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확고한 의원들의 입장 변화 조짐, 중재파와 비례대표의 행보가 중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민의당 내부 통합파와 반통합파 간의 막판 심리 게임이 고도화되고 있다. 

24일 오후 국회에서 통합파와 중재파 간의 긴급 회동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안철수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통합파 김관영 의원과, 통합 반대 의사에 기울었지만 분열은 안 된다는 중재파 김동철 원내대표·박주선 국회부의장·황주홍 의원·이용호 의원, 추가로 통합파에 가까운 중재파 주승용 의원 등 2대 4대 1로 모였다.

중립파와 통합파 의원들이 박주선 국회부의장실에서 모여 국민의당 사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립파와 통합파 의원들이 박주선 국회부의장실에서 모여 국민의당 사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날(23일) 통합파가 바른정당과의 통추협(통합추진협의체)을 통추위(통합추진위원회)로 격상해 안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를 공동위원장으로 선임하고 통합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반통합파도 민주평화당(민평당)으로 당명을 확정하는 등 각각 자신들의 길을 거침없이 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재파도 끝까지 분열을 막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용호 의원은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어떻게든지 국민의당의 분열은 안 된다”며 “안철수 대표의 조기 사퇴를 마지막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중재파 의원들은 정치적 행동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말한 것의 행간을 보면 민주평화당 신당 창당 선언서 18인에 이름을 올린 박주선 의원의 방향에 중재파가 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 의원은 손금주 의원과 송기석 의원도 사실상 통합파에서 중재파 또는 반통합파의 조류에 기울었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송 의원은 통합파였지만 요즘 우리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손금주 의원도 아마 우리와 생각이 비슷한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미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민평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발언한 바 있다. 대표적인 통합파인 송 의원의 심경 변화 자체가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안 대표는 23일 반통합파 의원들을 징계하기 위해 당무위원회를 열려고 하다가 취소했고 대신 기자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최후통첩을 내렸다. 이때 안 대표는 “합법적인 전당대회 절차”를 강조했고 이 절차를 비난하면 안 된다고 표현했으나 누가 봐도 무리하게 통합을 위한 요식행위로 밀어붙인 측면이 강했다. 

이용호 의원도 이와 관련 “당이 이지경까지 온 것은 안 대표의 리더십과 일방적인 통합 행보가 크게 작용했다”며 “먼저 안 대표가 사퇴해야 반통합파와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 대표는 이미 중재파의 사퇴 제안에 거부 의사를 보였고 적어도 전당대회 전까지는 그럴 의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두 번째 사퇴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더불어 송기석 의원이 한 번에 입장을 반통합파나 중재파로 바꿀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이용호 의원도 복잡한 지점이 있다. 전날(24일) 발표된 통추위 확대개편 보도자료에 보면 “양당의 정책위의장이 포함되고”라고 되어 있는데 반통합 중재파에 가까운 이 의원이 여기에 합류하는 것인지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과거에도 명백한 반통합파 노선을 천명한 구당초(당을 구하는 호남초선)에 이름을 올리면서도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협의체에 참여했었다. 당시 이 의원은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기자들에게는 바른정당과의 정책 연대도 부적절하다는 식으로 표현했었다. 

반통합의 언어를 세게 구사하면서 행보는 당의 공식라인을 따라가는 투트랙 전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기자에게 대신 이 의원의 의사를 전달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 의원은 확고히 중재파의 입장이고 전당대회에서 아직 통합이 통과될지 부결될지 결정된 게 아니라서 그때까지 직접 통합 반대나 찬성 의사를 밝히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 의원의 의사를 묻지 않고 통추위에 정책위의장 합류를 발표한 행위를 두고) 국민의당 공보실에 문의해 보겠지만 그렇게 결정한 것에 잘못됐다고 항의하기도 좀 애매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확실히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에 부정적이지만 당의 분열을 막고 중재하기 위한 투트랙 행보에 뜻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요한 것은 반통합파 비례대표 의원 3명(이상돈·장정숙·박주현)과 입장을 밝히지 않은 비례대표 의원 2명(최도자·박선숙)의 신상 문제에 대해 안 대표가 제명 처리를 해줄지 여부와, 중립파들 7명(황주홍·김동철·이용호·김성식·주승용·손금주·이찬열)의 결단이다. 

확정적인 지역구 반통합파 의원들은 15명인데 현재 중립 반통합파인 3명(황주홍·김동철·이용호)이 민평당으로 합류하고 안 대표가 3명(장정숙·박주현·이상돈)의 비례대표를 제명해주면 민평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안 대표가 제명해줄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고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비례대표 의원들을 좀 더 설득해 합류시켜 보겠다는 안 대표 측의 의중을 대신 드러낸 바 있다. 복잡한 함수 싸움이 예상되는데 표로 정리해보면 이렇게 된다. 물론 유동적일 수 있으나 현재까지 정리된 성향 분포도다.

국민의당 39명의 의원들 성향 분포도. (자료=박효영 기자)

한편,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 김동철 원내대표는 통합파와 반통합파 둘 다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어떻게 서로를 민주당과 자유한국당보다 더 비난할 수 있나”라며 “이 사태의 첫 번째 잘못은 의원들의 동의를 받지 못 하고 통합을 추진한 안철수 대표에 있고 당 대표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증오수준의 발언을 한 (반통합파도) 잘못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안 대표는 이제라도 통합을 중단하는 것이 맞으나 중단하기에는 너무 많이 왔다”며 “분란을 일으킨 당사자로서 당장 물러나고 궁극적인 통합은 이뤄져야 한다”고 중재안을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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