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의원이 설파한 한국당과 합당 불가 및 호남을 뛰어넘는 전국 정당론, 나머지 중재파 이용호와 중립파 6명의 최종 결단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두 개의 정당으로 재편됐다. 

이미 민주평화당은 당명을 확정한지 11일이 지났고 2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창당대회를 개최했다. 미래당은 2일 당명을 확정하고 국민의당·바른정당 내부 합당 의결과 합동 전당대회를 남겨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동안 이어져온 국민의당 통합 사태가 이번주(1월29일~2월4일)에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새로운 두 개의 정당으로 윤곽이 잡혔다.  

4일 20시를 기준으로 현역 의원별 입장 정리가 완료된 분포도를 보면.

△민주평화당 18명(김광수·김경진·김종회·박준영·박지원·유성엽·윤영일·이용주·장병완·정동영·정인화·조배숙·천정배·최경환·황주홍·박주현·이상돈·장정숙) 
△미래당 15명(권은희·김관영·김삼화·김수민·김중로·송기석·신용현·오세정·이동섭·이언주·이태규·채이배·박주선·주승용·김동철)
△거취 미정 6명(이용호·박선숙·최도자·김성식·손금주·이찬열)

일찌감치 입장을 확실히 한 국민의당 통합파가 12명이고 반통합파가 17명이라고 했을 때 양 진영의 중재파와 중간파 포섭 성과는 현재까지 미래당이 더 앞서고 있다.

이번주 수요일(1월31일)까지만 해도 중재파는 안철수 대표와 통합파에 부정적인 기류였다. 안 대표가 31일 큰 결정 두 가지(조건부 사퇴론/전당대회 취소)를 내렸는데 이에 대해 중재파 5명(박주선·주승용·김동철·이용호·황주홍)이 불쾌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일 중재파 3명(박주선·주승용·김동철)이 “외연확장과 차선”을 강조하면서 통합파에 힘을 실어주게 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실제로 2일 3명은 국민의당 창당 2주년 기념식에서 미래당 합류를 공신 선언했다. 

안철수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창당 2주년 기념식을 마친 뒤 박주선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철수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창당 2주년 기념식을 마친 뒤 박주선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주선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민 명령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세력이 바른정당이라는 것을 평가해야 한다. 개과천선도 했고 개혁적 보수라는 분들이 있다. (민평당 세력은) 당내 싸움 한 번 못 하면서 별별 핑계를 대고 호남을 찾아간 분들이고 통합이 마무리된 후에는 경쟁 정당이 되겠지만 국민의 뇌리와 호남에서 발붙이기 어려운 정당”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통합이 대의에는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자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안 대표에 쓴소리도 했다. 
 
박주선 의원(국회 부의장)은 그동안 사실상의 중재파 수장격이었고 그런만큼 박 의원의 심경변화가 중요하다. 박 의원은 1월21일 민평당의 창당추진위원회에 합류하겠다고 이름을 올린 18명의 의원 중 한 명이었다. 결국 미래당 행을 택하게 됐는데 결단을 내리기 전에 그가 마음을 바꾼 이유를 몇 차례 밝힌 적이 있다. 

박 의원은 TV조선 <강적들> 녹화를 1월28일 일요일에 했고 이것이 31일 밤에 방송됐는데.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민평당은 민주당으로 합칠 거고 통합파는 자유한국당으로 합칠 거다 이러는데 적어도 자유한국당과 합칠 일은 내가 목숨이 끊어져버리면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한은 소신공양을 하더라도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보수대야합이라는 민평당의 주장을 반론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과 일자리 정책 비판을 하다가 패널의 반론을 듣고) 자유한국당과 어떻게 합당하나? 자유한국당 문제를 제기해볼까? 거기는 언급할 가치가 없어서 이야기를 안 하는 거다”라며 안 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강조했던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양비론에 따른 대안 세력의 필요성과 맞닿아 있는 발언을 했다.

특히 “통합이 만일 성공적으로 되면 (부산 안철수·대구 유승민·호남 박주선 등 지방선거에서 약진하게 되고)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 창출을 해낼 수 있지만 쪼개져 버리면 호남 위주의 정당은 호남이라는 우물 안에 개구리 역할 밖에 못 한다”며 “안철수와 유승민 대표가 제시하는 길이 꼭 맘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이 길보다는 그 길이 낫지 않느냐는 측면에서 중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호남에 갖히지 말고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하자는 안 대표의 주장과 일맥상통하고 다만 외연확장의 측면에서 의원 수가 최대한 많아져야 하기 때문에 중재 및 중립파들을 미래당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박지원 의원도 1일 tbs <뉴스공장>에서 “(전화했는데 박주선 의원이) 자기는 보수다”라며 “유승민 대표를 만나 보니까 햇볕정책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호남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더라 하고 높이 평가했다”고 증언해 박주선 의원의 마음이 몇 주 전부터 미래당으로 기울었음을 알 수 있다.

민평당은 중재파의 미래당 합류 기류를 차단하고자 2일 중앙운영위원회에서 황주홍 의원의 민평당 합류를 부각하고 4일 기자간담회에서 “캐스팅보트를 민평당이 쥐고 있다”는 주장을 강조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창준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당에 합류한 황주홍 의원을 환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조배숙 민주평화당 창준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당에 합류한 황주홍 의원을 환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주현 의원(홍보위원장)이 민평당의 로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주현 의원(홍보위원장)이 민평당의 로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동안 국민의당이 3당으로서 실력 행사를 했듯이 현재 국회 전체 297석의 과반인 148석을 원내 진보 진영(더불어민주당 121석·정의당 6석·민중당 1석·정세균 국회의장 1석)이 확보하도록 민평당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민평당은 이용주 의원의 탈당계 제출을 시작으로 6일 중앙당 창당대회가 열릴 때까지 최소 14명이 연달아 탈당할 방침이다. 비례대표 3명(장정숙·이상돈·박주현)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탈당하지 않고 미래당 당적을 유지하되 민평당 행보를 따라갈 것이라는 계획이다. 미래당 지도부 입장에서 3명이 미워도 제명 급의 징계를 내리면 바로 민평당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한 동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하루에도 두 번씩 심경이 급변하는 이용호 의원이 현재까진 민평당 행보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를 포함해 19석이 확보된다는 그림이다. 

이용주 의원은 4일 열린 민평당 창당준비위원회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미래당이 캐스팅보트를 확보하려면 34석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32석을 넘을 수 없게 된 구조”라고 견제했다. 이 의원의 셈법은 미래당을 보수 세력으로 가정하고 한국당의 118석과 합쳤을 때를 추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면 무소속 이정현 의원 1석까지 포함하면 29석만으로도 충분하다.

실제 비례대표 3명을 사실상 민평당 의석으로 추산했을 때 미래당은 국민의당 의원들 20석과 바른정당 9석을 더해 29석을 확보하게 된다. 

무엇보다 아직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6명(이용호·박선숙·최도자·김성식·손금주·이찬열) 중 5명(박선숙·최도자·김성식·손금주·이찬열)은 사실상 미래당을 선택한다는 게 중론이지만. 이들의 결단을 단정짓기가 어렵다는 게 변수다. 이용호 의원실 관계자는 2일 기자와의 수 차례 통화에서도 이 의원이 “입장을 언제 공식 발표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4일 안 대표의 사퇴론을 요구하면서 손금주·송기석 의원이 반통합파나 중재파의 입장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가, 31일 오후 안 대표의 조건부 사퇴론에 대해 중재파의 입장을 수용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표현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역구 여론이 너무 나쁘다며 민평당에 가겠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박주선 의원처럼 통합을 통한 외연확장론에 공감하지만 호남 여론 때문에 막판까지 고심 중인 것이다.

박선숙·최도자 의원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관련 입장을 밝힌 적이 없지만 강경한 비례대표 3명만큼의 반통합 신념이 있지 않다면 미래당 내에서 민평당 행보를 밟을 가능성이 없고, 김성식·손금주 의원은 중립적 입장이지만 기존 친안계로서 미래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당 내에서 김성식 의원과 함께 드물게 수도권 지역구(경기 수원시갑) 4선인 이찬열 의원도 미래당 행이 예상된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분들 5명은 당연히 우리로 오게 돼 있다"며 중립파들의 미래당 합류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철수 대표가 1월29일 첫 통추위 확대회의가 열린 이후 자리를 나서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철수 대표가 1월29일 첫 통추위 확대회의가 열린 이후 자리를 나서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미래당과 민평당은 각각 합당과 창당을 위한 세부 절차에 집중하고 있다. 

민평당은 2일 중앙운영위원회를 열어 정강정책과 당헌 마련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했고 최고위원 9명으로 이뤄진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당대표와 최고위원 4명이 선거를 통해 순위대로 뽑히고 이들이 나머지 최고위원 지명)로 지도부의 형태를 결정하기로 했다. 특히 “안철수 사당화” 방지를 위해 합당과 해산을 위한 전당대회는 분산개최가 불가하고 전당원 투표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당헌에 명시하기로 했다. 5일 민주평화당 소속 지역구 의원 전원의 국민의당 탈당 기자회견이 열리고 6일에는 중앙당 창당대회가 개최된다. 또 8월31일 이전에 정기 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국민의당은 4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의 합당과 해산이 전당원 투표를 통해서도 의결될 수 있다는 당헌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고,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묻는 전당원 투표를 곧 실시할 예정이다. 그 결과 찬성으로 나오면 이를 다시 중앙위원회를 통해 최종 추인한다. 또 바른정당과 함께 구성한 통합추진위원회는 4일 통추위에 현역 의원들 뿐만 아니라 양당의 원외 인사들을 포함하는 등 확대된 명단을 발표했다. 바른정당은 5일 국회에서 당원대표자회의(전당대회)를 열어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의결하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수임기관 합동회의(합동 전당대회)가 오는 13일에 열린다. 이로써 모든 통합 절차가 마무리된다는 게 미래당의 로드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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