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업과 단체가 선관위에 기탁해 정당에 정치자금을 후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소위원회 구성과 안건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

정개특위는 특히 오늘 회의에서 공직선거관계법 소위와 정당정치자금법 소위의 위원장을 각각 선출할 계획이지만, 여야 모두 선거법 사안을 다루는 공직선거관계법 소위원장을 희망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정개특위는 또 공직선거법 관련 공청회 계획 안건 등도 논의한다.
▲ 국회 의사당     [국회=e중앙뉴스 지완구 기자]
앞서 선관위 관계자는 21일 “기업과 단체가 선관위에 연간 1억5000만원까지 정치자금을 맡길 수 있되, 절반은 기탁자가 지정한 정당에 주고 나머지 반은 의석수와 정당득표율 등을 고려한 국고보조금 배분 비율에 따라 정당에 나눠주는 개정 의견 초안을 법제과에서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안은 기업 사주 등의 일방적 기탁을 막기 위해 이사회 의결 등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후원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과 단체의 기탁내역을 모두 공개하는 안도 담았다. 국회에서 이 안이 수용돼 법이 바뀌면 1997년 없어진 기업과 단체의 정치후원금 지정기탁금 제도가 사실상 부활하는 셈이다. 지정기탁금 제도는 기업이 당을 지정해 선관위에 맡긴 후원금이 해당 정당에 100% 전달되도록 한 것인데, 집권 여당에 후원금이 쏠리는 등의 부작용이 심해 폐지됐다.

또 2004년 폐지된 정당후원회를 되살리는 방안도 담겼다. 정당후원회를 통해 개인한테서만 연간 2000만원까지 후원금을 받되, 연간 모금 한도는 중앙당 50억원, 시도당 5억원으로 하자는 것이다. 중앙당에 연간 500만원, 전국 단위의 공직선거가 있는 해에는 모금한도를 2배로 늘릴 수 있다. 시도당에 연간 300만원을 넘겨 기부한 사람은 인터넷에 인적사항을 공개하도록 했다.

기업별 기탁금을 연간 1억5000만원으로 제한해도 대기업의 경우 수십개 계열사를 동원해 수십억원대를 특정 정당에 지정 기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 및 단체의 정치자금과 정당후원회 금지는 한국정치의 오랜 폐해인 정경유착을 끊고 정치자금을 양성화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4년 도입됐다. 이른바 ‘오세훈 선거법’으로 불리며 정치인은 기업이나 단체와 관련된 돈을 일체 받을 수 없게 했다. 그간 정치권은 현행법으로 인해 자금줄이 막혀 오히려 음성화의 소지가 있다며 법 개정을 강하게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치권은 정당의 돈줄을 풀어주는 개정 의견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긍정적인 분위기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민주당 간사인 박기춘 의원은 “선관위가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공론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개특위 관계자도 “단체·법인의 기부 행위 허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정치관계법이 민감한 사안인 만큼 오는 24~25일 토론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달 4일 중앙선관위 논의를 거친 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개정 의견 최종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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