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칼럼> 대한민국 검찰의 '유추' 실력
 
 
두 가지 사물에 공통점이 있음을 인식하고 한쪽의 사물에서 볼 수 있는 하나의 성질이 다른 쪽에도 있을 것이라고 추론하는 것을 ‘유추(類推, analogical inference)’라고 한다. 철수와 영희는 한국사람, 김치는 한국의 대표음식이고 철수도 김치를 먹으므로, 영희 또한 김치를 먹을 것이다 등의 추리를 말한다. ‘유추’는 ‘유비추리(類比推理)’의 줄임말, ‘유비추리’는 말 그대로 비슷함에 비례하여[類比] 어떤 특질 또한 비슷할 거라고 여기는[推理] 것, ‘analogical’의 원형 ‘analogy’의 뿌리는 ‘수학적 비율’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analogia’이고 ‘inference’의 뿌리는 ‘옮기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inferre’로서 ‘analogical inference’는 ‘유사한 비율만큼 그럴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에게 유추 능력이 없었더라면 인류문명의 발전은 지금보다 반감되었을 것이라는 데 토를 달지 못한다. 눈부신 과학의 발달을 선도해온 것도 유추에 의한 가설이었다. 실제로 20세기 초 과학자들이 음전하를 띤 전자들이 양전하를 띤 원자핵 둘레를 원 궤도 또는 타원 궤도로 돌고 있다는 가설을 파고들어 최초의 원자모형이 모습을 찾아냈었다. 그렇다고 해서 유추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 같은 한국인이지만 김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이, 미루어 판단하는 것 또한 일종의 고정관념 내지는 편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는 바, 법정에서 피고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곳 미국서 ‘4명 중의 1명은 전과자’라는 편견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흑인들이 성폭행범이나 강도범으로 몰려 감옥살이를 하다가 훗날 DNA 검사나 진범 체포로 풀려나오고 있는 것도 유추의 맹점을 웅변하는 단적인 사례들 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한국 검찰이 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하면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작가의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여 스스로의 권위와 신뢰에 또 한 번 x칠을 했다. 검찰은 PD수첩 광우병 제작편에 참여한 김은희 작가가 한 지인에게 보낸 “어찌나 광적으로 일을 했던지, 아마도 총선 직후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 더 그랬나 봐요”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공개하면서 “광우병 위험성을 부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왜곡을 했다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데 주요자료가 된다”가 된다고 침 튀겼지만, 법을 수호해야할 검찰이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 중의 하나인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고 있음에 어안이 벙벙하고, ‘적개심’이라는 단어 하나로 프로그램 전체를 색칠하려고 덤벼들어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맞기는 맞아?”하는 조롱이 절로 나온다. 지난 번 노무현 전 대통령 수뢰 혐의 수사 때 수사의 본질과는 전혀 무관한 ‘피아제 시계’ 이야기를 꺼내고 “논두렁에 버렸다”는 미확인 발언까지 언론에 흘려 ‘노 전 대통령의 부도덕성’을 유추해낸 혁혁한 전과가 있는 검찰이고 보면 무슨 x같은 유추를 못하겠느냐마는, ‘PD 수첩’ 때문에 반 이명박 정서가 생겨난 것처럼 유추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을 ‘바보상자 앞에 앉아 있는 바보’ 취급하는 것이어서 눈이 절로 흘겨지거니와, 37세 여성의 사적인 진담 반 농담 반 대화 속의 특정 단어를 끄집어내 ‘PD 수첩’ 전체를 유추해내는 더러운 능력에는 구역질 날 정도의 지저분한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 중의 하나라는 검찰의 유추 실력이 고작 그 수준? 정말 눈 뜨고 못 봐주겠다. MBC PD 수첩 사건을 배당 받자 “부분적 오역 등으로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한 점은 인정되지만 언론의 자유 등에 비춰볼 때 제작진을 기소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견지하여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어오다가 올해 초 사표를 내던져버린 임수빈 전 서울지검 형사 2부장의 심정을 이해할만 하다. 이곳 미국서 테러와의 전쟁을 밀어붙인 조지 부시 행정부의 주구(走狗)가 되어 국제법으로나 미국법으로나 엄금하고 있는 고문의 ‘법적 정당성’을 주장했다가 정권 바뀐 후 법정에 서게 된 한국계 존 유 버클리 법대 교수도 뒤통수 긁으며 피식 웃을 것 같다. 정권은 한시적이지만 법리적용은 영원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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