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에 남북 단일팀과 북한 체제선전장을 명분으로 반대 서한 발송, 3일 만에 청와대 청원 20만명 넘어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올림픽 서한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나 의원을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직에서 박탈시켜 달라는 청와대 청원에는 3일 만에 20만명이 넘는 시민의 동의를 받아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앞선 19일 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단일팀을 위한 최종 엔트리 확대와 북 체제선전장 활용 가능성 등 올림픽 헌장에 있는 정치적 중립 원칙과 공정경쟁 정신에 위배”된다며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와 IPC(국제 패럴림픽 위원회) 지도부에 반대 서한을 발송했다고 스스로 알린 바 있다. 

23일 18시11분 현재 나 의원 청원에 참여한 시민들의 수는 ‘20만 5498명’이다. 

나경원 의원에 대한 청원글에 동참 수가 20만명이 넘어섰다. (캡처사진=청와대 홈피)
나경원 의원의 반대서한 행위에 대한 청원글에 시민들의 동참이 20만명을 넘어섰다. (캡처사진=청와대 홈피)

문재인 정부의 평창 올림픽 관련 대북 대화 행보에 대해 연일 매섭게 비판하고 있는 바른정당 역시 나 의원의 행보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며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밝혔다.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을 끝내고 기자와 만나 나 의원에 대한 질문에 답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을 끝내고 기자와 만나 나 의원에 대한 질문에 답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대화 국면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추진하고 남북한 단일팀을 꾸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다만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과 너무 과하게 홍보하는 것(마식령 스키장 훈련 등)은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나 의원이) 서한까지 보내는 것은 오버한 게 맞다”고 생각하고 “(기자가 빨리 물어봐줬다면) 내부 회의를 통해 공식 논평을 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개인적인 생각으로 저건 좀 아닌데 싶었다”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색깔론에 기대지 않는 보수가 되어야 한다”고 평소 강조했고 자유한국당의 통일 나무 인공기 논란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듯이, 바른정당이 볼 때도 한국당은 여전히 정치공세를 할 때 색깔론에 의존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  

나 의원은 22일 다시 페이스북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반박 입장을 올려 자신의 논리를 자세히 설명했다. 나 의원은 “5년전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조직위원장로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호소했다”며 “북한의 장애인 인권상황 개선과 북한 정상국가화에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럼에도 “남북 단일팀 구성은 전혀 다른 문제다. 원칙에 맞지 않기 때문에 반대한 것이”이라며 “남북 단일팀 졸속추진으로 인한 공정성 문제 및 평창올림픽이 북한의 체제선전장으로 활용되고 정치도구화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 반대 서한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평창특별법에) 단일팀 구성이 해당 감독 및 선수와 전혀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졸속 추진되어도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 원내대표가 했던 발언을 찬찬히 살펴보면 나 의원이 주장한 “체제선전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도를 내비쳤다는 걸 알 수 있다.  

우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제 사회도 응원하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어떻게 평양올림픽이고 체제 선전가인가”라며 “불과 5년 전 나경원 의원은 평창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북한의 참가를 위해 북에 서한까지 보낸 장본인인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제올림픽 위원회에 남북단일팀 구성을 반대하는 서한을 보냈다니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자신에 대한 청와대 청원글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자 마치 의식한 듯 연일 페이스북에 자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캡처사진=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2018년 1월23일)
나경원 의원은 자신에 대한 청와대 청원글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자 마치 의식한 듯 연일 페이스북에 자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캡처사진=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2018년 1월23일)

해당 청원을 올린 시민 A씨도 “나경원 의원은 국민을 믿지 못하는 것인가? 평화를 바라는 국민이 대다수 일텐데 북한의 공연단·예술단·단일팀이 선전 체제를 앞세우고 있다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과연 똑똑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북한 선전에 넘어갈거라는 말입니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A씨는 “올림픽에 대한 상징, 평창위원회 위원직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 한명의 독단적 사고와 본인 위주의 흥행(노이즈마케팅) 옳지 않다”고 나 의원을 비판했다. 

한편, 나 의원은 23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자기 입장을 강조했다. 나 의원은 “뉴욕타임즈가 게재한 기사”라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을 장기판의 졸로 전락시킨 문재인 정부의 졸속 남북 단일팀 구성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나 의원이 반대 서한을 IOC에 보낸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시민들이 동의하지 못 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절차적 문제점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메달 발언에 대해 일반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어느정도 형성됐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도 이에 대해 인정하고 “겸허히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의사 표출을 하기 위해 올림픽 위원회에 서한까지 보내는 행위는 과거 올림픽 홍보대사를 맡은 바 있고 현재도 올림픽 조직위원을 맡고 있는 나 의원으로 특히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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