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파 이탈은 아니지만 통합을 잘 성사시키기 위해 쓴소리 필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송기석 의원이 ‘쓴소리 맨’의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 의원이 마냥 안 대표와 통합 흐름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만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을 잘 하기 위해서” 나름의 비판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12월20일 안철수 대표가 전당원 투표를 선언하고, 국민의당 의원총회가 열렸을 때 당시의 분위기는 험악했다. 반통합파 의원들의 불만이 폭발했고 거친 언사가 나오자 송 의원은 이를 매우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난해 12월20일 안철수 대표가 전당원 투표를 선언하고, 국민의당 의원총회가 열렸을 때 당시의 분위기는 험악했다. 반통합파 의원들의 불만이 폭발했고 거친 언사가 나오자 송 의원은 이를 매우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동안 송 의원은 국민의당 통합파 12인(권은희·김삼화·신용현·오세정·채이배·김수민·이태규·김중로·이동섭·이언주·김관영·송기석)에 자동 포함됐었다. 모든 언론도 그런 정치적 입장을 전제하고 송 의원을 바라봤다. 때문에 최근 송 의원이 통합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민주평화당(반통합파의 신당)과 비교해서 현실적인 조건을 언급한 것이 ‘심경 변화’로 해석됐었다.

기자가 송 의원 측 관계자 A씨와 통화했을 때는 이미 30일 tbs <뉴스공장>에서 송 의원이 상세히 자신의 입장을 밝힌 이후라 크게 더 물어볼 게 없었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 확인할 게 있었다. 

28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추진위원회의 인선안을 확정했는데, 김삼화·송기석 의원을 제외하고는 12인 중 모두가 산하 분과위원회에서 직책을 맡았다. 김 의원은 29일 최고위회의에서 당비 대납 진상조사단장을 맡기로 했기 때문에 통합파의 흐름에 공식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사실상 송 의원만 12인 중 유일하게 통합이 눈 앞에 온 상황에서도 공식 직함이 없는 형국이다. A씨는 이와 관련 “당대표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다른 직책을 맡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태규 의원은 30일 국민의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중간보고 자리에서 기자의 관련 질문에 “바른정당 의원들 규모가 우리 통합파 숫자보다 더 적어서 그들을 배려해서 가고 있는 것”이라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고 적어도 특정인 누구를 고려해서 분과위원회에서 현역 의원 배분을 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A씨는 곁에서 지켜봤을 때 송 의원이 “최근 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 예전부터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런 내용(통합 과정에서 쓴소리)을 말해왔었다”며 “(언론에서 말하는 심경변화는 아니지 않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통합을 잘 하기 위해서 그런 역할이 필요하다”고 송 의원이 판단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인정’ 송기석 선생과 ‘쓴소리맨’

송 의원은 <뉴스공장>에서 인터뷰에 답변을 하면서 청취자들로부터 “인정 송기석 선생”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랬을만큼 송 의원은 진행자가 던지는 통합파의 무리한 추진 관련 질문에 있는 그대로 수긍하고 인정하는 태도였다. 

그 과정에서 의미심장한 발언도 했다. 송 의원은 “기본적인 입장이 무조건 통합의 찬성파 아니냐는 그런 시각에서 (언론이) 출발한 것 같은데 내가 개인 안철수의 비서실장이 아니고 국민의당 당대표의 비서실장”이라며 “국민의당이 바른 방향으로 가는데 조언해야 되고 대표를 보좌해야 되니까 그런 측면에서 비합리적인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중로 의원도 30일 전대준비위 중간보고 자리에서 기자의 관련 질문에 “송 의원을 통합파로 전제하고 보면 그럴줄 모르지만 그분도 복잡하고 어려운 상태”라며 “국민의당 내에 중간파와 통합 찬성파가 있고 다 입장이 다르다”고 밝혔다. 

확고한 반통합파이자 민평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배숙 의원은 30일 YTN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갑자기 (송 의원이) 그런게 아니라 얼마 전부터 그러한 얘기를 했다”며 “정말 올바른 합당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고 그게 정치인의 양심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지난해 12월20일 의총 현장에서 유성엽 의원이 안 대표를 "끌고오라"고 말하자, 너무 과하다고 자제를 부탁했다가 큰소리를 듣기도 했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송 의원은 지난해 12월20일 의총 현장에서 유성엽 의원이 안 대표를 "끌고오라"고 말하자, 너무 과하다고 자제를 부탁했다가 큰소리를 듣기도 했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송 의원은 “(전당대회를 위한 당규 개정에 대해서 어떻게든 통합을 하려다 보니까 그렇게 논란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렇다”며 “가결을 위해서 그렇게. 뭐 인정하겠다”고 답했다. 

비례대표 출당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밝힐 때는 송 의원이 바라보는 바람직한 통합의 현실적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앞서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지속적으로 이상돈 의원을 비롯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들에 대해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송 의원도 그런 차원에서 “사실상 민평당이 교섭단체 이상으로 커진다면 이건 정상적인 통합으로 제가 봐도 보기 어려운 것(통합을 하면 덩치가 더 커져야 한다는 측면에서)”이라며 “마이너스 통합 이것은 (통합파도) 의아해 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통합파가 아닌 비례대표 5인(최도자·박선숙·이상돈·장정숙·박주현)에 대해서 “최대한 함께 갈 수 있게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김 진행자는 “결국은 저쪽 동네가 너무 커지고 내가 쪼그라들면 나는 욕먹고 저쪽은 잘되니까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안 대표가 비례대표 제명 조치를 해주지 않는 배경에 대한 세간의 해석을 거론했고 송 의원은 “정치라는 게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최대한 세력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고 그런 현실론을 인정했다.

특히 송 의원은 “(설득과정을 충분히 거친 이후 비례대표 의원들이 최종 결단을 할 시점) 그 상황이 닥쳤을 때 진지하게 논의해서 당원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본인이 대표라면 출당했을 거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송 의원은 외연확장과 관련해서 바람직한 통합의 판단 척도를 더욱 명확하게 밝혔다. 송 의원은 거듭 “분당이나 마이너스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고 “실제 열일곱 분은 거의 분당의 길로 갔고 나머지 중재하는 의원들 이 분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주선 의원이 중재파의 수장격이었지만 사실상 민평당에 기운 측면이 강하다고 했을 때 비례대표를 포함 중재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9명(박선숙·최도자·황주홍·김동철·이용호·김성식·손금주·이찬열·주승용)이다. 이들은 통합과 절차, 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견해가 다 다르다. 

결국 송 의원은 안 대표와 통합파가 “정치적 역량과 정치적 결단”을 통해 중재파를 최대한 많이 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인데. 특히 “실제 그 상황이 닥치면 나도 판단하겠다”고 말한 지점이 의미심장하다. 

김 진행자가 “판단하겠다는 말씀은 무조건 통합파 쪽으로 가는 건 아니라는 건가”라고 묻자 “그렇다”라고 답하며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분명히 생각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송 의원은 “내부적으로는 쓴소리도 계속 했다”며 김 진행자가 “최후의 결전이 오면 지금 무조건 통합은 아닌 것으로 그것은 고민해 봐야 한다. 이 정도 선까지 온 거냐”는 질문에도 수긍했다. 

물론 송 의원이 그렇다고 민평당의 논리를 받아들인 것은 전혀 아니다. 송 의원은 “반대하는 분들의 논리에 대해서는 수긍을 못 한다”며 “이게 어떻게 호남을 버리고 탈호남이고 햇볕정책을 버리고 보수 대야합이고 이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해뒀다.

다시 김 진행자가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통합파에 그대로 자동으로 따라갈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나는 나의 판단을 새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물으면서 무조건적 통합파가 아님을 재확인하려고 하자 송 의원은 “통합이 원칙으로는 맞지만 이런 형태의 이렇게 분당까지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소신을 천명했다.

안철수 대표와 송기석 의원이 지난해 9월6일 광주 북구 월출동 ㈜옵토닉스 회의실에서 광주첨단과학국가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철수 대표와 송기석 의원이 지난해 9월6일 광주 북구 월출동 ㈜옵토닉스 회의실에서 광주첨단과학국가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리하면 안 대표와 통합파의 입장에서 강렬하게 통합 흐름에 힘을 실어주던 송 의원의 모습이 아니라서 곤란하게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있다. 그럼에도 통합을 주도하는 안 대표에 쓴소리를 할 수 있으면서도 통합에 동의하는 인물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하태경 의원은 18일 jtbc <썰전>에서 “한국당에서 유일하게 홍준표 대표에 쓴소리하는 의원이 장제원 의원이었다”며 “장 의원이 한국당에 넘어간 이후에도 그런 역할을 했다가 최근에는 완전히 없어졌는데 이게 한국당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당대표에 대한 측근의 쓴소리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취지를 강조한 것이다. 송 의원이 안 대표와 통합파에 건강한 쓴소리맨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데 이런 행보가 추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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