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평당에 놓인 과제 두 가지, 지도부 구성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 비례대표 문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민주평화당 소속 의원들 15명이 국민의당을 탈당했고 민평당 창당준비위원회는 창당 작업을 마무리했다. 

민평당 창준위가 6일 15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안철수 대표의 통합 행보에 반발해 결성된 평화개혁연대 때부터 보면 3개월 만에 반통합파 정당이 탄생한 것이다.   

민평당 핵심 의원들이 중앙당 창당대회 무대의 의자에 착석해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평당 핵심 의원들이 중앙당 창당대회 무대의 의자에 착석해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로써 지난해 1월 탄핵 정국 때 새누리당을 나와 창당한 바른정당으로 원내 교섭단체 4당 체제가 펼쳐졌는데 다시 실질적인 4당 체제가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호남 정신을 강조한 민평당은 안보와 경제 정책에서 좀 더 진보적인 색깔을 확립해야 하고, 원내에서 19석(지역구 15석+미래당 비례대표 3석+곧 입당할 이용호 의원)으로 미래당(29석+민평당 비례대표 3석)보다 더욱 강력한 캐스팅보터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당초 박지원 의원이 예고한 숨겨진 1석이 더 있다는 발언과 관련 손금주 의원이 지목되기도 했는데 이 지라에서 깜짝 등장은 없었고 민평당 행이 유력해 보이는 이용호 의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초대 대표로 추대된 조배숙 의원은 “보수 적폐 세력이 국회 과반 차지하는 것을 막을 정당이 꼭 필요하다”며 “철저한 적폐청산과 국가 대개혁으로 촛불 시민혁명을 완성하겠다”고 밝혀 미래당이 강조하는 자유한국당 고립화와 맞닿는 구호를 외쳤다. 한국당과 비교해 개혁보수의 정체성을 내세우는 미래당과 향후 노선 경쟁을 치열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통합파 기구(평화개혁연대·나쁜투표거부운동·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에서부터 민평당 창당을 주도해온 조배숙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반통합파 기구(평화개혁연대·나쁜투표거부운동·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에서부터 민평당 창당을 주도해온 조배숙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민평당의 초대 원내대표를 맡게 된 장병완 의원이 막판까지 고심하다 민평당에 합류한 황주홍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평당의 초대 원내대표를 맡게 된 장병완 의원이 막판까지 고심하다 민평당에 합류한 황주홍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조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장병완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게 된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일부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박정천(박지원·정동영·천정배)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조 의원을 대표로 내세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초선으로 지도부를 꾸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내부 비판이 있는 것이다. 

조성은 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신당을 창당하는 응원의 목소리보다 우려와 실패를 경고하는 말씀 드릴 수 밖에 없는 심정이 애가 끓는다”며 “초선을 밀어줘야 했다”고 강조했다. 

조 전 위원은 “우리는 민주당도 아니도 하물며 국민의당 정도도 아니고 비교섭으로 억지로 헤쳐나가야 하는 무척 척박한 상황”이라며 “6월 지방선거 성공하지 못하면 비교섭으로 7월 넘기기 힘들 것이고 내부적으로 싸울 때나 언론에서 비춰주지 이제 안유신당 만들어지는 순간 이곳은 정의당보다 더 적게 다뤄줄 것”이라고 회의적인 민평당의 현실을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터라는 것을 몰라서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며 “표결할 때 언론에서 잠시 관심을 두는 정도였고 임시국회도 바로 선거랑 연결되어 관심 받기가 매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의원과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조 전 위원의 이런 입장문에, 박 의원은 댓글로 참을 인자 세 개를 적으며 만류해보려고 했지만 조 전 위원은 “죄송하다”고 답해 민평당의 초대 지도부가 현재처럼 구성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충심을 돌리지 않았다. 조 전 위원의 민평당에 대한 애정어린 고언은 낡은 이미지 타파를 위해 초선을 지도부로 내세워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조성은 전 위원의 글에 댓글을 달아 합류를 요구한 박지원 의원에 다시 댓글로 죄송하다고 답한 조 전 위원. (캡처사진=조성은 전 위원 페이스북)
조성은 전 위원의 글에 댓글을 달아 합류를 요구한 박지원 의원에 다시 댓글로 죄송하다고 답한 조 전 위원. (캡처사진=조성은 전 위원 페이스북)

민평당 창준위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현 의원은 전날(5일) 기자와 만나 “조금 더 진보적인 사람이 더 많이 (국민의당을) 나오긴 했다”며 “안유 신당은 중도보수가 돼 버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현실적인 한국 국회의 원내 구성은 거대 양당 구도에서 중도 진영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민중당’의 진보진영 △‘민평당’의 중도 진보진영 △‘미래당’의 중도 보수진영 △‘자유한국당·대한애국당’의 보수진영

미래당의 공동 수장격인 안철수 대표는 이날 유승민 대표와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방문한 자리에서 민평당 창당에 대해 “통합을 이루는 과정이 당 대표 혼자서 한 것이 아니라 전 당원의 뜻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착잡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호남을 강조하고 있는 민평당을 의식해서 “호남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통합의 길이 옳은 것이고 호남이 고립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평당의 비례대표 3명(박주현·이상돈·장정숙)에 대해서는 “정치적 소신이 다르다면 탈당하고 그 당에 가서 활동하는 것이 정치적 도의”라고 밝혀 불편한 동거가 현실로 이뤄질 것임을 암시했다. 이날 tbs <뉴스공장>에 출연한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특정인(안철수)을 싫어한다는 것만으로 출당을 시켜주면 그 당이 제대로 된 당이냐”며 제명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대정부 질의에서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날카롭게 부동산 정책에 대해 지적해 이목을 끌었다. 김 의원은 개혁보수 기치를 걸고 바른정당 행보를 걸어 한국당에서 3년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지만 최근 징계가 풀려 한국당 의원으로서 대정부 질의자로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제2의 김현아’를 자처했던 장정숙 의원과 박주현 의원은 미래당의 32석 중 3명이나 되기 때문에 충분히 반대 전선을 형성할 수 있고 김 의원처럼 순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해 향후 미래당 내부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이날 행사장에 참석한 한 민평당 당원은 옷에 비례대표 석방이란 구호를 매달아 미래당이 3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을 놔줄 것을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행사장에 참석한 한 민평당 당원은 옷에 '비례대표 석방'이란 구호를 매달아 미래당이 3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을 놔줄 것을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과 정의당 심지어 바른정당까지 긍정적인 축하 메시지만 담아 논평을 낸 것과 달리 이행자 국민이당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이제 국민의당에 미련을 버리고 자당의 성공을 위해 힘껏 뛰어달라”며 두 가지 점에서 우려되는 점을 비판했다.

그것은 △정부여당 편에서 무조건적인 거수기를 자처해 민주당 2중대가 되는 불상사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랴부랴 출범한 민주평화당이 호남의 멱살을 잡고 호남 정치의 전국화를 가로막는 호남팔이당이다.

이 대변인의 전반적인 논평 기조는 아쉬움과 잘 하길 바란다는 덕담이 베어있었지만 이처럼 민평당의 약점을 콕 집어 지적함으로써 원내 3당이 던지는 4당에 대한 견제구가 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박효영 기자)
우원식 원내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이날 자리를 채웠다. (사진=박효영 기자)
우원식 원내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이날 자리를 채웠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이날 창당대회에는 권노갑·정대철 상임고문을 비롯해서 현역의원 18명과 1355명의 당원이 모였다. 특히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김명연 한국당 전략기획부총장·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 여야 가리지 않고 주요 정치권 인사가 자리를 채웠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추미애 민주당 대표·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화환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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