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3대 권력기관 개혁 로드맵 발표, 권한 이양과 상호견제가 핵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청와대가 대표적인 사정기관인 검찰·경찰·국정원의 개혁안을 꺼내들었다. 

 

경찰은 자치경찰제가 도입되고 수사경찰과 행정경찰로 권한이 이원화된다. 국정원은 국내정치 파트와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고 대북과 해외파트만 전담하게 된다. 검찰은 신설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권력형 수사를 넘기고 특수수사 외에 직접 수사하는 경우가 대폭 줄어든다. 

 

조국 민정수석은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영화 ‘1987’의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사연으로 운을 뗀 뒤 위와 같은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했다. 

 

▲ 조국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사정기관 관리와 통제를 맡는 핵심 참모 중의 하나다. (사진=청와대 제공)    

 

조 수석이 이야기한 권력기관의 개혁 방향은 ‘권한 분산과 상호 견제’가 핵심이다. 3가지 구호는 △적폐로부터의 단절과 청산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의 전환 △상호 견제에 따른 권력남용 방지 등이다. 조 수석은 새로운 것이 아닌 정치권·시민사회·학계에서 논의되어 왔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의 적폐청산 T/F,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 작업이 경찰에서도 진행될 계획이다. 경찰 민간조사단에 대한 인적 구성이 마무리되면 과거 시민의 집회시위 권리를 무참히 짓밟고 공권력의 오남용이 의심되는 사례를 재조사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백남기 사건·밀양 송전탑·제주 강정마을·평택 쌍용차 진압·용산참사 등이 해당된다.

 

경찰, ‘자치경찰제’ 확대 ·· 수사경찰과 행정경찰

 

조 수석은 “현재 경찰은 수사권은 물론 정보·경비·경호 등 치안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중앙의 경찰청에서 지역의 지구대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10만명 이상의 인력을 가진 방대한 조직”이라며 “거대 조직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이양받아 가칭 ‘안보수사처’까지 갖게 되면 더욱 권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기존의 기능이 대폭 재편된다. 구체적으로 행정안전부 소속의 중앙집권화된 경찰 조직에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이 분리된다. 또 경찰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권한 오남용을 견제하게 된다.

 

▲ 권력기관 개혁안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든 구상도. (자료=청와대 제공)    

 

검찰의 ‘수사권’ 대폭 축소와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찰은 ‘기소권·수사권·경찰 수사지휘권·형 집행권’ 등 사실상 국가기관 중 가장 막강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 수석은 “검찰의 집중된 거대권한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아 국정원 댓글 개입 수사와 정윤회 문건 수사”와 같은 사건에서 권력 눈치보기가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마디로 검찰의 수사권이 대폭 이관 및 분할되는 방향으로 개혁된다. 구체적으로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로 권력형 수사 이관, 법무부 탈검찰화가 진행된다. 

 

이제 법률을 적용해 사람을 감옥에 가둘 수 있는 검사도, 법을 어기면 언제든지 처벌받을 수 있도록 공수처가 검사를 수사하게 된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국회의 입법 과정이 더뎌지게 되면 경찰이 검사의 비위 사실을 수사할 수 있도록 권한이 보장된다. 법무부와 검찰의 운명 공동체적 성격이 탈피되도록 법무부의 탈검찰화도 검찰 개혁의 큰 줄기다.

 

▲ 조국 수석은 일요일인 14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법무부는 기획조정실·법무실·검찰국·범죄예방정책국·인권국·교정본부·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7개 핵심 조직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5개 조직의 장을 검사장급 인사가 맡아왔다. 특히 인권국장은 2006년 5월에 신설됐는데 보통 검사장의 승진 코스로 인식돼왔다. 

 

문재인 정부는 법조인 출신이 아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는 등 이미 법무부의 탈검찰화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 법무실장에 이용구 변호사,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차규근 변호사, 인권국장에 민변 출신의 황희석 변호사로 채워진 상태다. 다음달 범죄예방정책국장에까지 외부 인사가 임명되면, 조상철 기획조정실장과 박균택 검찰국장 자리 두 곳만 검사 출신이 맡게 된다. 

 

부장검사가 임명되던 법무부 과장급 자리 네 곳도 탈검찰화 됐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일반 공무원 출신인 오유진 과장을 신임 인권정책과장에 임명했고, 10일 국제법무과장·법질서선진화과장·여성아동인권과장에 대한 채용공고를 냈다. 검찰국은 검사가 맡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했을 때 이를 제외하고 검사가 담당했던 법무부 과장급 자리는 14개였는데 10개로 줄어드는 것이다. 

 

국정원 ··· ‘대공수사권’ 이양과 ‘국내’ 문제 개입 원천 차단

 

국정원은 국내 정치파트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대북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데 집중하고 국익을 침해하는 간첩 사건이 의심되더라도 경찰과 검찰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대공수사권이 경찰에 이양되기 때문이다. 

 

대공수사권 이양에 관해 국가안보 약화를 우려하는 야당들의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국정원(과거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은 간첩을 잡는다는 명분 아래 인권 침해를 자행한 사례가 무척 많았고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이 2013년에 발생했을 만큼 문제가 컸다. 

 

▲ 김병기 의원은 국정원 출신으로 자신의 마지막 과제가 '국정원 개혁'이라고 말할 정도로 국가 정보기관을 개혁하는데 온힘을 쏟아왔다. (사진=김병기 의원실 제공)     

 

국정원 출신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2일 ‘안보정보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대공수사권 이양·국내 정보수집 금지·직무범위 규정·부당한 지시 거부’를 골자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 수석은 “국정원은 모든 정보기관을 아우르는 기획조정권한까지 보유했지만 이를 악용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인·지식인·종교인·연예인 등에 대해 사찰을 자행하고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고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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