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수 사회디자인 연구소 상임이사    © e중앙뉴스
1. 연합정치의 시대인가?

한국의 정치 이념적 지형으로 유권자에게 질문하는 진보&중도&보수의 비율은 3:4:3로 나타난다. 이러한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구체적 정치쟁점을 가지고 의견조사를 하면, 중도는 확연히 줄어들고, 좌우로 이동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보수를 대표하는 정치적 조직으로 ‘한나라당’은 절대적 위상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진보를 대표하는 정치적 조직은 ‘민주당 계열’과 ‘좌파정당 계열’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선거 시기 당선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이 정치적 대표성을 지역구 차원에서는 획득해 왔지만, 2004년 정당명부비례대표제의 등장으로 인해 ‘좌파정당 계열’도 근거지를 마련한 셈이다. 또한 2006~8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압도적 우위를 확인하였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연합정치’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진보진영에서 독자출마의 시대는 끝나고, 연대, 연합, 통합이라는 ‘연합정치’의 시대가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2. ‘천하삼분지계’에 어떻게 볼 것인가?

‘좌파정당 계열’의 독자적 존립 근거는 ‘천하삼분지계’에서 출발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이념지형의 구도를 고정적으로 생각하고, ‘진보’의 몫이 자신들의 기반이라는 전제에서 발전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이른바 ‘비(非)민주당 진보대통합론’의 기본 정치 전략은 선(先) 3등분 후(後) 협상론이다.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의 기본구상이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헌법과 선거법의 체제에서는 2.5당 체제(소수정당의 존재)까지는 가능하지만, 3당 체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해서 증명되었다. 그래서 진보정당 계열은 대결적 형태로는 3정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현실적인 입장에서 원내진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은 과거에 비해 진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독자적 선거 대응론을 주장하는 정당은 거의 없고, 모두다 ‘연대연합’을 통한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2012년 총선에 대해 군소정당들은 6.2지방선거에서 일부지역에서 실현된 연대연합의 방식을 통해 원내진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하고 있다. 특히 연대연합이라는 협상의 방식으로 후보를 단일화한다면, 군소정당의 지도자들이 최종적 수혜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정치현실을 냉정하게 규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현행 대통령 중심제 헌법과 정당법,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선거법 체제에 따라 양당제가 강제되는 현실을 상수로 인정해야 한다. ‘연대연합’을 한다는 것은 “양당제가 좋다, 다양제가 더 좋다”는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강제를 현실로 받아들인다는 전제가 성립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쯤에서 다시 살펴보면, 선거라는 필수의 통과의례를 치려야 할 때는 ‘천하는 3분이 아니라 2분’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평상시의 정치적 주장만이 ‘천하 3분’일 뿐임을 알 수 있다.

3. 연대냐? 연합이냐? 통합이냐?

연대는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통상 ‘후보단일화’를 의미한다. 각 당에서 후보를 출마시키고 투표일 직전까지 정치협상방식으로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연합은 선거 시기 이전에 정치협상을 통해, 각 당의 공천자 비율을 정하고, 지역을 배분하여 연합공천을 하자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통상 사용하는 ‘연합정치’의 의미에서 볼 때, 중간단위의 설정으로 ‘선거연합’의 한 형식으로 야당연합공천을 하자는 개념이다.

통합은 각 당이 하나의 당으로 합당하여 ‘단일 후보’를 출마시키자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연합정치’의 최고 형태로 ‘단일정당-단일후보’의 개념이다. 선거 시기 후보자 전술의 의미에서 재정리해 본다면, 연대는 ‘후보 단일화’, 연합은 ‘연합 공천’, 통합은 ‘단일 공천’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후보 단일화는 원래부터 있는 것이고, 연합정치의 가장 낮은 차원이니 더 이상 논할 가치가 없다. 지금의 현실에서는 ‘연합정치’의 중간 단계인 ‘연합공천’과 최고 단계인 ‘단일공천’ 중에서 무엇이 실현가능한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4. 민주당은 양보할 수 있는가?

‘연합정치’ 논쟁에서 지금 현재까지의 흐름으로 보면, ‘민주당 양보론’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연대연합을 위해서는 민주당이 얼마나 기득권을 버려야 하는가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우, 결론은 민주당 양보론이 된다. 민주당이 ‘연합정치’를 ‘연대연합’이라는 관점, 즉 연합공천으로 해석한다면, 결과는 민주당 30% 양보론, 50% 양보론, 또는 “민주당이 70%를 떼 주는 한이 있더라도 야당들과 통합하라!”는 DJ의 유언도 ‘연대와 연합’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결론은 ‘민주당 양보론’이 최종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연대연합은 결국 민주당이 양보를 통해 만들어야 할 과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양보할 수가 없다. 첫째 DJ와 같은 과거의 제왕적 총재가 사라진 민주당의 최고 지도부는 30% 양보를 관철한 힘이 없다. 지금 민주당의 주인은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체제’다. 민주당 내부에서 30% 양보를 주장할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둘째 대통령후보가 총선 전에 선출되어 있다면, 그나마 협상이라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이번에는 총선 이후에 대통령후보 선출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대통령 예비후보들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최대한 국회의원에 당선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양보란 없다. 셋째 연합공천이 최선도 아니오! 차선도 아니다. 양보를 통한 연합공천이 당선을 보장하지도 못한다. 민주당 후보군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둘 다 낙선할 가능성이 있다.

야당 모두가 새로운 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글의 대상인 민주당에서 가져야 할 것은 ‘통합’의 관점이다. 첫째, ‘통합’이라는 연합정치의 최고 단계를 실현가능한 목표로 분명히 한 상태에서 논리를 전개해야 한다. 둘째, ‘연대와 연합’이 2012년 총선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분명하게 선포해야 한다. 연대연합이 안될 것이 분명한데도 마치 가능한 것처럼 논의를 전개하다가는 최종적 결렬의 책임을 민주당이 뒤집어 써야한다. 셋째, 민주당이 확실하게 바뀌어야 한다. ‘민주당 개혁안’이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정당으로 혁신된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 다행히 천정배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민주당 개혁특별위원회’가 발족하여 여러 가지 혁신안을 검토하고 있다니 기대가 된다.

5. 민주당 개혁안은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새로운 ‘야권단일정당(이하 단일정당)’을 만든다면, 단일정당의 성격이나 형식, 형태는 ‘민주진보연합정당’, ‘무지개연합정당’, ‘야권 연대에 기초한 통합정당’ 등으로 표현할 수가 있다. 민주당은 당개혁의 주요한 방향을 ‘한국형 무지개연합정당’을 창당할 수 있도록 근거와 토대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어떤 야당을 원할까? 아마 ‘집권하는 정당’, ‘수권(授權)할 수 있는 정당’일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집권정당이 되려면 3가지 요소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정당의 형식에서 ‘단일정당’, 둘째 정당의 운영에서 ‘민주적인 정당’, 셋째 정당의 능력에서 ‘유능한 정당’이 되어야 한다. 민주당의 개혁안은 일단 첫째와 둘째의 요소를 중심으로 정리하고, 다음의 과제에서 세 번째 요소인 ‘유능’의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 단일정당과 민주적인 정당을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즉 비전과 리더십 그리고 정책역량과 전략 전술적 능력을 종합적으로 구사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단일정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창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고, 정당의 역량이 축적하는 특별한 과정을 만드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1) 다양성

각각의 이념과 가치에 기반을 둔 모든 정파는 당내에서 ‘공존하며 경쟁할 수 있는 정당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또한 동시에 하나의 이념과 가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융합과 단결의 정당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2) 개방성

당원들의 전형적 의식 상태로 보아서는 ‘대중정당’적 지향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지만, 세계적 추세나 한국적 흐름으로 보아 ‘지지자정당’이 강화되어온 과정에 있다. ‘개방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개방적 대중정당’을 생각한다면, 당원제도부터 정립해야 한다. 새로운 단일정당은 당의 주인은 당원임을 분명하게 하면서도 ‘당원’은 항상 대한민국 국민의 민심에 순응하고, 민심이 당의 결정에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3) 창조성

기존 정당의 관례와 관성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형’의 새로운 정당모델을 창조해야 한다. 한국정치제도와 연동되어 있는 정당체제라는 점과 한국사회 문화의 변화 정도를 고려한 ‘한국적 정당’ 모델을 설계해 보아야 한다.

다수의 당원을 확보하는 것이 당권을 장악하는 조직적 토대와 그 시작이 될 수 없도록 당원의 자격시비를 원천적으로 없애야 한다. 당비납부를 하는 당원의 중요도보다 활동하는 당원의 역할이 더 필요한 시대가 왔다. 자발적 봉사자와 활동가들이 정당에 재정적 기여를 하는 당원들보다도 더 중요해 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온라인 당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슈와 아젠다에 민감하게 반영하는 세대를 흡수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의무를 수행한 당원의 권리와 정치적 지향을 같이 하는 자원봉사자와 활동가와 지지자들의 역할을 배분하고 당원들과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당원제도를 고안해야 한다.

1) ‘당원’의 의무는 최대한 낮추고, 누구나 입당하면, 당원이 되고, 일정의 기간이 경과하면, 당원에게 주어지는 투표권을 가지게 한다.

2) 매월 일정액의 당비를 일정기간 계속 납부하는 당원은 피선거권을 가지며, 적절한 정보를 제공받고, 각종 행사 등에서 우대를 받는 명예를 가지지만, 정치적 특권이나 차등의 권리부여에 신중해야 한다.

3) 당원은 온라인 등 기타 가입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가입하여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인터넷의 특성에 맞게 필요에 따라 익명성이나 활동방식을 존중받을 수 있게 한다.

4) 당의 여러 활동을 지원하거나, 자원봉사하거나, 후원하거나, 지지하는 사람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투표권을 획득할 수 있게 한다.

5) 당원은 본인의 선택에 따라 ‘지구당’(지역), ‘정책운동체(직능), 기타 활동공간에서 각각 따로, 또는 병행 활동할 수가 있게 한다. 지역은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위원장을 선출하므로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다양한 정책운동체인 직능조직 가입은 본인이 활동하고 싶은 정책분야가 있으면 새로 만들 수도 있고, 기존의 조직을 선택해서 가입할 수도 있고, 아무 곳에도 가입하지 않을 수도 있게 한다.

6. 당개혁의 핵심은 공천제도이다.

당은 ‘개방적 대중정당’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공직후보자추천제도(공천제도)를 완전히 혁신한다. 선거의 규모와 관심사 그리고 당세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후보자 경선은 완전개방형 국민참여경선제(인구구성에 따른 비율을 적용)로 하고, 국회의원후보자 경선과 광역/기초단체장후보자 경선은 전문가와 배심원 배점+부분개방형 국민참여+당원경선제로 하고, 광역/기초의회후보자 경선은 당원경선제로 실시하는 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남용되어온 여론조사의 경우, 불가피한 사정이 있더라도 가능한 적용하지 않는다. 공천자격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기초자격만 심사하고 최대한 복수후보자를 인정한다. 전략공천(정당통합을 고려하여)의 경우에도 20%로 축소한다. 선거규칙 사전예고제를 실시하여 6개월 전 선거방침 결정하여 공고하고, 3개월 전에 예비선거를 실시하고, 결선투표는 2개월 전까지 후보를 확정한다.

1) 국회의원의 경우, 중앙당 공천자격심사위원회는 기본자격만 심사한다. 최소한의 진입장벽만 설치한다.

2) 전문가와 국민배심제의 원리를 배합하여,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국민배심원이 참여하는 30인 이상의 규모로 ‘전문가+국민배심원’을 구성하고, 배심원이 후보자의 기본적 자질심사를 검사하기 위해 필답고사, 면접, 집단토론 등을 실시하여 점수를 발표하고, 그 과정에 당원과 지지자들이 참여하여 방청하고, 시청할 수 있게 한다. 최종적으로 점수 배점을 약 20% 범위에서 줄 수 있게 하며, ‘슈퍼스타K’ 방식으로 경선한다.

3) 국민경선제에 투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신청에 따라 자격을 획득하며, 이 때 당원은 자동으로 국민경선 참여자의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또한 투표도 직접투표, 모바일투표, 인터넷 투표 모두 허용하고, 투표일 전에 실시하는 사전투표도 허용한다.

4) 후보선출순서도 광역단위 또는 생활권 단위로 순차적으로 진행하여 투표분위기 조성과 선거관리비용을 절약한다.

5) 모든 경선에서 전체의 50%이상 득표한 후보로 나오지 않으면, 반드시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는 1위와 2위 후보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동시에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이때도 동일한 선거인단이 투표한다.

6) 각급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를 선출할 때, 20% 이내의 전략공천과 재보궐선거에서는 중앙당의 전략공천을 허용한다.

7) 대통령 후보와 당대표를 선출할 때는 ‘전국정당’ 정신에 맞게 광역별 선거인 숫자를 전국 유권자 중에서 그 광역 유권자가 차지하는 비중에 맞게 배당해야 하고, 지역순회경선을 실시한다.

7.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오늘은 야당의 맏형인 ‘민주당’을 대상으로 글을 썼다. 혹여 라도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까봐서 부연하면, 백만민란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권단일정당’을 주장하지 않는다. 모든 정당이 새로운 ‘야권단일정당’의 주인공이 되자는 주장이다. 오늘은 연합정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분명한 입장을 정하는 것이 연합정치의 향방에 중요하기 때문에 민주당에 대한 충고를 먼저했다. 민주당에게 막연한 연대연합이라는 관점에서 진행하는 대화가 결국은 치명적인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야권이 연대연합을 하지 않으면, 거대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고, 그나마 2012년 총선은 연대연합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는 파국이 예상될 뿐이라는 사실을 말한 것이다. 야권의 상생을 위해서는 지금의 정치적 체제와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는 장기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현 정치상황을 타개하기위한 야당 간에 정책협약이 필요하다. 원내 다수당을 확보하여 선거법을 개정하기로 협약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 후에 ‘천하삼분’을 하든지, ‘전하사분’을 하든 하면 된다. 그래서 지금은 ‘연대연합’이 아니라 ‘통합’이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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