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서 내 집을 가지고 있는 집주인들의 혹독한 겨울나기가 시작됐다. 경기침체로 집값이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는데 이어 세입자 조차 자취를 감추면서 ‘역전세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금 반환이 어려운 경우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10% 이상씩 깎아주며 재계약을 권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대출까지 받아가며 전세금을 반환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 지속
보증금 반환 위한 집주인 추가 대출 늘어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12월 첫 주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낙폭을 -0.14%p 확대하며 -0.37%가 하락했다. 서울의 하락폭(-0.65%)이 전주에 비해 2배 이상 벌어졌고, 신도시(-0.47%), 경기(-0.23%), 인천(-0.10%) 순으로 집값이 빠졌다.

이렇듯 매매시장이 깊은 침체에 빠지면서 전세 시장도 6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입주 폭탄에 경기 불황으로 집값까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전셋값도 덩달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 이에 전국 전세 가격은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0.29%가 뒷걸음질쳤고, 서울·경기·인천 지역은 중형 아파트 부진 탓에 각각 -0.54%, -0.27%, -0.04%씩 빠졌다. 신도시는 특히 소형 아파트 하락으로 약세장(-0.54%)을 연출했다.

서울 구별로는 중구가 -2.26%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 지역은 서울 도심권과의 접근성이 뛰어나 전세수요가 북적이던 곳이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하면서 전셋집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신당동 남산공인 대표는 “지난 9월 이후 전세수요가 일절 끊겼다”며 “계약 만료 후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전세분쟁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고 3억 원까지 올랐던 신당동 남산타운 105㎡(32평형)의 전세가격은 현재 1억 8,000만 원으로 주저앉았다.

이 같은 현상은 송파구(-1.33%)도 마찬가지. 특히 잠실동은 대규모 입주사태(엘스, 리센츠, 1만 1,241가구)로 인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잠실동 T부동산 대표는 “지난 7월과 9월 입주를 시작한 리센츠와 엘스 전세물량이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2006년 12월 입주한 레이크팰리스 전세만기까지 도래하면서 전셋값이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입주 당시 최고 4억 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던 레이크팰리스 112㎡(34평형)는 한꺼번에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3억 원대 초반으로 전세가격이 떨어졌다.

이밖에 강동구(-1.40%)에서는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 145㎡(44평형)가 2억 6,5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강남구(-0.96%)에서는 압구정동 신현대 119㎡(36평형)가 3억 500만 원에서 2억 5,500만 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전셋집도 시세보다 10% 이상 저렴해야 거래
집주인, 세입자 못 구해 ‘전전긍긍’

신도시는 평촌(-1.87%)의 전세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 99㎡(30평형)대 이하 전세 매물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평촌동 H공인 대표는 “초원대원 109㎡(33평형)와 귀인마을 현대홈타운 92㎡(28평형)의 경우 주간 3,000만 원씩 전세가가 빠졌다”며 “전세가격이 뒷걸음질치면서 집주인들이 대출받아 보증금을 돌려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본이 -0.59%가 떨어졌고, 분당(-0.49%), 중동(-0.47%), 일산(-0.22%) 순으로 약세를 보였다.

경기도는 군포시(-1.29%)가 전세가 하락을 이끌었다. 세입자들이 기존 전셋값보다 10% 이상 저렴한 집만 찾고 있어 전세가격이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다. 당동 대림e-편한세상2차 109㎡(33평형)가 1억 8,500만 원에서 1억 6,000만 원으로, 당정동 한솔솔파크 79㎡(24평형)가 1억 2,000만 원에서 1억 1,000만 원으로 떨어졌다.

남양주시는 오남읍 금호어울림 79㎡(24평형)와 와부읍 강변삼익 79㎡(24평형)가 각각 7,25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9,500만 원에서 8,500만 원으로 하락해 임차계약이 체결됐다.

이밖에 의왕시가 -0.65%의 변동률을 나타냈고, 동두천시(-0.57%), 여주군(-0.57%), 하남시(-0.55%), 구리시(-0.47%) 등의 순으로 거래부진이 이어졌다.

인천은 동구(-0.76%)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두 달 전부터 매매거래가 끊기기 시작한 데 이어 전세시장에도 냉담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송현동 송현솔빛주공1차 99㎡(30평형)가 1,000만 원이 빠진 9,500만 원에, 109㎡(33평형)가 500만 원이 빠진 1억 1,000만 원에 매물이 나온 상태다. 이어 중구(-0.25%)도 약세를 면치 못했고, 연수구(-0.24%), 계양구(-0.12%), 부평구(-0.10%) 등이 하락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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