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신한은행장 선임으로 시작된 금융업계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번 CEO 선임 과정에서는 과거 자주 논란이 됐던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가 줄었지만, 투표권 문제로
후보들이 중도 사퇴하는 등 공정성 논란은 여전했다.

전문가들은 공정성과 취약한 후계구도, 경영진의 과도한 개입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범규준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업계, CEO 선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20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번 주 2차 회의를 열어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해 심의할 예정이다.

내달 임기가 끝나는 김승유 회장과 김종열 사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 최고경영진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달 말까지 후보자 심의를 마치고 내달 9일
이사회 전에 경영진 후보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이르면 이번 주 유임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융은 최근
장수 및 고령 CEO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을 고려해 CEO 등 등기이사의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고, 연임 시 임기는 종전 3년에서 1년으로 변경했다.

이 규준을 적용하면 내달 임기가 끝나는 김 회장(68)은 올해부터 1년 단위로 이사회 등의 검증을 거쳐 만 70세까지
최장 3년 더 연임이 가능해진다.

산은금융지주는 민유성 회장의 임기가 6월10일까지이지만, 민 회장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3월 교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강 위원장이 회장에 임명되면 현재 겸임하는 회장과 행장이 분리돼 행장이 실무를 맡고, 임 차관 등 다른
인물이 맡으면 지금처럼 겸임 체제로 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팔성 회장이 연임에
성공우리금융의 경우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내달 4일 오후 5시까지 공개모집과 헤드헌터 추천을 통해 우리, 광주, 경남은행장 후보를 접수할 예정이며, 서류 심사와 인터뷰 등을 거쳐 이르면 내달 중순께 각 은행에 행장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는 김정한 우리금융 리스크담당 전무와 이순우 우리은행
수석 부행장, 이병재 우리파이낸셜 사장, 윤상구 우리금융 경영혁신홍보 담당 전무 등 4파전으로 좁혀졌다.

공정성 강화와 경영진 입김
차단과제 산적하게 놓여있어 CEO 선임 과정에서 정권 실세나 관료가 민간 금융회사 CEO를 맡는 관치금융 관행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여전히 개선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 14일 한동우 회장 내정자를 단독 후보로 선임한 신한금융의 경우 회장 선임 과정에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등
전직 최고경영진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유력 후보였던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이 투표권 논란으로 후보에서 사퇴하는 등 공정성 시비에 시달렸다.

개인신용정보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도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표결에
사내이사들이 참여한 것이 논란이 돼 김용덕 사장이 3연임을 포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신한금융은 전직 최고경영진들이 이사에서 사퇴하고, 사외이사수를 2명 늘려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KCB 이사회는 사장 선임 과정에서 사장과 부사장 등
사내이사를 제외하는 등 규정을 변경한 뒤 조만간 사장 선임 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CEO 선임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권한
확대와 함께 CEO 선임을 위한 위원회의 독립성 강화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또 은행과
증권, 카드, 보험 등 계열사 CEO를 계열사 이사회가 아닌 금융지주사에서 선임하는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계열사 이사회가 직접 또는 CEO 선임위원회를
구성해 전문 경영진을 영입하고 대주주인 금융지주사는 추인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영진 간 내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CEO의 연령 및 임기 제한과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도입 역시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최고경영진의 갑작스러운 퇴임에 대비해 새 CEO 임기 초기에 차기 CEO 선임 작업을 시작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일부는 낙하산 인사가 CEO로 부임하면서 경영 안정성이 떨어지고, 일부는 CEO의 장기집권으로 자정 기능
무너지면서 리더십이 훼손되는 등 국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가 비정상적"이라며 "CEO 선임 절차를 법으로 규정하고, 회장 선임 과정과 관련한 자료를 외부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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