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금융기관들은 올해 하반기 도입예정인 외환건전성부담금(은행세)에 대해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금융기관 28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규제에 대한 금융기관의 인식 및 시사점 조사’ 결과, 은행세 규제에 대해 ‘예정대로 하반기에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22.1%인데 반해, ‘서두르지 말고 국내외 사정을 고려해 내년 이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39.7%, ‘도입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35.7%로 나타났다. 도입을 미루거나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75.4%에 이르는 것이다. [‘상반기 중 도입’ 2.5%]

은행세로 잘 알려진 외환건전성부담금은 자본유출입에 따른 외환시장의 불안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금융기관의 비예금 외화부채에 대해 기간에 따라 최고 0.2%(1년이내)에서 최저 0.03%(5년초과)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국내 금융규제에 대해서도 금융기관들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높은 수준이며,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 금융선진국과 비교한 국내 금융규제 수준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72.2%가 ‘더 심하다’고 답했으며, ‘약하다’는 의견은 10%에 그쳤다. [‘비슷하다’ 17.8%]

향후 금융규제 정책 방향에 대한 질문에도 72.2%의 기업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거나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8.9%와 18.9%에 그쳤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금융규제로는 ‘건전성 규제’(38.9%), ‘진입규제’(20.7%), ‘투자자 보호’(16.1%), ‘방화벽 규제’(9.6%) 등이 차례대로 꼽혔다. [‘퇴출기준 마련’ 9.3%, ‘광고 규제’ 3.9%, ‘기타’ 1.1%, ‘없음’ 0.4%]

대한상의는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국제적인 추세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국내 금융환경이 선진국과 다른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규제완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규제 강화 논의가 진행 중인 사모펀드 등 이른바 ‘그림자 금융’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47.5%가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강화해야 한다’거나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23.9%, 28.6%였다.

이외에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은행의 바젤Ⅲ,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 규제에 대해서는 ‘현행 유지’를 바라는 기업들이 가장 많았고, ‘규제 강화’보다는 ‘규제 약화’를 바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 비율을 국내은행 50%, 외국은행 지점 250%로 제한하고 있는 선물환 포지션 규제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61.4%로 가장 많았으며, ‘규제 완화’는 23.2%, ‘규제강화’는 15.4%로 나타났다. 작년 12월부터 비과세에서 과세로 전환된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해서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6.8%로 가장 많은 가운데, ‘비과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26.4%로 나타났다. [‘세율 하향 필요’ 17.1%, ‘세율 상향 필요’ 9.7%]

자기자본 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유동성 비율 규제를 도입하는 등 은행의 건전성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바젤Ⅲ에 대해서는 44.3%의 응답기업이 ‘적절한 수준’이라고 답했으며,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38.2%,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17.5%로 조사됐다.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 규제에 있어서는 ‘현행 유지’가 56.1%, ‘완화’ 25.0%, ‘강화’ 18.9%로 나타났다.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비율로 금융당국은 증권사에게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향후 금융기관의 과제로는 응답기업의 40.0%가 ‘수익구조 다변화’를 들었으며, 이어 ‘대형화·글로벌화’(34.3%), ‘전문화·차별화’(33.9%), ‘창의적인 신규상품 개발’(27.5%), ‘리스크 관리’(23.9%), ‘전문인력 양성’(11.8%), ‘투자은행(IB) 육성’(10.7%) 등을 꼽았다. [복수응답]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규제로 금융산업의 발전이 저해돼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국내에도 세계적인 금융기관이 나올 수 있도록 진입, 영업행위, 자금조달 등에 있어 지속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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