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권력’엔 면죄부 줬나"
 
 

검찰이 3개월여에 걸쳐 벌인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로 사회 지도층의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계기가 됐지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준 미흡한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박 전 회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로비와 관련된)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전·현 정권이든 여야든 죄가 있다면 철저하게 단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검찰은 실제 여야 전직 국회의장을 포함한 정치인, 청와대 고위 인사, 전직 경찰청장 및 판·검사, 지방자치단체장을 소환 조사해 구속하거나 불구속 기소하는 등 입법·사법·행정 전 분야를 망라한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그동안 박 전 회장의 돈을 받은 것으로 의혹이 제기된 여야 현역의원들이 막판에 참고인 소환 불응 등을 이유로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무엇보다 현 정권의 실세 등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은 검찰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살아 있는 권력’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해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으로부터 ‘부실 수사’라는 평가와 함께 영장이 기각됐다. 이는 임채진 검찰총장의 사퇴를 앞당겼다.

천 회장 수사가 벽에 부딪치면서 천 회장을 통해 여건 실세들이 박 전 회장을 위한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나섰다는 의혹 수사도 유야무야됐다.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의 ‘몸통’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참고인 신분이라는 이유로 단 한 차례 서면조사에 그쳤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게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하자 이 의원을 곧바로 무혐의 처분하기도 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50억원은 라 회장 개인 돈으로 드러났다며 역시 무혐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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