안이 부재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어느 선진국가든 정부주도로 일자리를 창출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번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문 대통령이 천명한 2018년 경제정책 중 최소한 노동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 문제에 대해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는 대안제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노동시장 개입 강화로 노동자 삶의 질을 보장하고 가계소득을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 아래 문 대통령의 계획을 비관했다.

 

▲ 장하성 정책실장이 문재인 정부의 성장전략을 설명했다. (방송캡처=KTV 생중계)    

 

이런 지적들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령탑들(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중 하나인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은 “수요창출과 산업 공급측면의 두 가지 성장전략을 지난해에 다 발표했다”며 “정부가 끌고 가기보다 민간과 지자체에서 제안하는 것을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 주체별 또는 사업별 성장전략”을 강조했다.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을 어느정도 진행하고 있지만 과거 박정희 정부의 개발독재 시기 때처럼, 정부가 시장에 마냥 개입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경제성장 전략

 

문 대통령이 천명한 국가경제 발전전략은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정도로 집약된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일자리 창출 정책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은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 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말까지 자율주행차 실험도시(화성 K-city), 2000개의 스마트공장, 스마트 시티의 새로운 모델 조성”을 통해 “국민이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의 성과를 직접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새로운 산업에서 청년의 창업이 활성화되기 위한 경제적 지원이 중요한데 문 대통령은 “작년에 정부가 8600억원을 출연한 모태펀드가 시중에서 지원되고 10조원 조성을 목표로 하는 혁신모험펀드도 출범한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펀드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개발·판로개척도 도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제도가 전면 폐지되고 재창업지원 프로그램 전용펀드도 본격적으로 지원을 시작한다”며 “두려움 없이 창업에 도전하고 실패를 겪어도 다시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경제에 대해서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더불어 잘사는 나라로 가기 위한 기반”이라며 “채용비리와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갑질 문화 등 생활 속 적폐를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구호 뿐만이 아닌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으로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고도성장을 해나가기는 어렵다”며 “세계 평균 성장률이 우리의 목표가 될 순 없고 OECD 국가들 가운데서 상위권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건 만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질성장률을 잠재성장률에 부합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며 2~3% 성장률을 기록하는 수준만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여기에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사람중심의 경제, 혁신성장, 공정경제, 소득주도 성장 등의 방향과 정책수단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지원책보다 기울어져 있는 경제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재벌개혁 문제

 

문 대통령은 ”엄정한 법 집행으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와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겠다“며 주주의결권을 확대하고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조치가 ”기업활동을 억압하거나 위축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벌대기업의 세계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표현했다.

 

경실련은 여기에 대해서도 ”발표한 정책들은 재벌의 행위규제 중심이고 근본적인 소유·지배구조 개혁 방안은 없었다“며 구체적으로 ”지주회사 규제 정상화·순환출자 해소·문어발식 확장 억제 등의 대책들이 언급되지 않은 측면을 봤을 때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약하다“고 평론했다.

 

각종 복지정책

 

문 대통령은 ”국민소득 3만달러에 걸맞는 삶의 질을 우리 국민이 누려야 한다“며 복지 관련  여러 조치에 대해 나열했다. 

 

▲ 문 대통령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을 거론했다. (방송캡처=KTV 생중계)    

 

△중소상인 금융기능 강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치매국가책임제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24%로 인하 △신용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저소득층 문화이용권 금액 상향 △노인 기초연금 25만원으로 인상 △임플란트 치료비의 본인 부담률 30%로 인하 △만5세까지 아동수당 10만원 지급 △국공립 어린이집 450곳 △보육료 단가 9.6% 인상 △온종일 돌봄서비스 시군구로 확대하는 시범사업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소위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들을 나열했는데 이 정책들은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재원조달방안이나 시행 방식이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것들이 ”일단 말로 생색내고 안 되면 야당 탓을 하려는 건 아닌지“라고 의심하며 ”장밋빛 청사진은 선거 공약으로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도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삶의 질 수준은 2012년 24위에서 2017년 29위로 추락했다“며 ”대통령의 신년사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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