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대표 통합 이후에도 백의종군 생각 없어, 신당의 정책과 이념 발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나쁜 공생구조”를 말했다.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는 자유한국당이고 “무책임하고 위험한 진보”는 더불어민주당인데 이 양당이 극단을 독점하면서 진영논리에 빠졌다는 주장이다.

이 두 정당이 겉으로는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호 이용하면서 야합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함께 만들 ‘통합개혁신당’은 “대안을 제시하는 문제해결 정치”를 선보여 한국정치를 바꿔보겠다는 것이 통합선언의 명분이다.

두 대표는 현실적으로 원내 의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국민 지지(율)가 뒷받침 된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 대표와 유 대표는 18일 11시1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통합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통합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공통분모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공통분모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두 대표는 선언문의 6가지 내용을 한 파트씩 나눠서 낭독했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 정책 비판 △문재인 정부의 경제복지 정책 비판 △거대 정당의 적대적 공존 비판 △통합개혁신당의 정책 방향과 이념 △통합개혁신당의 대정부 대응방침 △통합의 길이 고단해도 도전하겠다는 것 등이다.

문재인 정부 ‘안보와 경제’ 다 문제

두 대표가 언급한 현 정부의 문제점은 크게 안보와 경제다. 

유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북핵과 미사일을 주도적으로 해결할 의지와 역량을 보이지 않는다”며 그 배경에 “북핵이 우리나라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위험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중국 눈치를 보는 외교정책과 북한에 유화적인 대북정책”으로는 안보를 제대로 지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대표의 통합선언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정론관을 찾아 논평을 진행한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안보 불안을 자극하면서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을 구태정치로 싸잡아 격하하는 문법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이 과연 건강한 보수의 중요성 차원에서 통합신당을 인정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겠지만 현재로선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의당이 과연 건강한 보수의 중요성 차원에서 통합신당을 인정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겠지만
현재로선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바로 마이크를 잡은 최경환 의원(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 대변인)도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시기에 냉전적 안보관을 드러낸 두 대표의 인식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경환 의원은 통합 신당 선언을 안유 정당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경환 의원은 통합 신당 선언을 안유 정당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대표와 유 대표가 공감하는 경제 철학 중 하나는 “일자리는 민간시장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이런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지는 따져볼 일이지만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국민세금으로 공무원 일자리를 만드는 사이에 청년실업률이 최악에 치닫고 있다”고 성토했다. 

“수요공급 시장원리를 무시한 규제와 세금 위주의 부동산정책은 애꿎은 지방의 부동산시장만 잡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했다가 바로 철회한 것도 “오락가락 아마추어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박근혜 정부도 써먹었지만 허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신당이 “중부담 중복지의 원칙”을 견지하고 “기득권을 양보시키는 노사정 대타협”을 이룩하겠다고 강조했다.

‘적대적 공생’을 타파하는 3당으로서 신당

안 대표는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약진해 다당제를 이뤄냈고 이것이 자신의 성과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었다. 

안 대표의 생각은 한국 정당사에서 3당은 큰 선거를 앞두고 외연확장을 하지 못 해 항상 소멸됐고 이번에도 3당과 4당이 외연확장을 하지 못 하면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합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적대적 공생과 양극단의 정치를 끝내겠다고 선언한 두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적대적 공생과 양극단의 정치를 끝내겠다고 선언한 두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거대 양당의 “극단 정치”는 민생과 안보를 제대로 해결하는 정치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호남과 영남의 지역주의에 기대는 정당을 타파하겠다는 가치도 파생된다.

유 대표는 “영남이든 호남이든 충청이든 지역주의에서 벗어나는 게 우리들의 숙제”라며 “신당에 합류하려는 의원들은 그런 구태와 결별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오라”고 주문했다.

최경환 의원은 여기에 동의하지 못 하는 국민의당 반통합파의 관점을 강조했다. 최 의원은 “꼬마 유승민과 꼬마 안철수가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합당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아무리 그래봐도 이것은 보수 야합”이라고 깍아내렸다. 
 
최석 대변인도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이란 본류 앞에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통합선언 자체가 지방선거를 앞둔 떴다방 개소식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고 비판했다. 

“앞으로 다가올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두 사람이 오늘 했던 말을 또 어떻게 번복할지만 궁금할 따름”이라고 조소하기도 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설파했던 “건강한 보수의 중요성”의 관점, 다시 말해 무조건 반대만 하는 자유한국당을 고립시키고 협치가 될 수 있는 중도보수 세력으로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역할에 대해서 정의당은 회의적으로 보는 것인지 기자가 질문을 던지자, 최 대변인은 “건강한 보수에 대한 열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금까지 성과를 보여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노 원내대표는 그런 건강한 보수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통합 신당은 거기서 멀다는 것”이고 “특히 촛불혁명 이후에는 보수통합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정의당과 그 외 정당이 진보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차원에서) 민주당이 건강한 보수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체성의 차이
 
유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모든 정당들이 내부에서 구성원 간의 생각 차이가 없는 경우가 없다”고 밝혔다. 안 대표도 “사소한 차이를 부각하는 반대 세력이 있겠지만 (양당이) 국민통합포럼을 14차까지 열면서 여러 공통분모를 수렴하고 합의된 부분을 많이 모았다”고 강조했다. 

두 대표는 이날 선언문에서 밝혔듯이 “미래를 기준으로 공통점을 맞춰가겠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와 안보 정책을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두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와 안보 정책을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특히 안 대표는 왜 이 시점에 선언문을 발표하냐는 질문에 “반통합파의 반대 이유들 중에 통합신당의 정체성과 비전에 의구심을 가지는 것도 있다”며 “오늘 발표가 그 의구심을 해소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도 “도대체 신당이 어떤 정치를 하려고 하느냐에 대해 답을 빨리 주고 싶었다”며 “모든 통합 시도에는 진통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렇게까지 진통을 겪어가면서 통합을 이뤄낸 역사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당명에 보수당을 붙이고 싶어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랬었지만 의원들과 소통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고 이미 통추협(통합추진협의체)이 신당의 당명은 차후 국민 공모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 대표는 통합 완료 이후에 백의종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 대표는 향후 거취에 대해서 “정치하면서 한 번도 자리 탐해본 적 없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통합에 따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금은 백의종군 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어 “당분간은 창당 이후에도 마찬가지”라며 “권한보다 책임이 더 중요한 시기이고 나중에 신중하게 고민해서 거취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 대표는 이미 공언한 바에 따라 신당에서 공식 직함을 맡진 않고 외부 고문처럼 전체적인 당의 방향을 조율하는 실질적인 당대표 역할을 하고, 유 대표는 원내에서 여러 역할을 하는 원내대표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신당의 투톱 체제가 형성될 전망이다. 

기자회견장 자리에 동석한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과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기자회견장 자리에 동석한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과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전날 하루종일 시끄러웠던 이명박 전 대통령, 국민의당이 계승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 정리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유 대표는 “생각차이가 날 수 있다”며 “같은 정당 하려면 국가적 이슈에 대해 너무 다르면 곤란하고 그런 점에서 오늘 선언문이 매우 중요하다”고 서두를 밝혔다. 

이어 “DJ에 대한 평가도 다 진화해왔다”며 “나도 5.18민주화운동 묘지에 가서 슬픈 역사를 많이 아파했고 5.18 특별법 그 정도면 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적 진실에 대해서는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몇몇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과 이 전 대통령이 과거 연이 깊기도 했었고 유 대표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정치보복일 수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유 대표는 이날 이에 대해 “정치보복이 되어서도 안 되고 법치를 벗어나는 것도 안 된다는 원론적인 차원으로만 짧게 답변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공만 있는 정부도 없고 과만 있는 정부도 없어서 공과를 잘 가려서 계승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호남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생각해서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 견해차가 있지만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 노력하겠다”며 “(MB에 대해서) 사법적인 영역은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서 단호하게 처벌하는 게 올바른 일”이라고 말했다. 
 
지지율이 모든 것을 상쇄할 수 있을지 또 신당의 지지율이 과연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유 대표는 “의석수가 현실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며 “국민 지지가 더 중요하고 이것은 다음 선거에서 곧바로 국회의원 숫자를 결정해줄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118석의 거대 정당(더불어민주당과 덩치는 비슷)이지만 지지율(10%대 중후반)에는 괴리가 있다는 것만 봐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지율이 올라가면 많은 의원들이 함께 하리라 믿는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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