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내분 사태 사과로 시작, 소통과 협치 강조, 청와대 주도 및 여당 견제 부재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주도의 국정운영을 비판했다. 청문회를 거친 장관들이 각종 정책을 발표하지 않고 청와대 실세들이 나서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2일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소통과 협치’ 부족을 지적했다. 사실 국민의당의 내부 사정이 너무 악화된 상황이라 야당의 정부 견제에 상대적으로 신경쓸 여유가 부족했는데, 김 원내대표의 비판은 매서웠다. 

세 번째로 교섭단체 연설에 나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애석하게도 국민의당은 곧 사라지고 통합신당과 민주평화당으로 재탄생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세 번째로 교섭단체 연설에 나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애석하게도 국민의당은 곧 사라지고 통합신당과 민주평화당으로 재탄생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원내대표는 “최근 저희 국민의당이 당내 갈등과 분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데 대해 국민의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국민이 만들어준 국민의당을 지키지 못하고 분열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31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1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각각 정부 ‘성과 강조’와 ‘맹비판’의 기조였다면 김 원내대표는 대정부 비판적인 기조와 더불어 소통 부족과 정치적 중재 기능이 약화된 국정에 중점을 두고 연설을 진행했다.

김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고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주도로만 국정을 운영하는 점을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고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주도로만 국정을 운영하는 점을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며 일자리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시작해 인사정책·최저임금·교육·가상화폐·탈원전·미세먼지·외교안보 등 사안별로 비평을 했지만 무엇보다 김 원내대표는 거듭 협치를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가 그렇게 부각하려고 했던 소통론을 찬찬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크게 청와대 주도 비판·여당의 견제 기능 부족 등으로 이뤄졌다. 

김 원내대표는 “총리 패싱, 장관 패싱이 일상화된 나라가 돼버렸다”며 “국무회의가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로 작동하기는커녕 청와대에 의해 오히려 컨트롤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장관 중심인 국무위원들이 부각되기 보다는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서관들이 너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취지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수석비서관·비서관 등은 직책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에 불과하고 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국회에서 출석을 요구해도 안 나오고 버티면 그만”이라 말하면서 “헌법기관인 장관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고 정작 사고가 터지면 자신들은 장관들 뒤에 숨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장관들이 청와대 비서진들의 “방탄” 역할을 한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실례로 “아랍에미리트와의 군사협정문제를 수습한 건 외교부 장관이나 국방부 장관이 아닌 청와대 비서실장(임종석)이었고 최저임금 현장점검에 나서고 TF단장을 맡은 사람은 경제부총리나 고용노동부 장관이 아닌 청와대 정책실장(장하성)이었고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한 것은 법무부장관이나 행안부장관이 아닌 민정수석(조국)이었다”며 “국방부장관이 대통령 특보(문정인)와의 갈등으로 인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질책을 받는 일도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런 청와대 주도가 곧 당정청의 소통 부족을 넘어 야당과의 협치를 어렵게 만든다고 논의를 확장시켰다. 

김 원내대표는 “수많은 인사와 정책과 예산과 법률에서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결정한 것이 단 한 건이라도 있었냐?”고 본회의장 국무위원석을 향해 외쳤고 “청와대가 미리 결정해 여당에는 지침을 내리고 야당에게는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문재인 식 협치인가”라고 반문했다.

국회 본회의장 국무위원석. (사진=박효영 기자)
국회 본회의장 국무위원석.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당 석을 향해 물음을 던진 김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당 석을 향해 물음을 던진 김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야당의 요구가 반영된 2017년 추가경정예산안 통과 및 2018년도 예산안 처리 등의 사례가 있고,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야당의 혹독한 견제로 각종 법안 처리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 발목잡힌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인식이 있어서, 이 지점에 대한 해석 싸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여당 의원들의 책임”을 언급하며 “청와대를 향해 ‘아니오’라고 말하는 용기있는 의원 한 분이라도 있냐”고 민주당 석을 향해 물음표를 던졌다.
 
그러면서 지난 정권에서 여당의 정부 견제 사례를 하나씩 거론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 문책을 요구했던 정태근·남경필 의원 △민간인 사찰사건 재수사를 수차례 촉구했던 정두언 의원 △만사형통인 대통령의 친형에게 2선 후퇴를 요구하던 소신파 의원모임 △박근혜 정권에서 청와대에 맞서다 원내대표 직에서 물러났던 유승민 의원 △장관직까지 내던지며 소신을 지켰던 진영 의원 등이다.

물론 여당이 던지는 대정부 쓴소리는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집권 8개월 밖에 안 된 정부여당과 과거 9년의 집권 시기의 사례를 평면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박영선 의원 등 민주당 내에서 정부의 가상화폐 대응에 이견을 제기한 경우도 있고, 국정감사에서 이수혁 의원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에게 전술핵과 전략핵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로 잡아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 원내대표가 “정권은 야당의 비판과 지적보다 여당 내부의 비판과 쓴 소리를 더욱 무겁고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법“이라며 강조한 여당 역할론은 민주당이 어느정도 받아들여야 할 측면이 있다. 

김 원내대표는 “여당이 받들어야 할 것은 대통령 이전에 국민”이라며 대통령과 청와대 주도의 국정운영에 견제구를 던지라는 메시지로 소통론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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