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김현수 기자]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는 우리 선수들과 단일팀을 이루기 위해 25일 방남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12명은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이다.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할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25일 오후 충청북도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빙상훈련장에 도착했다.[사진=SBS방송캡쳐]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할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25일 오후 충청북도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빙상훈련장에 도착했다.[사진=SBS방송캡쳐]

 

새러 머리(30·캐나다) 단일팀 총감독을 비롯해 우리 코치진이 작년 6월 단일팀 논의가 나왔을 때 경기 영상을 보면서 사전에 체크했던 선수들이 전원 포함됐다.선수들은 곧바로 적응훈련에 돌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첫 경기(2월 10일)까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이미 사전 파악을 끝낸 선수들로만 12명이 채워진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 15명(선수 12명, 감독 1명, 보조인력 2명)이 이날 경의선 육로를 통해 입경한 뒤 우리 선수들이 훈련 중인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짐을 풀었다.

북한 선수단이 합류한 것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남북 단일팀 구성을 발표한 지 닷새 만이다.

단일팀은 우리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해 총 35명이다. 하지만 경기에 뛸 수 있는 게임 엔트리는 22명이고, 머리 총감독은 북한 선수 3명을 반드시 출전시켜야 한다.

실력만 놓고 보면 북한 선수들은 4라인에서 제한된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리그)에서 한국에 0-3 완패를 당할 정도로 우리와 전력 차이가 크다. 세계 랭킹도 한국이 22위로, 북한(25위)보다 세 계단 위다.

머리 감독은 지난 16일 "북한 선수 중 수비수 2명, 공격수 1명이 보탬이 될 수 있지만, 1∼3라인에 들어올 만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이 눈여겨본 원철순, 정수현, 김향미, 박선영, 김농금 중에서 12명 명단에 포함된 선수는 정수현과 김향미뿐이다.

더군다나 피지컬이 좋고, 터프한 수비수를 원했던 머리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북한 선수 명단에는 12명 중 9명이 공격수라 어떻게 선수들을 구성할 지도 물음표다.

우선 머리 감독은 26일부터 곧바로 합동 훈련을 진행하지 않고 이번 주까지는 남북 선수들이 따로 훈련하게 해 북한 선수들의 기량을 먼저 체크할 예정이다. 그런 뒤 다음 주부터 합동 훈련에 들어간다.

비디오 영상으로 보는 것과 눈으로 직접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의 세부적인 기술을 보면서 이들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활용할지 고민한다.

가령 북한 선수 중에 전체적인 기량은 떨어지더라도 페이스오프에 능한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를 페이스오프 전담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 우리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슛이 약한 편인데, 북한 선수 중에 슬랩샷이나 원타이머가 가능한 선수가 있다면 파워 플레이(상대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 때 집어넣는 것도 가능하다.

머리 감독이 큰 틀을 세우면 김도윤 코치는 북한 선수 12명과 3시간씩 개별 인터뷰를 통해 우리 전술과 시스템을 설명한 뒤 맞춤형 '플레이북(전술노트)'를 나눠줄 계획이다.

서로 다른 아이스하키 용어를 통일하는 것도 급선무로 꼽힌다. 우리 대표팀이 쓰는 아이스하키 용어는 100%가 영어다. 반면 북한은 '아이스하키'를 '빙상호케이'라고 부를 정도로 용어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거기서 덤프(공격 지역으로 퍽을 처넣는 것)하지 마"라고 벤치에서 외쳤는데, 북한 선수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손발이 완전히 어긋나게 된다.

박철호 북한 감독과 서로의 영역을 명확히 하는 것도 갈등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다. 북한 선수 기용을 놓고 서로 불협화음이 발생하면 단일팀은 그야말로 위기에 빠질 수 있어서다.

한편 남북단일팀은 오는 2월 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른다. 올림픽 개막 전에 북한 선수들을 테스트할 유일한 기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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