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겠다”는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의 주장에 대해 18개 경제단체가 “이중규제이자 시기상조”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대한상의를 포함한 경제5단체와 한국철강협회,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한국전자산업진흥회,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의 13개 업종별 단체들은 7일 국무총리실, 녹색성장위원회에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실시를 늦추어 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제계는 “당장 내년부터 ‘목표관리제’가 시행돼 기업들은 지금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30% 감축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와 비슷한 ‘배출권거래제’를 2013년부터 실시하겠다는 것은 기업을 이중으로 옥죄는 것”이라고 밝혔다.

목표관리제란 정부가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해주고 이를 초과하면 과태료를 물리는 제도다. 지금까지 약 470개 업체가 관리 대상으로 예비 지정돼 있다.

녹색성장위원회가 지난 11월 발표한 입법예고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역시 기업마다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정한다. 할당량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더 내보내야 하는 기업은 초과한 양만큼 배출권을 사야하고, 덜 내보내면 돈으로 보상받는 친시장적인 규제방식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규제의 직간접 여부만 다를 뿐 목표관리제나 배출권거래제 모두 할당량을 통해 기업을 규제하기 때문에 매출액에는 부정적인 압력이 될 것이라는 게 상의측 설명이다. 건의문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산업계의 매출감소액이 많게는 약 1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특히, 제조업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철강, 비철금속, 화학, 석유정제품 등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가 동시에 제도화 된다는 것만으로도 기업들에게는 많은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목표관리제가 어느 정도 정착된 다음에 그 성과를 바탕으로 거래제의 제정 및 시행여부를 논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배출권거래제가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도 자리잡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미국, 일본도 현재 법안통과가 어려워 제도시행을 철회했거나 보류상태고, 수출시장의 경쟁국인 중국, 인도 등도 거래제 도입을 고려치 않고 있다”면서 “세계 GDP의 85%, 온실가스 배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G20 국가에서도 거래제를 도입한 국가는 단 5개국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오바마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입법화 추진이 의회와 경제계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으며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해 거래제 도입은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일본 역시 민주당의 참의원 선거 패배로 법안 추진이 어려운 상태고, 호주도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도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건의문은 “제도의 좋고 나쁨을 떠나 국내 산업계의 국제경쟁력 저하를 막는 것이 먼저다”며 “우선 녹색성장위원회의 법률안을 보류하고 G20 국가들이 동시에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제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1월 성공적으로 치러진 G20 비즈니스 서밋에서 ‘녹색성장’을 주요 의제로 다뤄 글로벌 녹색리더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대한상의 이동근 상근부회장도 “온실가스 감축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G20 국가들이 동시에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해 국내 산업여건과 거래제에 대한 국제동향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배출권거래제 법률안 도입의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