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의 두 배가 넘는 기간 동안 파업,  간부들과 이사들 사퇴 촉구, 새사장 선임이 중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고대영 KBS 사장이 마침내 물러나게 됐다. 지난해 11월13일 김장겸 전 MBC 사장이 71일 만에 해임된 이후 꼬박 두 배의 시간이 더 걸렸다.

KBS 이사회가 22일 오후 임시이사회를 열고 고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고 고 사장과 함께 자진 사퇴했다. 차후 문재인 대통령이 해임 제청을 승인하면 고 사장의 해임이 확정된다.

지난해 10월27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고대영 KBS 사장. (사진=KBS 새노조 제공)
지난해 10월27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고대영 KBS 사장. (사진=KBS 새노조 제공)

이 이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모친상이라 이사회 참석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그 날짜에 중요한 의결을 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 이사장은 “MBC에 이어 이제 KBS도 권력 놀이를 하는 과격한 언론노조의 자유 무대”가 됐다며 “더 이상 이사장직을 맡는게 무의미하다”고 사퇴의 배경을 밝혔다.

고 사장의 해임 사유는 △KBS 역사상 최초로 지상파 재허가 심사 합격점수 미달 △KBS 신뢰도와 영향력 추락 △파업을 초래하고 해결하지 못 한 무능 △징계를 남발하고 조직개편을 제대로 못 한 인사관리 실패 △부실하게 경영사항을 보고해 이사회 심의 의결권 침해 △보도국장과 본부장 재임 시에 금품수수와 보도 누락 의혹 및 도청 게이트 연루 등 6가지다.

이날의 결과는 KBS 새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총파업에 들어간지 5개월여(141일)  만에 얻어낸 성과로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새노조는 당장 24일부터 업무에 복귀할 방침이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으며 맞서 싸운 KBS 구성원들에게 먼저 격려의 뜻을 보낸다”며 “가열차고 진실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국민들의 편에 서서 잘 싸워주었다”고 밝혔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내고 “KBS 구성원들은 넉달이 넘는 기간 동안 파업을 이어오면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왔다”며 새노조를 격려했다.

새노조는 의결 직후 성명을 내고 “고대영을 퇴출시키기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치밀하고 집요한 사내 방해 세력은 우리 투쟁의 커다란 걸림돌이었다”고 지난날을 회고했다. 

구체적으로 “겉치레 파업에 이어 고대영과 야합으로 끝난 구노조(KBS노동조합) 전임 집행부의 행태는 조속한 KBS 정상화를 바라는 구성원들의 엄청난 분노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새노조가 비판하는 구노조는 지난해 11월10일 “여야가 방송법 개정안에 합의하면 바로 사퇴하겠다”는 고 사장의 발언을 명분으로 파업을 잠정 중단했다. 새노조는 여야가 합의할 가능성이 낮은 방송법을 조건부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고 사장의 꼼수에 구노조가 놀아났다며 양대 노조의 동시 파업 동력만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구노조의 이현진 위원장이 지난해 11월23일 고 사장과 갑작스럽게 단체협약을 체결하자, 새노조는 “무려 4년이나 체결하지 못한 채 끌어오던 단체협약을 하룻밤사이 다른 노동조합 몰래 도둑 체결한 것”이라며 반발했고 구노조를 “비리 사장과 한 몸통이 돼 야합”한 “어용노조”로 규정했다.

국회 국감장에서 고 사장에 질문하는 KBS 새노조 구성원들. (사진=KBS 새노조 제공)
국회 국감장에서 고 사장에 질문하는 KBS 새노조 구성원들. (사진=KBS 새노조 제공)

새노조는 “아직 우리가 갈 길은 멀다”며 고대영 체제를 유지시킨 간부들·이사들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새로운 공영방송을 이끌 수장 선출” 절차에 들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관련해서 22일 논평을 통해 “KBS보다 앞서 적폐 사장을 해임하고 새 사장을 선임한 방송문화진흥회의 MBC 사장 인선 절차를 참고해 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며 “방문진은 새사장 공모부터 정책 발표회, 면접 등의 전 과정을 공개하고 시청자의 참여를 보장했다”고 밝혔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두 보수정당은 고 사장의 해임 의결 소식에 강력 반발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MBC 장악에 이은 문재인 정부의 후안무치한 방송 장악 기도가 대미를 장식하려는 순간”이라며 “양대 공영방송은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사영 방송으로 전락”했다고 강하게 비판함과 동시에 문 대통령의 해임 제청 승인 거부를 촉구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SBS의 보도통제 의혹을 제기하며 “국민들은 반민주 독재의 상징인 언론통제에 혈안이 되어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고 있는 좌파 독재정권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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