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의 홍 대표 개헌 지침 단독보도, 홍 대표는 전면 부인, 곧 한국당의 권력구조 개헌안 내놓기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연일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개헌론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부각하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없는 개헌은 “앙꼬없는 찐빵”이라며 4년 중임제 개헌안 정도로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 와중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의원내각제를 염두에 두고 개헌을 구상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강하게 반발했다. 홍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무슨 의도로 그런 허위기사를 작성했는지 모르겠으나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우리당 헌정 특위위원과 개헌 관련 논의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 대표가 22일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홍 대표가 22일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백민경 중앙일보 기자는 29일자 조간신문에 단독을 달고 홍 대표가 한국당 개헌특위(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에 의원내각제를 중심으로 개헌을 추진하라는 주문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백 기자는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개헌특위 A위원을 인터뷰해서 보도했는데 한국당 소속 개헌특위 위원은 김재경 위원장을 포함 9명(주광덕·김성태·김진태·나경원·안상수·정종섭·정태옥·황영철)이다. 이중 여러 의원들이 홍 대표에게 개헌 관련 지침을 받았다는 것이고 홍 대표는 논의조차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중앙일보의 보도를 부인했다. (캡처사진=홍준표 페이스북)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중앙일보의 보도를 부인했다. (캡처사진=홍준표 페이스북)

A위원은 인터뷰를 통해 “홍 대표가 특위 일부 위원들에게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더라도 의원내각제를 염두에 두고 개헌을 추진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A위원은 “그동안 (한국당이) 개헌 논의에 소극적이었는데 그런 당의 스탠스를 일부 수정하라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그동안 한국당은 지난 대선 당시 홍 대표의 공약을 파기하면서까지 지방선거 동시 개헌투표 실시에 부정적이었다. 여기엔 지방선거에서 개헌투표를 하면 불리하다는 판단과 더불어 집권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한 국회로 이양시키기 위한 속내가 담겨있다. 

지난해 12월6일 개헌특위 23차 회의에서 정용기 한국당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개헌을 하자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표현 자체도 쓰지 말고 제왕적 대통령은 없다라는 이런 식의 인식을 보이면서 4년 중임제 얘기도 나오고 이렇게 된다면 저희가 볼 때 이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지금 5년도 정말 문제인데 이걸 8년으로 연장하자는 것밖에 안 되는 개악이 되는 거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홍 대표는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를 삭제해 개헌을 시도한다고 주장했고 이는 “북한의 공식 명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듯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북한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듯이, 지속적으로 정부여당 주도의 개헌을 경계했다. 

홍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헌 추진을 좌파 개헌이라고 딱지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홍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헌 추진을 좌파 개헌이라고 딱지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홍 대표는 2017년 5월8일 대선 하루 전 <개헌 매니페스토 운동 실천연대>를 통해 총리가 행정수반이 되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양원제 국회를 바람직한 권력구조라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내각제는 총선만 치러서 다수당이 행정 내각을 구성하기 때문에 분권형 대통령제보다 근본적으로 의회에 힘이 많이 실리는 권력제도다.

백 기자는 한국당 내에서도 의원들 간에 이원집정제, 내각제, 대통령제 등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홍 대표의 내각제 주문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분위기라고 묘사했다. 
  
한편,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이 일단 개헌안부터 내놨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에 한국당은 29일 오후 일산의 동양인재개발원에서 의원 연찬회를 열어 개헌 관련 특강을 듣고 의원들끼리 개헌안을 내놓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결국 개헌의 핵심 포인트는 제왕적 통제의 폐해를 줄이는 권력구조 분산인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 당만의 구체적인 안을 갖고 있어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움직일 수 있다"며 "5년 대통령 단임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빨리 개편안을 마련해 국민에게 알리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정도까지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관련해서 지난 16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행 헌법 하에서 책임 총리제를 강화하는 것은 동의할 수 있지만 국회에 총리 선출권을 주는 등의 이원집정제는 “우리나라와 맞지 않고 국민들이 원치 않는다”며 명백하게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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